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그룹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백일 CFO, 자금조달로 '성장 로드맵' 완성대기업부터 벤처기업 거친 만능 재무통, '지속성장' 방점 3년 단위 투자계획
서지민 기자공개 2023-09-08 07:55:01
[편집자주]
본아이에프는 2002년 대학로의 작은 본죽 매장에서 시작해 국내 대표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년간 급식업, 간편식 제조업, 식자재 유통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본그룹은 지난해 지주부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룹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다. 지식 프랜차이즈 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해 뛰고 있는 본그룹 주요 인물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수적 관점에서 CFO의 역할이 리스크 헤지, 자금 조달이었다면 최근 CFO의 역할은 변화를 주도하는 데 있다. 스펀치처럼 시장의 트렌드를 빨아들이고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마인드가 없으면 오래 생존할 수 없다"서울 영등포구 본아이에프 본사에서 만난 이백일 CFO는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젊은 시절 골프 입문 1년 반 만에 싱글 골퍼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신의 스윙 영상을 분석하며 세운 전략과 이를 바탕으로 반복한 이미지 트레이닝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CFO는 이러한 성공 방식을 업무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주요 사업의 로드맵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변수를 시뮬레이션 해 수립한 재무전략으로 작은 본죽 매장에서 시작해 어엿한 그룹사로 발돋움 중인 본그룹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본그룹 핵심가치 '지속성장' 고려한 재무 과제 설정
이 CFO는 1968년 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그룹에 10년간 몸담으며 재무·회계 부문 경력을 쌓았다. 이후 코스닥 상장사인 싸이버텍홀딩스 재무실장, IT 벤처기업인 테르텐 CFO, 유학닷컴 재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본아이에프 전략재무실장으로 본그룹에 입사한 건 2017년 12월이다. 당시 본그룹은 사업 부문들이 각각 독립된 법인으로 분리되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추던 시기였다. 본아이에프는 2017년 이유식 전문 자회사 순수본을 신설하고 유통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본에프디를 설립했다.
대기업에서 중견기업,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규모의 기업을 거친 이 CFO의 이력은 본그룹에서 법인별 재무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벤처기업에서 투자 유치를 맡았던 경험을 살려 신설 법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사업형 지주사 역할을 하는 본아이에프 재무 관리에는 현대그룹에서 익힌 노하우를 발휘했다.
이 CFO는 입사 후 재무적 목표를 도출하기에 앞서 본그룹에 대해 충분히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재무 전문가로서 일했던 과거의 경력보다는 그 경험이 기업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본그룹의 핵심가치와 성장 배경, 로드맵을 이해한 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본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첫 단계로 기존 사업 모델을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의 경우 2017년 대비 가맹점 수는 약 25% 증가했으나 총 매출 규모는 두 배 넘게 뛰었다. 내실 있는 지속성장을 목표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해 점포당 매출을 늘린 결과다,
그는 "본죽 전용 매장에서 본죽&비빔밥으로 가맹 모델을 발전시키는 등 기존 사업에서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 뭔지 고민하고 내실을 다지면서 지속가능한 성장 모멘텀을 발굴했다"면서 "이러한 추세라면 2025년 연결기준 총 매출이 5000억원을 넘고 2030년에는 다른 외부 투자가 없더라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일시적 숫자보다 중요한 건 흐름"
이 CFO가 재무전략 수립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는 현금흐름이다. 그는 "매출보다는 영업이익, 영업이익보다는 영업현금흐름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기업가치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6년 간 진행한 투자활동에도 이러한 기조가 반영됐다.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3년의 간격을 두고 굵직한 투자를 단행했다. 2018년 7월 약 560억원을 투입해 신사옥을 매입했고 3년 뒤인 2021년 200억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했다.
이 CFO는 "투자 전 향후 5년간의 현금흐름을 예측하고 금융비용과 상환 전략을 모두 분석해 가장 적합한 자금 조달방안을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설계한 계획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재무구조가 안정적인지를 살핀 후 다음 투자를 준비했다.
2024년에는 순수본의 간편식 사업 확대를 위한 제2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현재 시공사를 선정하는 단계로 아직 정확한 투자 규모를 밝히기는 이른 상태"라며 "공장 설립 자금은 우선 순수본 내부 영업을 통해 창출한 현금을 활용하고 필요할 경우 모회사인 본아이에프의 유상증자 등 지원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CFO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본그룹의 미래를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이다. 그는 "이제는 본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물꼬를 터야 하는 상황으로 본다"며 "새 캐시카우 발굴에 역점을 두고 신사업 투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 성장을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한 재무건전성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본아이에프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0년 491%에서 2021년 409%, 2022년 302%로 매년 80~100%p 하락했고 올해 말에는 200%대로 떨어트릴 계획이다.
이 CFO는 "스스로의 일을 ‘Corporate Value Creator’(기업가치 크리에이터)라고 명명하고 있다"며 "그룹의 재무를 총괄하면서 내실을 다져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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