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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그리소 연구 책임자에게 물었다…렉라자 병용 나온다면? FLAUR2 연구 총괄한 미국 파시 안느 교수…"독성비용 따질 것"

싱가포르=정새임 기자공개 2023-09-13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3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병용요법 연구가 성공적인 결과를 남겼다.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해 쓸 경우 단독요법보다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38% 낮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동시에 연구는 여러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표준치료인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 △특정 군에서 쓰는 새로운 옵션이라면 어떤 환자에게 써야 할지 △후속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체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지 등이다. 내달 공개 예정인 경쟁자 '리브리반트+렉라자'의 등장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임상을 총괄한 연구책임자(PI)의 의견은 어떨까. 더벨은 지난 9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 2023)에서 파시 안느(Pasi Janne, 사진) 미국 다나-파버 암센터 교수를 만났다. 안느 교수는 EGFR 변이를 발견한 폐암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EGFR 변이 환자를 위한 치료 전략 개발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미국암학회(AACR), 유럽종양학회(ESMO),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에서 다수 상을 수상했다.

◇"병용요법 폭넓게 적용가능…경쟁약 등장 시 독성비용 고려해야"
파시 안느 미국 다나-파버 암센터 교수
안느 교수는 1차 치료제로써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 병용을 평가한 '플라우라2(FLAURA2)' 연구에 대해 "모든 환자에게 타그리소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평했다. 뇌 전이, L858R 치환 변이 등 예후가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환자에서도 타그리소 병용요법이 효과를 입증했다는 의미다.

FLAURA2 결과를 요약하면, 타그리소 병용요법군은 단독요법군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9개월가량 늘렸다. 이는 연구자 분석(25.5개월 vs 16.7개월)과 눈가림된 독립적 중앙 검토위원회(BICR) 분석(29.4개월 vs 19.9개월)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타그리소 병용요법은 단독요법 대비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8% 낮췄다.

하지만 항암화학요법이 지닌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환자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큰 편이다. 항암화학요법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공격하며 여러 부작용을 일으킨다. 실제 이번 임상에서도 타그리소 병용요법의 이상반응 사례가 더 높게 나타났다. 모든 원인에 의한 3등급 이상의 부작용은 타그리소 병용요법군이 64%로 단독요법 27%보다 높았다. 4등급 이상의 심각한 이상반응은 모두 혈액학적 독성이었다. 이는 항암화학요법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부작용이다.

타그리소와 같은 표적항암제의 가장 큰 장점은 집에서 편하게 경구로 복용하면서 부작용도 낮다는 점이다. 이를 감안하면 항암화학요법을 모든 환자에게 더하는 것이 좋은 일인지 '위험 대비 이득'을 따져봐야 한다.

학회에서 열린 플라우라2 토론 세션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오갔다. 우 이롱(Yi-Long Wu) 중국 광둥종합병원 폐암연구센터 교수는 "PFS를 10개월 늘릴 경우 타그리소 병용요법과 단독요법 중 어떤 치료를 선택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170명의 환자 중 73%가 단독요법을 쓰겠다고 했다"며 "환자와 그 가족들은 24개월 이상 늘릴 경우 병용요법을 택하겠다고 답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상황이 경쟁약인 리브리반트(얀센)와 렉라자(유한양행)에겐 호재로 여겨지는 모습이다.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는 병용요법으로 타그리소를 대체하기 위한 3상 '마리포사(MARIPOSA)'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안느 교수는 "치료제 선택은 늘 효능과 부작용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먼저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임상으로 타그리소에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할 경우 결과가 개선된다는 것이 입증됐으므로 환자 입장에서는 좋은 치료옵션이 추가된 것이다. 앞으로 타그리고 병용요법 또는 단독요법의 장단점을 논의해 치료를 결정할 것"이라고 평했다.

데이터를 근거로 뇌 전이 환자에서도 타그리소 병용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권했다. 병용요법으로 선택한 항암화학요법이 비교적 환자들이 잘 견딜 수 있는 제제로, 90세 이상 고령에서도 폭 넓게 적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향후 치료 옵션에 리브리반트와 렉라자까지 추가되면 어떨까. 이땐 독성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는 답을 내렸다. 안느 교수는 "만약 MARIPOSA 연구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리브리반트+렉라자를 추가함으로써 환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의 크기와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 이때 비용은 금전적 비용이 아닌 독성 비용을 말한다"며 "그 비용이 타그리소 화학항암 병용요법의 비용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봐야하며, 그것이 주요 고려사항이 되리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리브리반트+렉라자가 지닌 새로운 이상반응 프로파일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여겨진다. 항암화학요법도 독성이 강하지만 오랜시간 약제를 다뤄온 의료진들에게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반면 신약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부작용을 보인다면 의료진은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안느 교수는 "환자 특성에 따라 더 다루기 쉬운 치료법을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그리소 병용요법이 전체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냐는 질문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의견을 표했다. 그는 "플라우라2는 아직 전체생존기간 데이터가 20%밖에 발생하지 않아 데이터 미성숙 상태"라며 "향후 분석을 통해 계속 관찰한 뒤 타그리고 단독요법군과 항암화학 요법 간 생존 곡선이 벌어지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느 교수는 보다 정교한 환자 선별, 후속 치료를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여지도 남겨놨다. 그는 "임상연구와 혈액을 이용한 액체생검 분석 등을 통해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의 특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후속 치료 역시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옵션이 점차 넓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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