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만 계정' 트러스트월렛 "전자지갑도 수익 모델 있다" 에오윈 천 트러스트월렛 CEO "사용자수와 이익 성장 비례, 시장점유율 꾸준히 상승"
노윤주 기자공개 2023-09-12 10:35:39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8일 14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2위 규모였던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자금난이 있다고 밝힌 후 단 며칠만에 파산회생을 결정했다. 손쓸 틈 없이 거래소에 예치된 고객 자금도 그대로 동결됐다.이때를 기점으로 '가상자산 전자지갑'이 급 부상하기 시작했다. 거래소가 아닌 개인 지갑에 가상자산을 보관하면서 '내 재산은 내가 지키자'라는 기조가 형성됐다. 트러스트월렛도 수혜를 입었다.
트러스트월렛은 2017년 출시된 가상자산 전자지갑이다. 2018년 바이낸스가 지분을 인수하면서 바이낸스 계열사로 합류했다. 현재 메타마스크 등과 경쟁하며 전자지갑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 대중들에게 전자지갑은 생소한 영역이다. 전자지갑이 사용료를 따로 수취하지 않는데, 어떻게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지 물음표를 띄우는 업계 종사자들도 많다. 지난 6일 에오윈 천(Eowyn Chen·사진) 트러스트월렛 CEO를 만났다. 그와 트러스트월렛의 향후 사업 방향과 전자지갑 분야의 수익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년새 임직원 60명 증가…파트너사 협업에서 수익 창출
에오윈 천 CEO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미국서 경력을 쌓았다. 컨설팅기업 올리버 와이먼에서 금융서비스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고 글로벌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전략을 짜 왔다. 2018년 바이낸스에 합류해 부사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트러스트월렛 CEO로 선임됐다.

트러스트월렛 조직은 약 90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1년 전까지 30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중순 60명으로 충원했다. 이후 3개월 만에 추가로 30명을 채용, 현재 규모를 갖췄다.
조직을 운영하려면 수익이 필요하다. 그러나 트러스트월렛은 사용자에게 별도의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천 CEO는 "파트너사들과의 협약을 통해 수익이 발생한다"며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공개된 자료에 따른 트러스트월렛의 지난해 수익은 570만달러(약 76억원)으로 추정된다.
무료앱인 카카오톡이 사용자수를 기반으로 여러 기업으로부터 광고 수익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 트러스트월렛 사용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이 고객들에게 자사 서비스를 연결하고픈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광고는 계획이 없지만 마케팅 협업, 서비스 연계 등으로 수익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게 천 CEO의 전망이다.
파트너사의 유형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건 법정화폐 지원 파트너다. 문페이, 심플렉스, 알케미페이 등 법정화폐를 입출금할 수 있는 핀테크기업들과 협업해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트러스트월렛에서도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 지갑 찾는 수요 늘어…모바일 앱 계정 7000만개 돌파
트러스트월렛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현재 월간 활성자 수는 모바일 기준 1200만명이다. 모바일 앱에서는 7000만개 계정이, PC로 사용하는 앱에서는 120만개 계정이 생성됐다. 20개가 넘는 블록체인에서 발행된 가상자산과 대체불가토큰(NFT) 보관을 지원한다. 낮은 수수료로 가상자산 스테이킹에 참여할 수 있는 '네이티브 스테이킹' 기능도 선보였다.

국내 사용자들도 트러스트월렛을 애용한다. 천 CEO는 "내부서는 사용자의 IP를 추적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 사용자 비중을 정확히 통계할 수 없다"며 "외부에서 나온 자료를 통해 한국인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FTX 사태 이후로는 활성 사용자수가 50% 이상 증가했다. 천 CEO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거래소에서 개인지갑으로 자산을 이동한 순간부터 스테이킹, 디파이 투자 등 다양한 영역에 눈을 뜨게 된다"며 "FTX 파산은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반대로 블록체인 대중화를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었다"고 해석했다.
모회사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성장을 도와줬다는 설명이다. 출범 1년 만에 글로벌 1위를 달성한 바이낸스의 노하우가 트러스트월렛에 그대로 이식됐다. 천 CEO는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1순위로 두는 것에서 모회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여기에 더해 마케팅, 법적자문 등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용자 자산 보호 장치 개발…경쟁사 등장 '오히려 좋아'
트러스트월렛이 가진 가장 큰 강점으로 천 CEO는 '신뢰'와 '보안'을 꼽았다. 올해 초 보안 취약점이 발견돼 일부 자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트러스트월렛은 회사 자금으로 해킹 물량을 충당했다. 이를 계기로 사용자 신뢰를 얻었고 이탈 없이 신규 고객이 유입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천 CEO는 "개인지갑 업체 보안사고 발생에 책임을 지고 전체 해킹 물량을 회사 돈으로 충당한 사례는 최초"라고 말했다. 이어 "해커들의 기술도 발전하고 있기에 보안 이슈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며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자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우선 '바이낸스 리스크 데이터 베이스'를 트러스트월렛에 적용했다. 의심계정에 자산을 송금할 경우 사용자에게 '위험하다'는 팝업이 뜬다. 사용자의 행위를 차단할 수 없는 탈중앙화 플랫폼이기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거래 시뮬레이션 기능도 개발 중이다. 천 CEO는 "사용자가 직접 돈을 보내보기 전까지는 어떤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실제 송금과 유사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갑에서 자산이 없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결정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말했다. 트러스트월렛은 개발 후 이 기능을 오픈소스로 다른 기업에도 제공할 예정이다.
그는 "경쟁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쟁사의 서비스를 보고 장점을 카피하고, 단점은 사전에 배제할 수 있어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노하우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며 "경쟁사 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비 올해 시장 점유율이 10% 이상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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