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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의 승부수, AI]브레인 'LG AI연구원', 물심양면 지원에 커지는 존재감②AI추진단 시절 글로벌 수준 원천기술 확보...출범 첫해부터 이익

정명섭 기자공개 2023-09-13 07:28:13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1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의 인공지능(AI) 싱크탱크 'LG AI연구원'은 구광모 회장에 특별한 존재다. 그룹 총수로서 자신만의 '뉴 LG' 비전을 그려줄 수단인 동시에 구 회장의 색채가 짙은 조직이다. 출범 과정과 인재 영입, 보상 등 여러 면에서 '구광모식 인사 혁신'이 담겼다.

LG AI연구원은 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나날이 외형이 성장하고 있다. 출범 첫해부터 이익도 내고 있다. LG AI연구원 출범 전후로 LG그룹의 AI 전략도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AI추진단→연구원 격상 배경엔 원천기술 확보·활용 사례 발굴

LG AI연구원의 전신은 2018년 말 LG사이언스파크 내 AI추진단이다. 구 회장 주도로 그룹 내 처음으로 AI 별도 조직이 설립됐지만 당시만해도 연구원 수준으로 조직이 커질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AI추진단이 두각을 나타낸 건 2020년 6월이다. 컴퓨터 비전·딥러닝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의 학회 'CVPR'에서 열린 '연속 학습' 기술 경연에서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아마존과 중국과학원, 도쿄대 등 79개 팀을 제친 쾌거다. LG가 글로벌 챌린지에 처음 참가해 이뤄낸 성과여서 더 주목받기도 했다. 그해 7월에는 한국어 AI 기계독해 평가에서 1위를 달성했다. 당시 AI추진단이 개발한 AI는 언어 문제를 푼 사람(91.2점)보다 높은 95.39점을 받았다. LG그룹의 AI 기술력은 대외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이 때부터다.

기술 수준이 아무리 높더라도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없다면 그 의미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AI추진단은 AI 응용 사례까지 발굴했다. 가능성을 본 분야는 신약 개발이다. 신약 개발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질병을 억제하는 리드 물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질 합성·평가를 수만번 반복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사람이 하면 3년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AI추진단은 AI 기술을 통해 이를 8개월로 단축했다.

이차전지 개발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이차전지의 경우 제조 과정을 마치면 '활성화' 과정을 거친다. 이는 해당 이차전지의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불량 등을 점검하고 전기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다. AI추진단은 AI 예측을 통해 충·방전량을 통제, 전력 소모량을 크게 줄였다. 이는 제조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이외에도 AI추진단의 AI 기술은 LG전자 냉장고 외관의 흠집을 잡아냈다.

구 회장은 AI추진단이 출범 2년 만에 AI 원천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AI의 사업적 활용 가치까지 입증하는 성과를 보이자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기 시작한다. AI추진단이 LG AI연구원으로 격상한 것이 시작이었다. LG사이언스파크 내 조직에서 LG경영개발원 산하 지점으로 지위가 올라갔다.
2020년 말 출범 당시 LG AI연구원. 당시 연구 인력은 80명에서 현재 200여명 이상으로 늘었다. <출처=LG그룹>
구 회장은 LG AI연구원에 독자적인 인사 시스템과 평가, 보상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나이나 출신과 관계없이 경쟁력과 전문성만 있으면 외부 인재 영입도 마다하지 않는 구 회장 다운 결정이었다. 이에 LG AI연구원은 그룹 연봉 시스템에서 벗어나 특허나 논문, AI활용 역량 등으로 보상하는 별도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연구원과 계열사 자체 AI 조직간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여기에 LG그룹에선 화학과 전자, 통신, 신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지면서 AI 연구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홍락 미시간대 교수 같은 세계적인 AI 석학이 LG행을 택한 이유다.

◇LG AI연구원 출범 첫해부터 '돈 버는 조직'으로

구 회장의 파격 지원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LG AI연구원을 산하에 둔 LG경영개발원은 연구원 실적이 더해지기 전까지 연매출이 800억~900억원대 수준에 머물렀다. 2020년 매출은 854억원이었다. LG AI연구원 매출이 더해진 2021년 매출은 1447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2000억원을 돌파했다. 2020년 9억원이던 순손실은 지난해 순이익 58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순이익은 74억원으로 이미 작년 이익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LG AI연구원의 연구용역 매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2021년 44억원에 불과했던 연구용역 매출은 지난해 53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999억원까지 늘었다. 인원 수도 출범 초기 80명에서 2021년 14명, 현재 200여명까지 늘었다.

LG AI연구원의 연구용역은 주로 LG 계열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올해 말부터 다른 기업과 공공기관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LG AI연구원은 지난 6월부터 특허정보원과 특허 전문 AI 구축을 위해 엑사원을 특허 문서 수집·가공에 활용하기 위해 사전 준비에 착수했다.

구 회장은 LG그룹이 AI 분야에서 최소 1~2개 분야 만큼은 최고의 기술을 보유했다고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주요 사업의 엑사원 적용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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