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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를 움직이는 변호사들]정명재 김앤장 변호사, 한국 자본시장과 함께 걸어왔다⑥LGD 한·미 동시상장·쿠팡 뉴욕거래소 입성·LG엔솔 상장 자문 등 화려한 트랙레코드

안준호 기자공개 2023-09-25 08:48:05

[편집자주]

국내 IPO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법률자문 업무를 맡는 로펌의 위상도 높아졌다. '비용'으로 인식되어 종종 생략되던 법률실사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로펌이 '리스크 전문가'로서 내부통제 체계와 ESG 경영까지 컨설팅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활동하는 국내 주요 변호사들을 만나 IPO 시장 진단과 로펌의 역할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13: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정명재 변호사의 업무 이력을 살펴보면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사를 읽어낼 수 있다.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랙 레코드를 쌓으며 경험을 쌓았다. 20년 이상 최전선에서 자문을 맡으며 제도와 실무의 ‘산파’ 역할을 한 사례도 적지 않다.

주니어 시절엔 LG디스플레이 한·미 동시상장 자문에 참여해 관련 규정 개선에 기여했다. CJ 제일제당 해외법인, 두산인프라코어 등 일반기업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과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 LG에너지솔루션 공모 등 기념비적인 딜에 참여하며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미 동시상장 1 LGD IPO 자문

정명재 변호사는 제35회 사법시험 합격 후 2000년 김앤장에 합류했다. 육군법무관 생활을 거쳐 서울지방법원에서 판사로 재임하기도 했으나 기간이 길진 않았다. 이전부터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컸기에 초년 시절 자문 변호사로 커리어를 전환했다.

당시에도 김앤장은 국내 로펌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혔다. 자본시장 업무를 맡은 정 변호사 역시 주니어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부터는 한국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을 검토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동시상장 ‘1호’ 사례였던 LG디스플레이(당시 LG필립스LCD) 역시 김앤장이 맡았다.

LG디스플레이는 2004년 7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상장을 거쳐 증시에 입성했다. 공모 규모는 10억 달러. 한화로는 약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시가총액 규모가 500조원 안팎이었던 당시 자본시장에서는 기념비적인 규모였다.

정 변호사는 “2002년 전후로 국내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이 국내외 동시 상장의 가능성을 국내 로펌에 검토해달라고 의뢰하는 일이 잦았다”며 “당시에도 김앤장은 자문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문의가 많이 들어왔고, 여러 IB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의뢰가 들어오자 검토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당시 국내 법체계에서 동시 상장은 낯선 개념이었다. 실무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고려해야 될 요소들이 많았다. 순차 상장도 고려했으나 시간 지연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문제였다. 결국 국내와 해외 투자자의 청약을 동시에 받는 동시 상장을 택했다. 당시 국내 주관사는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김앤장은 법률 자문을 맡았다. 정 변호사 역시 이 과정에 참여해 ‘국내외 증권시장 동시상장의 법적 문제점’(2002) 등 논문을 발표하며 제도 개선에 기여했다. LGD 동시상장은 현재까지도 국내 자본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획기적 IPO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롯데쇼핑, 금호타이어 등 후속 딜이 이어졌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정명재 변호사

조직문화 유연성 강점…크로스보더 딜 선도

김앤장은 법률자문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로펌이다. IPO를 포함한 자본시장 부문에서도 위상이 확고하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 변호사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의뢰가 들어오면 소속 그룹 간의 칸막이 없이 최고의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한다는 것이 김앤장의 특징”이라며 “구성원 간의 협업을 통해 가장 최적의 솔루션을 내고자 하는 문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경을 오가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딜은 김앤장이 선도하는 분야다. 지난 2021년 더블다운인터액티브(DDI)의 나스닥 상장 역시 정 변호사가 발행사 자문을 맡았다. ADR 형태의 나스닥 상장은 2005년 게임업게 그라비티 이후 16년만이었다.

미국 상장이더라도 발행 당시 및 발행 후 1년 이내에 국내 거주자에게 전매될 가능성이 있다면 국내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DDI 역시 금융감독원에 공모 신고서를 냈다. 김앤장은 양 국 신고서 간의 내용을 검토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 변호사는 “DDI의 경우 국내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규정이 도입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사례였다”며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증권신고를 해야 하는 만큼, 상충하는 양 법제를 조화롭게 해석하여 신고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고, 핵심 요인의 누락 없이 양국에서 제출되는 신고서들의 기재 내용을 맞추는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DCM 발행에서도 ‘1호’ 자문 사례들이 많다. 특히 비금융 회사의 영구채 발행은 초기부터 정 변호사가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첫 사례는 CJ제일제당 인도네시아 법인인 ‘PT CJ인도네시아’였다. CJ 본사 보증을 거쳐 아리랑 본드 형태로 발행됐다. 순수 민간기업의 첫 발행은 두산인프라코어였다. 모두 김앤장에서 자문을 맡았다.

정 변호사는 “당시 일반 기업의 영구채 발행은 전례가 없다 보니 발행 과정부터 계약서까지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며 “당시 만든 실무 양식이 업계 표준이 되었고, 두산인프라코어 등 후속 발행까지 김앤장에서 도맡아 자문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레벨업 보여준 쿠팡·LG엔솔…법률자문 참여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내 자본시장의 체급은 한 단계 올라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랜 기간 시장을 지켜본 정 변호사 역시 이같은 의견에 동감한다. 처음 업무를 맡았던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대형 기업들은 IPO를 통해 국내에서 온전히 자금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포스코 홀딩스 등이 ADR 형태로 뉴욕에 상장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우리 자본시장의 규모도 글로벌 수준에 가깝게 올라갔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평가다.

최근 이뤄졌던 쿠팡 모회사(Coupang, Inc)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외 공모 등은 이같은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두 사례 모두 김앤장이 발행사 자문을 맡았다. 쿠팡의 경우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작성 실무는 해외 로펌이 맡았다. 김앤장에서는 국내 법률 체계나 규제에 맞춰 이를 검토했다.

정 변호사는 “쿠팡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국내 기업이 해외 자본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다”라며 “LG엔솔의 경우 12조원에 달하는 공모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만들어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질적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특히 IPO 과정에서는 로펌 역할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의견이다. 그는 “자본시장의 건전성이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보면 법률실사와 자문이 확대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사례와 같이 증권신고서 자체를 로펌이 쓰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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