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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크레딧 애널리스트 활용법

이승우 자본시장부 부장공개 2023-09-12 07:03:32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8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는 쥬위시(jewish)하다"

증권회사 사장 출신 인사가 메리츠 비즈니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돈이 된다고 판단하면 확실하게 투자하지만 떼이지 않을 안전장치(담보)를 철저하게 만들어 놓는 점이 그렇다고 한다. 글로벌 금융을 여전히 좌지우지하는 유대인 자금의 특징이다.

메리츠의 성장 비결은 알려진대로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수익을 내면 정해진 비율대로 직원들에게 돌려주니 일명 '선수'들이 모이기 시작, 딜을 싹쓸이했다. 계열사가 총동원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자 타 하우스들에게는 넘사벽이 되고 있다.

올초 롯데그룹 유동성 지원 건은 메리츠 비즈니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이 총동원돼 1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대신 롯데물산과 롯데호텔, 롯데정밀화학을 펀드 후순위 채권자로 잡아 두었다. 게다가 롯데건설의 사옥과 사업장 등을 담보로 잡았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꼬인 고객을 포착했고 금리 10%대에 담보를 다 잡아 '몰빵투자'를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계열사가 총동원되는 이런 딜들의 투자 판단은 누가 할까. 물론 김용범 부회장이 진두지휘한다.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사람들 중 주목할 선수들이 바로 크레딧 애널리스트다. 크레딧 애널리스트 출신 메리츠맨은 김종민 부사장과 유승화 CRO, 이동수 상무, 명재열 상무, 그 전에 길기모 전무도 있었다.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회의의 핵심 멤버다.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명확하다. 돈을 떼일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매기고 떼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구조를 짜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는 직업이다. 쉽게 말하면 리스크 관리다.

그래서 이쪽 출신들은 'no'를 많이 외친다. 이런 이유로 안되고 저런 이유로 안된다를 늘 외치는 쪽이다. 그런데 이런 전문가들이 'yes'를 외치는 딜이라면? 메리츠 그룹이 계열사를 총동원해 몰빵투자를 하는 '근거 있는' 자신감의 배경이다. 얄밉지만 사실상 '리스크 프리' 비즈니스를 한다는 부러움 섞인 비난을 받는 이유이다.

다른 하우스들은 어떨까. 투자와 관련된 건에 크레딧 애널리스트가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업대출보다는 부동산 PF에 올인하다보니 구조화금융 부서나 세일즈가 득세할 뿐이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리서치 센터의 '원 오브 뎀' 정도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콘텐츠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킨 메리츠가 그래서 대단하다.

메리츠에서는 진가를 발휘하고 있지만 요즘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찬밥이다.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증권사에서는 크레딧 애널리스트를 찾기가 힘들고 신용평가 회사에서는 키워 낼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고된 훈련의 과정을 거치기 전에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신용평가사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메리츠와 달리 업계에서는 크레딧 애널리스트 수난시대라고 한다.

걱정되는 것은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명맥이 점점 끊기면서 제2의 메리츠 탄생을 위한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크레딧 애널리스트 육성과 활용법을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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