[LT그룹 지주사 전환]차·포 떼어낸 LT삼보, 영업 적자·자산 축소 '이중고'②㈜LT 분할로 자산 이관, 당분간 사세 위축 불가피 전망
신상윤 기자공개 2023-09-11 07:35:56
[편집자주]
범LG그룹의 3세 구본식 회장이 독립 경영하고 있는 LT그룹이 지주사 전환에 나섰다. 신설 지주사 ㈜LT를 거점으로 지배구조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이번 절차 이면에는 차기 오너십을 행사할 구 회장 장남 구웅모 상무의 대관식 밑그림까지 그려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벨은 LT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을 조명하고 지배구조와 사업, 그리고 미래 전략의 변화 전망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범LG가의 구본식 LT그룹 회장이 추진 중인 지주사 전환 절차의 핵심 키는 LT삼보다. 2017년 희성그룹에서 독립 후 LT삼보를 통해 계열사를 품어 사세를 키워왔다. 지주사 ㈜LT 아래로 사업군을 재편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 LT그룹의 기반을 제공한 토목 전문건설사 LT삼보의 사세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전방 산업도 불황인 탓에 이중고를 맞은 LT삼보는 최근 아파트 건설 사업에 진출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토목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민간 분양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다. 다만 사업적으로 적자를 벗어나 확실한 전환점을 맞이할 가능성은 당분간 낮아 보인다.
◇ 세제 혜택 일몰 전 지주사 전환, LT삼보 사세 위축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T그룹은 올해 7월 설립된 ㈜LT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과 지배구조 재편을 단행하고 있다. ㈜LT는 토목 전문건설사 LT삼보에서 인적 분할로 신설된 법인으로 구본식 회장과 아들 구웅모 상무 등 오너일가가 97.3% 지배력을 가진 사실상 가족기업이다. 구 회장은 LG그룹 창업주 3세이자 고(故) 구자경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지주사 전환 및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LT는 LT삼보를 비롯해 LT메탈, LT정밀, LT소재 등을 품는다. 나아가 ㈜LT는 구 회장 등 오너일가의 계열사 지분과 유상증자 신주를 교환해 지배력 강화와 더불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이하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충족할 계획이다. 지주사 전환은 올해 말 주주의 현물 출자로 인한 양도차익 과세 처분 이연에 대한 세제 혜택을 누리기 위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LT삼보라는 기업의 관점에서 사세 위축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구 회장에게 LT삼보가 지닌 의미는 각별하다. 구 회장이 희성그룹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건설부문인 LT삼보가 독립 기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1976년 설립된 삼보지질을 모태로 한 LT삼보는 토목, 건축, 산업환경설비 등에서 경쟁력을 지닌다.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 희성그룹에 편입 후 구 회장 품에 안기기까지 숱한 변화를 겪었다.
LT삼보는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2023년도 전문건설업 시공능력평가'에서 △수중준설 1위 △지방조성포장 2위 △상하수도 3위 △철근콘크리트 6위 등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종합건설업 시공능력평가에선 △토목건축분야 53위 △산업환경설비 69위를 기록했다.
구 회장 일가는 희성그룹에서 독립하면서 LT삼보를 통해 LT메탈(옛 희성금속)과 LT정밀(옛 희성정밀), LT소재(옛 희성소재) 등도 품었다. LT메탈과 LT정밀, LT소재는 각각 지난해 별도 매출액이 9354억원, 1752억원, 2481억원을 기록한 중견기업으로 안정적인 흑자 기반도 구축했다.
LT삼보도 2016년 수주한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지반 개량 공사를 계기로 2018~2021년 매출액 규모를 1조원대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지배구조 재편으로 LT삼보는 사세가 크게 위축됐다. 전방 건설경기도 녹록지 않아 지난해 적자 전환했던 수익구조도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세로 올해 상반기 LT삼보는 연결 기준 매출액 2865억원, 영업손실 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12.5% 줄었고 적자는 지속했다.
◇ LT삼보, 아파트 사업 첫 진출…구본식 회장 30% 지분 미출자 눈길
LT삼보가 LT그룹으로 독립한 이래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98.5%를 기록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불러왔다. 이와 관련 LT삼보는 2021년 3월 '서충주신도시 오피스텔' PF 대출금 738억원 대위변제와 지난해 1월 '인천북항 물류센터'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인한 PF 445억원 채무 인수 등 부실 징후에 노출됐다.
사세가 꺾인 LT삼보는 아파트 등 주택 시장 진출도 겨냥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발주한 '마곡 도시개발사업지구 10-2단지 아파트 건설 공사' 공동 수주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LT삼보는 이수건설이 주관하고 파인건설과 공동으로 1258억원 규모의 관련 사업을 수주했다.
LT삼보는 10% 지분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LT삼보가 아파트 시공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수주 기록이 없었던 만큼 유관 사업자들과 협업해 아파트 분양 시장에 진출 기회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LT삼보의 국내 사업장은 대부분 토목 부문이나 지식산업센터 등과 같은 상업용 부동산으로 이뤄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LT삼보의 사업 변화와 함께 주주 구성 변화에도 눈길이 쏠린다. LT삼보는 LT그룹 지주사 재편 과정에서 구 회장 일가가 보유 지분을 ㈜LT에 현물 출자해 산하로 편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구 회장은 LT삼보 보유 주식 1004만7187주(45.28%) 가운데 354만7187주만 ㈜LT에 출자할 계획이다.
나머지 650만주(29.29%)는 LT삼보에 남겨두는 것이다. 다른 일가족이 보유 주식을 전량 ㈜LT에 남긴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구 회장이 LT삼보 주식을 남겨둔 배경에 대해선 LT그룹 측에서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LT삼보가 10여년 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적이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 구주 매출을 위한 상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냔 해석도 나온다.
LT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의 LT삼보 주식 일부 현물 출자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LT삼보 등 계열사의 IPO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신상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SNT모티브, 우수한 '경영성과' 가린 아쉬운 운영 방식
- '시공능력 99위' 보미건설, 캠코 담보채로 유동성 숨통
- [엔지니어링업 리포트]도화엔지니어링, '설계·CM' 부진에 이례적 분기 적자
- 디벨로퍼 시티코어, 서소문 사업성 개선에 '본PF' 기대
- [건설사 인사 풍향계]삼성물산 건설부문, 긴장감 더하는 '외부 영입' 눈길
- [건설부동산 줌人]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직급, '부사장→사장' 재격상
- SK에코플랜트, 리스크 전담 'BRM센터' 신설
- [건설사 인사 풍향계]현대엔지니어링, '재무통' CEO 체제 전환 눈앞
- 극동건설, 웅진 '렉스필드CC' 증자 참여 '외통수'
- '일본 골프장 인수' 웅진그룹, 극동건설 반대 '정면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