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첫 인니 출장, LG 아시아 거점 변화 신호탄일까 1990년 LG전자가 처음 진출...LG엔솔·이노텍·CNS도 현지 사업 확장
정명섭 기자공개 2023-09-08 07:35:19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 총수의 행보는 특별하다. 발자취 하나 하나에 회사의 미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의 인도네시아 출장은 눈길을 끈다. 구 회장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건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1990년 LG전자의 첫 진출 이후 LG에너지솔루션과 LG CNS,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활발해진 영향이다.미국과 중국간 패권 다툼 속에 주요 그룹이 중국 사업 비중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LG그룹도 아시아 거점의 추를 인도네시아로 서서히 옮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구 회장, 취임 5년 만에 첫 인니 방문..."사업적으로 중요성 커져"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7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열리는 한국-인도네시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한 순방길에 동행하는 것이다. 국내 10대 그룹 수장 중 함께 출장길에 오른 기업인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뿐이다.
구 회장의 인도네시아 방문은 2018년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중순 북미에서 인공지능(AI), 바이오 산업·기술 동향을 파악한 지 보름 만에 해외 출장이기도 하다.
LG그룹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경제 규모 면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전략 시장으로 꼽힌다"며 "그룹의 사업 관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7700만명으로 세계 4위 대국이다. 평균 연령도 29세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차전지 핵심 원재료인 니켈의 최대 생산국으로도 유명하다. 2021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량은 약 100만톤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매장량은 2100만톤이다. 이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22%에 달한다. 또 다른 이차전지 원재료인 코발트 생산량도 2위다.
LG그룹과 인도네시아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1990년 당시 LG전자가 인도네시아에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생산하는 합작공장을 설립한 것이 첫 진출이다. 이후 LG이노텍과 LG CNS,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이 차례로 진출했다.
LG그룹은 현지에 4개의 생산공장을 포함해 총 8개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수도인 자카르타 서부의 찌비뚱에서 TV와 모니터 등을 생산하고 자카르타 북서쪽 땅그랑에선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0년 경북 구미사업장의 TV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 찌비뚱으로 이전했다.
LG전자는 지난 7월 찌비뚱 공장 근처에 R&D 법인을 설립했다. 연구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이르는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셈이다. R&D 법인 설립이 갖는 의미는 크다. LG전자는 주요 생산거점에만 이를 세우기 때문이다. LG전자가 R&D 법인을 두고 있는 국가는 북미와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이다.
LG전자 측은 아시아권 거점 생산기지로서 인도네시아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전자의 지난해 아시아 시장 매출은 7조8000억원으로 최근 2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는데, 인도네시아 지역 성장 덕분이었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LG CNS 등 다른 계열사도 인니 진출 보폭 확대
근래 들어 인도네시아 진출에 활발한 그룹사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 CNS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9월 현대차그룹과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 합작법인 HLI그린파워를 설립하고 이차전지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연산 12GWh 규모의 이차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전기차 1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예상 양산 시점은 내년 4월이다. 전기차 산업 성장 속도에 따라 향후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인 30GWh까지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LX인터내셔널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현지 니켈 광산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와의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이차전지 셀은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를 사용해 니켈 확보가 필수다.
LG CNS는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에서 1200㎞ 떨어진 보르네오섬의 누산타라로 수도를 이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작년 3월 '신수도청'을 신설했다. LG CNS는 지난해 11월 신수도청과 스마트시티 플랜에 참여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AI와 데이터, 로봇, 디지털트윈 기술 등이 접목된 스마트 시티를 구현하는 것이 골자다.
LG이노텍은 현재 브카시 지역에서 전자부품 공장을 운영 중이다. 향후 차량용 통신모듈까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LG그룹의 움직임을 두고 삼성전자나 현대차그룹의 '탈중국' 기조를 따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 분쟁, 기술 패권 다툼 여파로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중국 사업 비중을 낮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중국 사업 규모를 줄여 현지 인력이 2013년 6만여명에서 현재 1만명대까지 감소했다. 현대차는 현재 충칭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2021년에는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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