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차이나 디스카운트 점검]오가닉티코스메틱, 대주주 지분 블록딜 '패착'차이정왕 대표 보호예수 종료시점 현금화, 잦은 조달 '리스크'
정유현 기자공개 2023-09-11 09:10:30
[편집자주]
국내 증시에는 중화권 기업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다. 부실경영과 회계 불투명성으로 상장 폐지를 거듭하는 등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내린 영향이다. 하락한 신뢰도는 국내 증시에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투자 매력도 낮추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이나 중국 자본이 지배하는 곳은 15개 이하 수준에 불과한데, 이 중 80% 정도가 공모가 회복은커녕 동전주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벨은 중국계 기업의 상장 후 실적과 지배구조 이슈, 주가 추이를 통해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8일 13: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가닉티코스메틱은 중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 기업공개 당시 4조원 가까운 청약증거금을 모으며 화려하게 코스닥에 입성했다. 희망밴드(3200원~3700원) 상단을 초과한 4000원으로 공모가를 책정해, 상장 당일 시초가 651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중국 기업 중 유일하게 '한국IR 대상'에서 코스닥 10대 우수기업에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지만 주주와의 소통창구가 좁아진 탓에 신뢰도 추락하는 분위기다.
대주주의 지분 매각에다가 잦은 조달로 인한 오버행 이슈 등이 겹치며 주가는 사실상 바닥을 찍었다. 외국기업으로서 '무액면 주식'의 이점을 활용해 자본 조달을 진행하고 있지만 발행가액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신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증시 입성 후 1000억 이상 조달, 상장 주식 수 4배 증가
오가닉티코스메틱은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후 4번의 전환사채(CB)와 자회사 발행 건을 제외한 6건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발행 당시 공시로 보면 1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신주 발행을 동반하는 조달이었던만큼 상장주식총수도 상장일 대비 4배 정도 증가했다.
상장 주식 총수는 5692만5000주에서 현재 2억4526만3481주로 늘었다. 공모가 4000원으로 증시에 입성한 오가닉티코스메틱의 9월 7일 기준 종가는 165원에 불과하다.
자본시장을 활용해 자본 조달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오가닉티코스메틱은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명확한 이유 없이 유동성을 확보한 점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적자에 따라 규모가 상장 당시보다 줄었지만 상반기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920억원 규모였다. 증자와 CB 발행이 활발했던 2020년에는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진행건은 여러 의문점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5월 4회차 CB발행과 대주주 상대로 제3자배정 유상 증자를 실시해 185억1000만원의 현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반기보고서상 유입된 금액은 4회차 CB 491만6176만원, 유상증자 907만295만원이다. 투자자들이 총 1300만원만 납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발행결과 공시에는 기존 금액이 표기된 상태다.
전반적으로 단위의 표기 실수로 이해된다. 단위가 천원일 경우 약 140억원 규모가 확보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단위 표기 실수를 감안해도 당초 추진 금액과 최종 금액이 괴리가 있는 것이 포인트다. 또 운영 자금 등을 목적으로 명시했지만 사실상 채무 상환 자금으로 활용했을 것에 무게가 실린다. 2020년 5월 발행한 247억원 규모의 1회차 CB의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 CB는 이자와 원금을 만기시 일시 상환하는 조건으로 'H and P International Holding Limited'와 'UF Healthy Pharm Holdings Co. Ltd.'를 대상으로 발행했다. 시기상 사채 상환이 목적으로 여겨지나 오가닉티코스메틱은 '채무 상환' 목적으로 표기하지 않았다.
◇ 증권사도 외면한 조달, 주가 하락 부추긴 대주주 행보
기존의 조달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증권업계에서는 오가닉티코스메틱의 유동성 확보 작업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상장 주관계약을 맺었던 증권사에 오가닉티코스메틱이 증자 등의 계획을 밝혔는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사도 거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것도 거절의 배경이다.
이 시기는 대주주였던 차이정왕 대표이사가 보호예수가 끝나자마자 블록딜로 지분을 매각한 시기와 맞물리며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동전주로 전락한 것도 차이정왕 대표의 블록딜 거래가 시발점이 됐다. 차이정왕 대표는 2016년 상장 당시 2520만주(44.27%)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였지만 3년의 보호예수가 끝난 후 지분을 팔기 시작했다.
2019년 11월 19일 주당 1613원에 512만주, 2019년 12월 17월 226만주, 2020년 1월 21일 400만주를 블록딜로 처리했다. 주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던 시기 대주주가 지분을 팔아 160억원을 현금화하자 하락세는 거세졌다. 2020년부터 오가닉티코스메틱은 동전주 자리를 못벗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가 'SANSAGE CAPITAL CO.,LIMITED'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 곳도 지분을 전량 매도하며 2021년 9월부터 대주주가 'Jinzheng Investment Co. PTE. LTD'로 변경됐다. 이후 3자배정 유상증자 등에 꾸준히 참여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월말 기준 25.69%다.
◇적자 지속에 사업 재편 움직임, 사실상 '공수표'된 주주친화 정책
오가닉티코스메틱은 적자가 지속되며 사업 재편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회사 복건통호무역유한공사의 주식을 244억7320만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유입된 자금으로 패션 등 신사업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남평탁화상무역유한공사와, 남평식애일용품유한공사를 설립했다. 남평식애일용품유한공사는 운동화 매출이 높은 곳으로 향후 오가닉티코스메틱은 패션 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사업에 변화를 주고있지만 중국 기업의 모범이 되겠다던 약속은 공수표가 됐다. 2016년 상장 후 3년 연속 배당을 실시했지만 2020년부터는 배당이 중단됐다. 주주들의 입김이 거세지자 오가닉티코스메틱은 한국의 대행사를 통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기업 발전 상황에 따라 일단 자금을 비축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며 배당 재개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 매출은 2255억351만원, 영업이익은 -638억5877만원으로 집계됐다. 적자 기조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상반기말 기준 매출은 776억2972만원, 영업이익은 -365억4886만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상장 후 내 시장 확대 첨병 역할을 맡았던 한국사무소도 사실상 철수했고 대행업체도 바꾼 상태다.
대행업계 관계자는 "증자건과 주주총회 등을 대행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하면 안되는 것들에 대해 당시 대행사가 지적을 많이 한다고 업체와의 계약도 끊었다"며 "한국에서 공시를 해야하기 때문에 대행을 담당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오가닉티코스메틱의 사업 방향과 주주친화 정책 등에 대한 문의를 하기 위해 공시에 나온 공시대리인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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