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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농심 주가, 신라면 만큼 매웠던 이유는7년만에 50만원 터치 전반적 상승세, 북미사업 순항 모멘텀 작용

이우찬 기자공개 2023-12-27 09:43:5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8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출처=네이버 증권

농심의 올 한 해 주가는 핵심 브랜드 '신라면' 만큼 매운 듯 합니다. 해외에서 성장성을 인정받으며 주가가 전체적으로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전체적으로 국내 주식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로 주목됩니다.

농심 주가는 12월 15일 종가 기준 40만 1000원입니다. 연초 첫 거래일인 1월 2일 35만2000원과 비교하면 13.9% 올랐습니다. 지난 10월 10일 장중 50만원까지 올라가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1월 4일 장중 54만원을 기록한 이후 7년 9개월여 만에 50만원을 터치한 건데요. 최근 주가가 소폭 내려갔으나 올해 전체적인 상승 흐름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주가는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지표인데요. 경쟁사 중 한곳인 오뚜기와 비교하면 두드러집니다. 농심과 오뚜기의 덩치는 유사한데요. 오뚜기가 조금 더 큽니다. 작년 기준 매출은 농심과 오뚜기가 각각 3조 1291억원, 3조 1833억원입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예상 매출은 각각 3조 4285억원, 3조 5463억원이죠. 이달 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농심과 오뚜기가 각각 2조 4391억원, 1조 5791억원입니다. 시장은 농심의 가치를 더 쳐줍니다.

◇Industry & Event

농심의 사업구조는 간단한 편인데요. 사업부문은 크게 라면과 스낵으로 나뉩니다. 라면사업 매출 비중이 80%에 육박합니다. 작년 3조 1291억원의 매출 중 라면 비중은 78.8%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에서 라면은 78.7%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올해 주가 흐름은 해외사업의 성장이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데요. 0명대 출생률로 국내 식품산업의 미래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농심을 포함해 삼양식품, 오리온, 롯데칠성음료 등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식품기업들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농심과 매출 규모가 유사한 오뚜기의 시가총액은 8600억원가량 작습니다. 오뚜기의 해외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죠.

농심그룹 총수인 신동원 회장은 2021년 7월 취임과 함께 글로벌 사업 강화를 천명했습니다. 국내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확장을 꾀하겠다는 의지였는데요.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농심의 2020년 국내 비중은 63%였지만 2021년과 2022년 각각 59%, 56%로 줄었습니다. 올해 반기 기준으로는 52%로 파악됐습니다. 해외 비중은 2020년 37%에서 올해 반기 48%로 커졌죠.

미국사업이 영토 확장 선두에 있습니다. 미국법인(농심아메리카) 매출은 2017년 2239억원에서 2020년, 2021년 각각 3404억원, 3899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어 작년 5000억원 고지를 밟아 541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농심아메리카의 라면 생산능력은 금액 기준 2021년 4023억원에서 작년 7114억원으로 76.8% 커졌는데요. 증가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캐파를 확보했죠.

신 회장은 미국사업에 더욱 힘을 싣는데요. 2025년 1조원을 목표로 잡으며 미국 라면시장 1위를 정조준합니다. 이르면 2025년 미국 3공장을 착공할 예정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농심 미국 2공장 모습. 출처=농심
◇Market View

증권업계에서도 농심의 해외사업 특히 미국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요. 북미사업 매출액 비중 증가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합니다.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는 북미 법인 수익성은 국내 법인 수익성 대비 뛰어나기 때문인데요. 한국투자증권의 강은지 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최근 5년간 농심의 국내 법인 평균 영업이익률은 3.2%인 반면 북미 법인 영업이익률은 6.3%를 기록할 정도입니다.

농심의 가장 최근 증권사 리포트는 지난달 30일에 나왔습니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실적 전망 보고서를 냈는데요. 역시 미국사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최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중 북미공장 라인 증설을 예고하고 있다"며 "텍사스 등 남부지역 점포 입점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으로 북미 내 인구 수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임을 고려하면 실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리포트에서 농심의 내년 투자 포인트로 △글로벌 라면 수요 확대·견고한 이익 체력 △미국 성장세 회복 △미국 증설 가능성 △중남미 확장 등을 꼽았습니다. 오 연구원은 "계속되는 글로벌 라면 수요 확대에 따라 외형 성장도 지속될 전망이다"며 "해외 기여도 확대로 높은 영업이익률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고 예측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농심 내부에서는 주가 흐름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수를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농심의 주식시장 대응은 경영기획실에서 합니다. 경영기획실에 IR팀이 있습니다. 소수의 실무자가 IR 업무를 하는데요. 김보규 경영기획실장(상무)이 관련 업무 책임자입니다. 김 실장 주도로 농심 IR 인력은 올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120회 이상 미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적극적으로 시장과 스킨십을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올 하반기 39건의 증권사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경쟁사 오뚜기의 경우 3건에 불과하죠.

농심의 주가 상승에 관해 김 실장의 의견이 궁금했습니다. 홍보실을 통해 당사자 통화를 요청했는데요. 김 실장이 거부해 직접 의견을 전달받는데 실패했습니다. 서면 질의서를 홍보실에 건넨 뒤 김 실장의 답변을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 실장은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았고 주가에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농심은 해외사업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며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최근 한국 음식료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법인 중심의 해외실적 성장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농심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시장과 스킨십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김 실장은 "분기별 IR자료 제공과 국내외 애널리스트·기관투자자와 1:1·그룹 IR 미팅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를 높여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에 도움을 주고자 주력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올해 증권사·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120회 이상 미팅을 실시했다"며 "향후 외국인 투자자의 미팅 수요가 확대된 만큼 해외 IR 미팅을 강화하고 IR 인력 확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에 관한 물음에도 답했습니다. 김 실장은 "주가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어렵다"며 "다만 주주환원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고 전년도 주당 배당금 증액도 이를 반영한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농심은 작년 결산 배당으로 19년 만에 1주당 배당금을 늘린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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