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급등하는 벽산, 실적 상승 '이제 시작' 시장 전망 '맑음'무기단열재 수요 확대에 생산 증대 맞대응…1년간 주가 두 배 '껑충'
정지원 기자공개 2023-09-13 07:54:12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1일 14:4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왔습니다. 시공사, 시행사, 신탁사는 물론이고 대주단인 증권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 대부분 주체가 쉽지 않은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건설사 실적 부진의 주 원인으로 급격한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분양 경기 악화 등 꼬리표가 꼭 붙어 다녔는데요. 그래서인지 건자재 업체들도 실적이 악화했을 것 같지만 아니었습니다.
건자재 전문기업 중에서도 벽산은 유독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근 1년간 주가가 최대 두 배 이상 뛰었는데요. 이달 8일 기준 52주 신저가는 1710원, 52주 신고가는 409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공시되기 전후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벽산 주가는 상반기 중 2000원대 안팎에서 움직였는데요. 어닝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이 쏠리면서 주가가 7월 말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2500원선을 돌파합니다. 실적이 공개된 8월 중순부터는 수거래일 연속 빨간불을 켜더니 52주 신고가인 4055원을 찍었습니다. 현재는 소폭 조정을 받아 3600원선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시장을 놀라게 한 벽산의 성적표는 어떨까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74.2% 늘었습니다. 다수 건설 관련 업체들이 매출 외형을 유지한 가운데 수익성 지표가 꺾인 것을 떠올리면 정반대의 실적을 기록한 셈입니다.
영업이익률 역시 대폭 성장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7.5%로 나타났는데요. 지난해 연 매출 기준 영업이익률 3.6%와 비교했을 때 두 배가량 뛰었습니다.
◇Industry & Event
건자재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벽산처럼 실적과 주가가 뛰어 오른 건 아닙니다. 통상 건자재 관련주로 KCC글라스, 고려시멘트, 동화기업 등이 꼽히는데요. 세 회사의 주가 변동을 벽산과 마찬가지로 근 1년을 기준으로 보면 세 회사 모두 지난해 9월 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탄 것으로 나타납니다.
지난해 9월은 금리 인상과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했을 때입니다. 건설사들의 원가 부담도 작년 하반기 고점을 찍었는데요. 건자재 업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상품 단가가 올라가는 만큼 매출이 오를 것으로 본 셈이죠. 하지만 분양 경기가 회복되지 않자 결국 주택 공급이 줄기 시작했고 건자재 수요 자체가 떨어지면서 주요 건자재 업체 주가도 다시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벽산 주가만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벽산이 시장 점유율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무기단열재 등 건자재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데다 오히려 꾸준히 상승할 전망이기 때문인데요. 벽산은 단열재, 내장재, 외장재를 주요 매출 품목으로 갖고 있습니다. 이 중 주력제품은 그라스울, 미네랄울 등 무기단열재입니다.
무기단열재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선 건축법이 개정된 영향이 큽니다. 지난해 개정된 건축법은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 및 화재 확산 방지 구조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여기에 연이은 물류창고 화재 사고 등으로 관련 기업과 시민들의 화재 안전에 대한 의식도 무기단열재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벽산은 여기에 적극적인 공장 증설을 통해 관련 수요 흡수에 나섰습니다. 지난 4월 홍성공장 그라스울 1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는데요. 오는 10월에는 그라스울 2호기가 생산에 나설 전망입니다.
◇Market View
시장 전망은 밝습니다. 그라스울을 중심으로 한 무기단열재 매출 및 영업이익 상승이 확실히 점쳐지는 가운데 미네랄울과 천장재 및 유기단열재 영업이익률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 사상구 부지에서 발생한 수백억 매각 차익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점도 호재입니다.
올해 9월 초 DS증권에서 리포트를 냈는데요. 목표주가를 52주 최고가인 4050원을 넘어서는 5700원으로 잡았습니다. 현 시점 3500원선에서 50% 이상 상승여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DS증권은 현재 유기단열재가 무기단열재로 100% 전환된다고 가정할 때 연간 약 42만톤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때 벽산의 그라스울 생산능력은 올해 2호기 증설 물량까지 더하면 13만톤 수준인데요. 경쟁사 생산량까지 모두 포함해도 수요를 못 따라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특히 기관은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14일까지 순매수세를 유지했습니다. 이달 8일까지 타임라인을 늘려도 순매도를 기록한 날은 4거래일에 불과합니다. 외국인도 비슷한데요. 기관처럼 꾸준히 벽산 주식을 담지는 않았지만 순매수를 기록한 날에는 한번에 수십만주씩 쓸어 담았습니다.
◇Keyman & Comments
벽산은 아직 목마른 모양입니다. 현재의 주가는 아직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적 상승이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부터 그라스울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건재부문에서 45억원가량 매출이 오른 점도 전망을 뒷받침합니다.
벽산은 IR 활동에 적극적인 편입니다. 홈페이지 내 사이버홍보실에는 투자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상태입니다. 공식 IR 담당번호를 통해 투자자들의 질의에도 응대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관리본부에서 재무 및 회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종항 전무가 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는데요. 최 전무는 1970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벽산에선 2018년 초부터 몸 담았습니다.
관리본부 산하 경영재무팀 팀장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김진 팀장은 더벨과 통화에서 벽산의 주가에 대해 "현재 나온 실적과 향후 나올 실적을 봤을 때 아직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부산 감천동 부지 매각 잔금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해당 땅의 장부 가격은 120억원 정도인데요. 벽산은 이 땅을 63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김 팀장은 "영업에서 발생하는 수익뿐만 아니라 자산에서 발생한 가치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벽산은 연말 결산기준 연 1회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지난 3년간 주당배당금을 꾸준히 올리는 등 주주환원에도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2020년 7원, 2021년 10원, 2022년 25원의 주당배당금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주당배당금을 상향 조정했는데요. 당해 당기순손실 14억원을 기록했지만 총 5억6700만원 정도를 배당금으로 집행했습니다.
사업보고서상에 구체적인 배당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된 바가 없습니다. 다만 본업을 중심으로 한 실적 상승세가 본격화한 만큼 중장기적인 주당배당금 및 배당성향 성장에 기대가 쏠립니다.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김 팀장은 "배당금 산정에 관해 별다른 기준은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영업이익의 10% 이상 배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적자를 기록하거나 홍성 공장 등 대규모 투자가 진행돼 유동성이 필요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배당을 지속해 왔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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