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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모델' 영농형태양광에 담긴 한화큐셀의 고민은 작물 재배·발전 동시 수행 가능한 전용모듈 개발…제도적 지원 한계

경산(경북)=김동현 기자공개 2023-09-18 14:09:46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7일 12: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는 사실 태양광 발전을 보급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태양광 설비용량은 350GW로 추정되는데 좁은 국토의 약 70%가 산지 임야다보니 토지 훼손 등의 문제로 전면적인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태양광 사업자로 이름을 알린 한화솔루션(큐셀부문), OCI 등이 소재 연구개발(R&D) 및 생산을 국내에서 하더라도 발전사업만큼은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를 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경에 따른 제약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른 발전 방식이 바로 영농형태양광이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사와 태양광발전을 병행하는 것으로 작물이 더이상 광합성을 하지 않는 광포화점 이상의 햇빛을 태양광 발전에 활용한다. 해외에선 이미 상용화된 방식이지만 국내에선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영농형태양광 모듈 개발을 통해 국내 시장을 키우려는 한화큐셀·영남대 실증단지를 지난 13일 다녀왔다.

경북 경산 영남대 실증단지에 설치된 한화큐셀의 영농형태양광 전용모듈(사진=김동현 기자)
◇태양광 발전설비와 작물의 공존, 상생모델로 시작

영농형태양광은 일본에선 솔라쉐어링(Solar Sharing), 미국에선 팜 랜드 듀얼 유즈(Farm Land Dual Use) 등으로 불린다. 단어 그대로 한 부지에서 햇빛을 태양광 발전과 농작물 생산을 위해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식물마다 가진 고유의 광포화점을 활용한 개념이다. 식물은 아무리 일조량이 많아도 광포화점을 넘어설 경우 광합성을 하지 않고 심지어는 살아남기 위해 수분을 증발시키기도 한다. 영농형태양광은 이 광포화점 이상의 빛을 태양광 발전에 투입한다.

590평에 이르는 실증단지에선 단면형 일반모듈, 수직형 모듈, 협소형 모듈 등 다양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실제 전력 발전시 작물 재배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하고 있다. 개념적으로는 광포화점 이상의 햇빛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농업 현장에 적용할 때 농민들이 환경 문제나 수확량 저조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작물 수확량은 작물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농지 대비 70%에서 110%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수확량이 일부 줄어든 경우도 있지만 발전 전력을 판매하고 나오는 수익을 더하면 오히려 농가 수익을 높이는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경북 경산 영남대 실증단지에 설치된 한화큐셀의 영농형태양광 전용모듈(사진 왼쪽)과 일반 모듈. 전용모듈은 뒷면이 유리로 돼 투과율 측면에서 효용성이 높다.(사진=김동현 기자)
실제 영남대 실증단지의 설비용량 100㎾ 규모의 영농형태양광을 운영하면 연간 약 3000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실증센터장) 교수는 영농형태양광 일시사용 허가기간 20년(국회 계류 중인 농지법 개정안)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20년 동안 이자, 원금 등을 갚아나가도 매달 100만원의 수익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이러한 영농형태양광을 농업인과의 상생모델 개념으로 접근했다. 현재 단면형 일반모듈을 사용했을 때보다 효율성 높은 모듈을 개발해 보급하면 농가 소득을 올리는 동시에 국내 태양광 산업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한화큐셀의 영농형 전용모듈은 제품 뒷면을 유리로 덧대 태양빛이 투과할 수 있게 만들었고 크기 자체도 작다. 1년여에 걸친 R&D 끝에 2019년 출시된 해당 영농형 전용모듈(협소형)은 현재 실증단지에서 그 효용성을 살펴보는 중이다. 실증단지에 설치된 전용모듈 설비용량은 10㎾로 실증단지 전체 용량의 10% 수준이다.

◇산업화까지 남은 제도·가격 한계

그러나 영농형태양광의 전면적인 보급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제도적으로 농지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의 운영 기간은 최대 8년뿐이다. 보통 태양광 설비의 수명이 2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시사용 허가기간이 턱없이 짧다.

국회에 영농형태양광을 위한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기간을 20년으로 하는 농지법 개정안과 '영농형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이 올라와 있긴 하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연내에 이러한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영남대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 전경(사진=한화큐셀)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전무)은 "상정된 법안이 통과돼 넷제로에도 도움이 되고 농가소득에도 도움되는 형태로 갔으면 좋겠다"며 "이번 회기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1~2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발의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농촌공간재구조화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법안은 내년 3월 말 시행될 예정인데 농촌 내에 재생에너지지구를 지정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시설을 집단화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다.

다만 업계에선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등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법안에 영농형태양광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도 아니어서 아직은 지켜봐야 할 단계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 시행으로 영농형태양광이 전면 확대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법 시행 이후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듈 가격도 고민 요인 중 하나다. 한화큐셀의 영농형 전용모듈 가격은 뒷면에 유리가 들어가고 아직 양산 단계가 아니다 보니 일반 모듈 대비 1.5배가량 비싸다.

제도적 지원으로 영농형태양광이 전면 확대돼 대량 생산에 이르지 않는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많진 않다. 한화큐셀의 국내 모듈 생산능력은 4.5GW로 사실상 신제품인 영농형 전용모듈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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