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는 지금]오너 3세는 경영수업 중, 승계준비 '속도'④‘장남 빙그레·차남 자회사’서 각각 기획·마케팅 총괄, 실무경험 통해 ‘역량 제고’
김규희 기자공개 2023-09-21 07:24:31
[편집자주]
빙과업체 빙그레가 한동안 성장정체에 빠져 고민이 깊었던 시절이 있었다. 해외기업과의 제휴, 신제품 출시 등 노력에도 매출 8000억원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단행된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는 빙그레의 성장 트리거가 되며 연매출 1조원 기업으로 도약했다. 최근에는 해외시장으로 영토 확장을 계획하며 추가 도약을 꿈꾸고 있다. 빙그레의 경쟁력 등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재무현황과 미래 성정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5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빙그레에는 ‘오너 3세’가 재직 중이다. 김호연 회장의 장남 김동환 경영기획·마케팅 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차남 김동만 씨도 최근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에서 전무로 근무하며 업무를 익히고 있다.승계를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물류 계열사 ‘제때’가 승계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승계를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김 회장이 아직 건재하고 자녀들이 1980년대생으로 젊은 나이인 만큼 경영수업에 집중할 시기라는 분석이다.
◇ ‘1980년대생’ 장·차남 모두 경영기획·마케팅 임원으로
김 본부장은 김 회장의 장남으로 빙그레에 입사한지 올해로 10년째다. 1983년생으로 연세대 UIC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EY한영 회계법인에서 M&A 자문 업무를 맡다가 2014년 빙그레로 자리를 옮겼다. 구매부 과장, 부장 등 역임한 뒤 2021년 1월 임원으로 승진했다.
현재는 경영기획·마케팅 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빙그레의 경영 전략 수립 및 추진, 마케팅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오너 3세라는 특징이 있는 만큼 자신의 업무 외에도 빙그레 사업 전반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본부장은 최근 몇 년간 빙그레가 진행해 온 마케팅에 적극 관여했다. 2018년 론칭 첫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슈퍼콘은 다양한 모델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마케팅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2019년 모델이었던 축구선수 손흥민이 광고에서 춤을 춘 모습이 해외에서 큰 화제가 됐다. 2020년엔 트로트 가수 유산슬(방송인 유재석)을 모델로 기용해 이슈몰이를 했다. 슈퍼콘은 출시 3년째인 2020년 매출 200억원을 달성했다.
빙그레 자체 캐릭터 ‘빙그레우스’에도 김 본부장 손길이 묻어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왕국이라는 가상 세계관을 배경으로 SNS,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다. 자신을 빙그레 나라 왕자로 소개하고 함께 캐릭터화된 ‘투게더리고리 경’(투게더), ‘옹떼 메로나 브루장’(메로나) 등과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이외에도 화장품 ‘바나나맛 우유 보디로션’, 패션 브랜드 ‘꼬트-게랑(Cotes Guerang)’ 등 전혀 다른 업종과 협업을 펼쳐 MZ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차남 김동만 전무는 지난 1월 빙그레 종속기업인 해태아이스크림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987년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터프츠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해 지마켓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가족회사이자 빙그레 물류 계열사인 제때에서 일하다 지난 1월 해태아이스크림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전무는 해태아이스크림에서 마케팅 기획 총괄 업무를 수행하면서 모회사인 빙그레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마케팅을 기획했다. 쌍쌍바(해태아이스크림)와 메로나(빙그레)를 합친 ‘쌍쌍바 with 메로나’, 비비빅(빙그레)과 바밤바(해태아이스크림)를 합친 ‘비비빅 with 바밤바’ 등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이슈가 됐다.
지난 3월에는 만우절 시즌에 맞춰 스테디셀러 아이스크림 ‘바밤바’의 스핀오프 격인 ‘벼볌벼’를 출시했다. 아이스크림 이름에 ‘밤’ 대신 ‘벼’를 넣어 이목을 끌었다. 벼볌벼는 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쌀 맛 아이스크림이다.
장남인 김 본부장은 마케팅 외에도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업무를 챙기고 있다. 빙그레는 유제품과 빙과류를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사업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기반 구축에 나서는 중이다.
빙그레는 2019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TFT'를 출범하고 남성건기식 상품 ’마노플랜‘을 출시하는 등 건기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1년에는 단백질 전문 브랜드 ’더:단백‘을 론칭해 단백질 음료 시장에도 진출했다.
◇ ‘가족회사’ 제때, 승계 지렛대 역할 할 듯
두 아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승계를 위한 작업은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다. 빙그레 물류 계열사 ‘제때’가 승계 지렛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제때는 주주가 모두 오너일가로 이루어진 가족기업이다. 김 회장의 자녀 3명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장남 김 본부장이 33.3%, 장녀 김정화씨 33.3%, 차남 김 전무 33.3% 등 제때 지분 100%가 오너일가에 속해있다.
제때가 승계작업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빙그레 지분구조 때문이다. 빙그레의 최대주주는 지분 36.8%를 갖고 있는 김 회장이다. 이어 공익법인 김구재단이 2.03%, 제때가 1.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업계는 제때가 내부거래 등으로 몸집을 불린 뒤 빙그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때의 배당금도 승계자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떼는 2020년 20억원, 2021년 21억원, 2022년 24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아울러 기업공개(IPO) 등 방식의 승계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제때의 상장을 통해 승계자금을 마련하고 향후 빙그레 지분 인수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빙그레는 현재 승계 관련 작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제때의 IPO 등에 대한 검토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장남 김 본부장과 차남 김 전무가 각각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에서 근무하며 업무를 익히고 있다"며 이는 "경영수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승계 관련 작업은 진행되는 게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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