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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의 재발견]대통령의 차에서 상용차로, 수소차 목적지 바꾼 현대차그룹⑤역대 대통령에게 수소차 '강추'했던 정몽구, 상용차로 전략 바꾼 정의선

허인혜 기자공개 2023-09-25 07:58:32

[편집자주]

진화에 꼭 필요한 요소가 혼종(hybrid)이라면 하이브리드차는 그 이름부터 진화의 첫 걸음이다. 첫 하이브리드차로 거론되는 포르쉐 박사의 믹스테(Mixte)도 프랑스어로 '혼합된'이라는 뜻을 담았다. 1990년대부터 양산된 하이브리드차는 오랜 길을 걸었던 만큼 점차 당연한 존재가 됐지만, 최근 다시 핀 조명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내연기관차가 속도를 줄이고 전기차가 시동을 켜는 현 시점에 맞춰 하이브리드차의 역할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더벨이 하이브리드차의 히스토리와 역할, 전망을 '재발견' 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15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리드차를 다루려면 수소차와 전기차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스코어는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차세대 친환경차의 트로이카라서다. 수소차의 일종이자 대표적인 메커니즘인 '수소연료전지' 차는 전기와 수소의 결합으로 움직여 하이브리드차에 속한다.

그런데 수소차는 잘 안팔린다. 국내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폭을 넓혀도 잘 안나간다. 인기없는 수소차 현상은 올들어 더 심해졌다.

글로벌 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세계 각국에서 등록된 수소차는 채 1만대에 이르지 못했고, 전년과 비교하면 10% 가깝게 감소했다. 판매량과 월을 나눠 단순계산하면 월 평균 전 세계에서 1300~1400대가 팔린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현대차그룹은 수소차를 개발 중이다. 사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넥쏘'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다.

영향력이 컸던 곳에 역풍도 큰 법, 수소차의 입지가 쪼그라들 수록 현대차그룹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때 내연기관차 후계자 라이벌이었던 전기차는 이미 속도를 높였고 그 사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질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개발은 어떻게 이어져왔고, 전략은 어떻게 수정될까.

◇수소차 시장 독주하던 현대차, 속도 조절 중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국제 시장에서 수소차를 유의미하게 생산하는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다. 또 다른 하나가 토요타다. 현대차그룹과 토요타의 상반기 합산 점유율이 70% 수준이고, 지난해에는 80% 이상이 현대차그룹과 토요타에서 나왔다.
현대차의 '2024 넥쏘'.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과 토요타에 집중된 점유율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그룹과 토요타, 특히 점유율 1위인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시장에서는 경쟁자 없이 독주 중이라는 의미다.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완성차 기업들이 딱히 군침을 흘릴 만한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도 된다. 두 기업의 점유율이 전년대비 떨어진 이유는 중국의 친환경차 육성 사업 때문이다. 두 기업의 점유율을 받아간 기업은 킹롱과 위통으로 모두 중국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전략과 마케팅은 확실히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변했다. 일반 승용차인 넥쏘는 2018년부터 한 차례도 얼굴을 바꾸지 않았다. 넥쏘 후속 모델에 대한 기대감과 소문은 이듬해인 2019년부터 여러번 나왔지만 실제화는 되지 못했다. 수소차 산업 범위는 상용차로 좁아지고 있다.

◇넥쏘 팔아도 손해보는 현대차, 넥쏘 밖에 없는 소비자

애지중지했던 수소차가 점점 현대차그룹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이유는 뭘까. 수소차를 포함한 수소사업은 인프라와 보급이 가장 중요한 만큼 정부·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다. 국내 수소산업은 정권의 교체 시기마다 국가 역점 사업이 됐다가 뒷전이 되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 글로벌 시장도 수소의 경제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최근 영국의 유명 헤지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수소산업의 수익성을 꼬집은 게 한 예다. 주요 수소 에너지 기업들이 포진한 글로벌 수소경제 지수가 올해만 20% 하락했다. 전쟁 등의 여파로 천연가스 값이 오르며 수소차의 경쟁력도 반비례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가 이동식 수소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전체 완성차 시장과 달리 수소차 시장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 2022년 전 세계에서 팔린 수소차 중 57%가 한국에서 팔렸다. 차석이 5000대를 채 팔지 못한 중국인데,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차를 대대적으로 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한 수요와 판매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소차는 국내 시장을 보면 글로벌 시장의 흐름이 보이는 산업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 수소차의 인기는 왜 떨어지고 있을까. 수소차 시장 축소는 수요와 공급 모두 맞물린 효과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소차 모델이 사실상 넥쏘 하나 뿐이다. 빨라진 풀체인지 주기를 고려하면 넥쏘의 외관은 이제 구식이 됐다. 게다가 넥쏘는 수익성보다는 상징성이 높은 차다. 현대차는 넥쏘를 팔고 보조금을 지원 받아도 손해를 본다.

충전소도 적다. 전국에 설치된 충전소도 많지 않고 대수도 200기 수준이다. 수소버스 등 상용차와 함께 써야해 일반 운전자에게는 충전 인프라가 더 멀게 느껴진다. 수요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 등 공급자에게 충전소를 늘려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쉽지 않다.

◇'대통령의 차'에서 상용차로…달라진 목적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노르웨이에서 현지 시판 중인 현대차의 수소차 '투싼 ix35 FCEV'를 시승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의지는 본래 지금보다 훨씬 높고 단단했다. 수소차 연구도 1988년 일찌감치 시작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매년 신년사에서 친환경 그린카를 강조했다. 당시만해도 현대차그룹에게 그린카란 곧 수소차를 뜻했다.

정 명예회장은 특히 대통령들과의 만남에서 수소차를 '강추'했다. 대통령의 차라는 상징성을 돌아보면 현대차그룹이 '밀어주는 차'가 수소차였다는 이야기다. 2005년 수소차의 양산화를 선언하며 정 명예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태운 수소차 '투싼'이 청와대를 도는 시승식을 대대적으로 열었고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차 유럽을 방문할 때도 정 명예회장의 주도로 수소차를 지원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개발 의지가 대외적으로 축소된 건 아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여해 현대차그룹이 수소산업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 관련 행사였던 만큼 전체 미래차 전략 중 일부인 수소차가 부각된 점이 없지 않지만 수소차 하락세 속에서도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사표현이 분명했다.

다만 그 목적지는 일반 승용차에서 상용차로 변화해 굳어지는 모양새다. 정 회장 취임 후부터 상용차 중심의 수소차 개발이 속도를 냈다. 정 회장은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차를 포함한다는 계획을 2021년 내놨다.

지난달 개막한 'H₂ MEET 2022'에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차종만 봐도 목적지가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버스 경찰버스와 수소전기트럭 청소차, 살수차 등을 선보였다. 독일 파운(FAUN)그룹 자회사인 엔지니어스(Enginius)와 협업해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한 청소트럭과 중형 화물트럭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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