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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와 좋은 기업의 공통점 [thebell desk]

김용관 부국장 겸 산업1부장공개 2023-09-07 07:17:31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LA다저스는 전국구 인기팀이자 명문팀이다.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매년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적도 좋다. 포스트시즌의 10년 연속 단골 손님이다.

정규 리그의 기세로는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차지할 것처럼 보이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는 팀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 대망의 월드시리즈를 차지했지만 1988년 이후 처음이었다.

야구는 '기분이 태도를 좌우하게 만드는' 이상야릇한 종목이다. 매일 경기가 치러지기 때문에 특정 팀의 팬이라면 경기 결과에 따라 하루가 유쾌할 수도, 우울할 수도 있다. 다저스는 그런 면에서 팬들에게 최고의 팀이다.

다저스는 가을만 되면 팬들의 속을 태우긴 하지만 3월부터 10월까지 6~7개월을 행복하게 만드는 팀이기도 하다. 한번 우승하고 수십년을 하위권에 전전하는 팀이 대다수. 한화, 롯데, 기아, LG같은 팀들이 대표적이다. 팀을 응원하는 팬으로서 매일 저녁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매일 패하는 팀을 응원하는게 얼마나 힘들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좋은 기업도 마찬가지. 탄탄한 영업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배당을 꾸준히 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1~2년 반짝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가 4~5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도 부지기수다. 한해 실적 좋다고 주식 샀다가 어쩔수 없이 장기 투자에 들어가는 기업을 수없이 봤다.

다저스는 클럽하우스의 문화와 저력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돈많은 재벌이라고 좋은 기업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1. 미래를 내다보는 지배구조 = 다저스가 2000년대 이후 고공행진을 시작한 시기는 오너십을 비롯한 지배구조가 바뀐 2013년부터. 다저스 오너십은 2012년 3월 현 구겐하임 베이스볼 매니지먼트로 바뀌었다. 다저스를 성적과 육성을 모두 잡는 팀으로 만든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선수단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팀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로 지원하고 있다.

잘 나가는 기업은 지배구조가 건강하다. 능력있는 경영진과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오너십의 조화는 좋은 기업의 필수적인 요소다. 한두해가 아니라 십수년을 내다보고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미래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현대차, 이차전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SK나 포스코 등 눈길이 가는 기업이다. 승승장구할 것 같던 공유오피스 위워크가 파산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2. 효율적인 자원배분 =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주축 선수들을 대거 떠나보내면서 다저스의 2023 시즌 전망은 암울했다. 선발이 약해졌고 타격도 약해졌고 영입한 선수라고는 이미 전성기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베테랑 선수들 뿐이었다. 실제 다저스는 시즌 초반부터 흔들렸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 8월 11연승의 신바람을 타며 독주 체제를 갖췄다.

비결은 효율적인 선수단 구성.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같은 수퍼 스타들 외에도 제임스 아웃맨, 바비 밀러같은 신인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빈자리를 메꾸는 능력을 발휘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한물간 인물들을 저렴하게 영입한 것도 신의 한수다. 다저스의 능력은 비싼 돈을 주지 않고도 좋은 선수들을 영입한다는 점이다.

한정된 자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능력은 기업 경영의 핵심이다. 자금이나 인재가 필요한 곳을 정확하게 파악해 적시에 투입한다. 미래 전략과 전혀 상관없이 이뤄지는 기업 인수나 투자는 몰락하는 기업의 전형이다. 효율적이지 않은 정치적인 이유로 이뤄지는 의사 결정이 회사를 망가트리는 경우는 수없이 봤다.

3. 인재 육성 시스템 = 다저스의 저력은 성적뿐만 아니라 팜 시스템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능력에서도 빛을 발한다. 메이저리그의 화수분이라고 할 만하다. 올해 위기 속에서도 제임스 아웃맨이나 바비 밀러 같은 신인들이 제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코리 시거, 코디 벨린저, 워커 뷸러 등 메이저리그의 수퍼스타들이 모두 다저스 팜 출신이다.

좋은 기업은 인재 영입과 육성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삼성그룹의 지역전문가 제도는 독특한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성공한 핵심 비결"로 꼽기도 했다. 글로벌 인재 영입도 좋은 기업의 시그널이다. 위기에 처했던 기아를 살린 것은 정의선 회장이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였다.

4. 고객 친화 정책 = 매일 저녁 승리를 전하는 팀은 좋은 팀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더 좋겠지만 매년 상위권을 유지하는게 곧 관중 친화다. 다저스는 그런면에서 탁월한 팀이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매년 안정적인 배당을 이어가는 기업은 곧 좋은 기업이다. 우상향하는 주가까지 뒷받침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를 위해서는 업황 사이클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영업 실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지배구조의 역량이 절대적이다. 이런 면에서 주주 친화정책이 그리 거창하지 않다.

10년 하위권에 맴돌다가 한번 우승하는 팀 혹은 매년 상위권에 있지만 우승 못하는 팀. 여러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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