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내년으로 미뤄진 '크레졸 톱3' 꿈 신규공장 투자기간 8개월 늘어...물성 개선·강화한 안전 규제 등 영향
정명섭 기자공개 2023-09-19 07:12:44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4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솔루션에서 기초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케미칼 부문은 신사업으로 '고순도 크레졸'을 낙점했다. 이는 합성비타민과 합성향료, 산화방지제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기초소재다. 2021년부터 이를 생산하는 신규 설비 투자도 시작됐다. 이를 기반으로 2023년 '글로벌 3위 고순도 크레졸 생산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세웠다.그러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물성 개선과 안전 환경 설비 보강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 탓이다. 고순도 크레졸 신규 공장 가동 시기는 올해 9월에서 내년 5월로 연기됐다.
◇물성 개선·안전 설비 보강에 투자기간 8개월 더 늘어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이달 중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고순도 크레졸 신규 시설 투자를 내년 5월 31일까지로 연장했다. 당초 올해 6월 말까지 투자를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같은 해 9월로 한 차례 미뤄졌고, 이번에 8개월 더 길어졌다.
이는 전남 여수 산업단지에 연산 3만톤 규모의 고순도 크레졸 생산공장을 짓는 신규 투자다. 총 투자금액은 1707억원이다. 당초 1200억원을 책정했으나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투자비가 500억원 증액됐다. 본격적인 투자는 2021년 4월부터 시작됐다. 지난 6월 말까지 기투자액은 1646억원이다. 전체 투자금액의 96.4%가 투입됐다는 건 사실상 주요 설비 투자는 끝났다는 의미다.
상업 생산 시기가 내년으로 연기된 건 물성 개선 작업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고순도 크레졸은 90% 이상의 순도와 특정 불순물 함량이 낮은 정밀화학 원료다. 크레졸 합성, 이성질체 분리 기술뿐만 아니라 공장 운전기술 고도화도 필요하다. 한화솔루션은 고순도 크레졸 사업이 새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초기 품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안전과 관련한 설비 보강도 투자 기간을 길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화학산업은 대규모 생산시스템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집약적 장치산업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재해발생 빈도는 낮은 편이나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화재·폭발사고로 이어져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올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차다. 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는 게 석유화학 업계의 설명이다.
한화솔루션은 작년 2월 ESG 목표 중 하나로 '무사고·무재해 사업장 실현 및 탄소중립 달성'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작년에만 안전보건환경 관련 시설 투자로 1356억원을 썼다. 작년 한 해 한화솔루션의 연결기준 자본적지출(CAPEX)이 941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크레졸 설비 투자는 신사업이다 보니 물성 개선 등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 기존 설비 증설 건보다 투자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안전 환경 관련 설비 보강 부문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크레졸 사업 시도했다 접어...시장 성장 가능성에 재진출 결정
고순도 크레졸 상업 가동이 늦어지면서 '세계 3위 고순도 크레졸 사업자 도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시기도 지연될 전망이다. 현재 고순도 크레졸을 생산하는 기업은 독일 랑세스와 일본 미쓰이케미칼, 중국 안후이 하이화 케미칼, 남아고 사솔 등 극소수다. 이에 한화솔루션이 3만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하면 단숨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한화솔루션은 2015년 화학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크레졸 합성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파일럿 평가를 통해 기술을 검증했고, 2016년에는 크레졸 생산을 위한 공정 기술까지 개발했다. 그러나 당시 기존 제조사들이 신규 증설을 추진하는 바람에 한화솔루션은 고순도 크레졸 상업화 프로젝트를 중단해야만 했다.
분위기가 전환된 건 2019년이다. 크레졸 유도체 중 헬스케어 제품인 비타민E, 멘솔 등의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한화솔루션은 고순도 크레졸 상업화를 재검토하기 시작했고 신규 공장 건설 결정으로 이어졌다.
한화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작년 기준 크레졸의 전세계 수요량은 약 18만5000톤, 시장 규모는 8000억원 수준이다. 시장 규모는 매년 4%씩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매년 약 1만톤 정도의 크레졸 수요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한화솔루션의 크레졸 사업 진출은 국내 기업들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크레졸 공장 상업 가동 이전인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샘플을 확보해 예상 수요처를 대상으로 프리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향후 크레졸 사업이 그룹사 내에 벤젠과 톨루엔, 자일렌 사업과 염소전기분해(CA) 사업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기본에 충실한 SK가스…'경영성과' 반전 필요
- [SK그룹 인사 풍향계]'그림자 참모' 있는 곳엔 굵직한 변화…다음 행보는
- [2024 이사회 평가]주력사업 부진한 HS효성첨단소재, 독립성·다양성 개선 시급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더 악화할 '미·중 패권 갈등'이 기회
- [LG그룹 인사 풍향계]'안정 속 변화'에 무게…부회장 승진 인사 주목
- [재계 트럼프 연결고리]트럼프 1기 인사 영입한 LG…측근 지역구 대규모 투자 인연
- SK이노 'O/I' 추진 조직 신설, 내실 경영 속도전
- [SK 이사회 2.0 진화]거버넌스 체계, 이전과 어떻게 달라지나
- [2024 이사회 평가]OCI홀딩스, 안정적 육각형…자본효율성에도 '저평가'
-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세기의 이혼' 대법 본격 심리, 핵심 쟁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