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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디폴트옵션 계열 물량 이슈, 양극화 촉발 우려 경남은행 자진 해소…증권업계 당국 지적에도 유보적 입장

이돈섭 기자공개 2023-10-04 08:22:23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6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 등이 금융감독원 지적에 따라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포트폴리오 내 계열사 정기예금 상품 편입 해소에 나선 가운데 증권업계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는 현행 자본시장법 법 조항의 모호성과 포트폴리오 중간 해지에 따른 고객 수익 저하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고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사전지정운용제도 포트폴리오에 계열사 정기예금 상품을 포함하고 있는 일부 퇴직연금 사업자에 신탁업자 이해상충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 등 일부 퇴직연금 사업자는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아 정상 운용하고 있던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변경, 당국 심의를 받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매년 연금사업을 정기검사하는데, 올해의 경우 일부 신탁상품이 그룹 계열사 예금상품을 편입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며 "신탁업자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최근 일부 퇴직연금 사업자 사전지정운용제도 포트폴리오에도 같은 기준으로 비슷한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제108조는 신탁업자가 신탁재산으로 신탁업자 또는 그 이해관계인의 고유재산과 거래하는 행위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보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가 위탁 적립금을 계열 은행(이해관계자) 정기예금에 태우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해관계자의 고유재산을 통해 운용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는 일반적인 거래조건에 비추어 신탁재산에 유리한 거래인 경우 예외를 허락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내 계열사 정기예금 상품 포함으로 수익성이 좋아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진 않다"면서 "상시 감독 시스템을 통해서 걸러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BNK금융지주 산하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은 금감원 지적에 따라 서로의 정기예금을 교차 편입하고 있던 포트폴리오 구성을 즉각 변경키로 했지만,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계열 은행 정기예금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증권업계 사업자의 경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정기예금 상품을 편입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잘 운용해 온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사업자 지적 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포트폴리오를 중간 변경할 경우 만기 이자를 받을 수 없어 고객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각 사업자의 포트폴리오 규모도 사업자 의사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3억원 이상의 개별 예금상품의 경우 신탁업자와 이해관계인이 예외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증권사 포트폴리오 내 계열 은행의 개별 금융상품 적립금액은 대부분 3억원을 넘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운용 규모가 작은 개별 상품을 통한 계열사 신탁 지원을 막기 위해 삽입됐지만 업권 일각에선 양극화 현상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적립금 규모가 큰 은행을 계열사로 둔 사업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업자에 비해 계열사 밀어주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각 사업자 계열사 구조 등을 감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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