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상장 나선 SLL중앙, 무거워진 차입 부담 '변수'제작사 줄줄이 인수, 매출 볼륨 껑충…외부차입 확대, 실적 변동성 노출
양정우 기자공개 2023-09-26 13:28:18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콘텐츠' 제작사인 SLL중앙이 기업공개(IPO)에 착수하면서 약화된 차입 구조가 상장 작업에 부담으로 자리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IPO에서는 성장 여력을 담아낸 에쿼티 스토리가 중시되지만 현금 창출력과 직결된 차입금 의존도도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잣대로 꼽힌다.드라마 제작사를 줄줄이 인수한 덕에 수년 간 연결기준 매출 볼륨이 급격히 확대됐다. 반면 수익성은 아직 안정 궤도에 올라서지 못해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제작사와 콘텐츠 투자를 확대해 나가면서 외부 차입을 늘린 탓에 재무적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2년새 2배 이상 확대…지난해 적자, M&A 계열 영업손실
IB업계에 따르면 SLL중앙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 전반이 RFP를 건네받았다. 이들 하우스는 내달 중순까지 주관사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SLL중앙의 비즈니스는 크게 콘텐츠 유통과 드라마 제작 등으로 분류된다. 콘텐츠 유통 사업에서는 JTBC를 비롯한 3~4개 채널에 드라마와 예능 등 방송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의 경우 JTBC 방영 드라마와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재벌집 막내아들(사진)로 잭팟을 터뜨릴 정도로 드라마 제작 역량은 이미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제작사 인수합병(M&A)을 연달아 시도하면서 제작 편수가 빠르게 증가해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 매출액 2402억원에서 지난해 5796억원으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에 외형도 경쟁력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근래 들어 수익성의 저하가 눈에 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0% 수준으로 전년(2.7%)과 비교해 큰 폭으로 낮아졌다. 콘텐츠 제작 원가가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 미국 자회사인 'Wiip'의 대규모 영업 손실이 연결기준 실적에 반영된 탓이다. 올해 상반기 들어 수익성이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이지만 IPO를 앞두고 실적 변동성을 드러낸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동종업계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스튜디오드래곤은 공격적 매출 확대에 나서는 대신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 기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746억원, 379억원으로 집계됐다. SLL중앙의 경우 각각 2728억원, 마이너스(-)142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IPO 타이밍을 실적 반등 시점으로 잡겠지만 이미 결산된 마이너스 수치는 영업 계속성 측면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는 오징어 게임으로 일회성 대박을 터뜨린 게 아니라 글로벌 OTT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국내외 OTT의 대대적 국내 투자를 감안할 때 SLL중앙의 중장기적 성장세에 무게가 실린다"고 내다봤다.
◇콘텐츠 섹터, 현금흐름 변동성 주목…차입금 확대, 투자 스탠스 '초점'
콘텐츠 섹터는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매년 판권 확보 등 설비투자(CAPEX) 명목의 비용 지출이 작지 않은 데다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인 제작 드라마의 흥행 여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여건에서도 SLL중앙은 공격적 투자를 벌여왔다. 2019년 이후 제작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이어오면서 Wiip,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등을 계열사로 확보했다. 인수를 비롯한 투자에 투입한 자금만 2021년 2700억원, 지난해 620억원 가량으로 파악된다. 영업현금흐름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지출이 계속 예정돼있으면 외부 차입에 나설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회사채 장부금액은 2368억원, 차입금 장부금액은 1426억원 수준이다. 총 차입금은 3998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말 3186억원보다 25.5% 증가했다. 2021년 초 프리IPO를 단행하면서 4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한 덕에 재무 구조가 단번에 개선됐었다. 하지만 다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재무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진 건 아니다. 회사측은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으로도 재무 부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상반기 말 기준 단기성차입금의 규모가 현금성자산에 비교해 작은 수준은 아니다. 앞으로도 현금 창출력보다 공격적 스탠스로 제작사 인수와 작품 투자에 나서면 재무 지표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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