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걸 명예회장, 고려아연 지분 유미개발에 넘긴 배경은 보유 지분 전량 136억원에 매각…직접 참전 대신 유미개발에 간접 지원
조은아 기자공개 2023-10-04 17:54:15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7일 13: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고려아연을 둘러싼 지분 경쟁에서 한발 물러섰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을 전량 영풍그룹 계열사 유미개발에 넘기면서다. 최 명예회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려아연을 둘러싼 지분 경쟁이 한창 불붙는 상황에서도 보유 지분을 늘리지 않고 관망해왔다.과거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함께 그룹을 경영했었고 집안의 최고어른인 만큼 지분 경쟁에 동참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아예 손을 뗀 건 아니다. 유미개발 역시 최씨 측 회사로 분류된다. 최근 고려아연 지분을 속속 매입하며 지분율을 높여왔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최창걸 명예회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 2만4912주(지분율 0.13%)를 계열사 유미개발에 넘겼다. 2017년 하반기 1000주를 기부하면서 지분율 0.13%가 된 지 6년 만의 지분율 변화다. 주당 54만6000원에 매각이 이뤄지면서 최 명예회장은 136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최 명예회장의 행보는 다소 의아한 구석이 있다. 내년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재 장씨 집안과 최씨 집안이 각각 우호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달에만 1만8528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최 회장의 보유 주식은 한달 사이 34만2507주에서 36만1035주로 2만주 가까이 증가했다. 주식 매입을 위해 사용된 돈만 98억2444만원이다. 이달에만 지분 확대를 위해 1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한 셈이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을 모태로 한다. 핵심은 고려아연이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매출 70%를 담당하고 있다. 그간 소유는 장씨 집안이, 경영은 최씨 집안이 하는 방식으로 잡음 없는 경영을 이어왔으나 지난해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8월 한화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고려아연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친밀한 재계 총수들을 동원해 우호 세력을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장형진 고문이 유상증자에 반대하고 관련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양쪽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열린 이사회엔 장 고문이 계속 참석하면서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된 모양새지만 친인척과 계열사를 동원한 지분 매입은 오히려 더 활발해졌다.
특히 내년 3월이면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와 장형진 고문의 기타비상무이사 임기가 동시에 만료된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두 사람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지는데, 양측의 표 대결이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열띤 지분 매입은 내년 주총을 대비한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두 집안의 지분율 격차는 9월 기준 3%대다. 추후 현대차그룹 계열사 HMG글로벌이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5%로 확보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두 집안의 지분율은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명예회장이 지분을 넘긴 유미개발은 그의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원문화재단이 지분 25.73%를 보유하고 있다. 유미개발 역시 지난해부터 틈날 때마다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2년 전 지분율이 1%도 안됐으나 최근 1.50%까지 올라왔다. 최씨 측 회사로 분류되는 만큼 최 명예회장이 지분 경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보긴 어렵다. 다만 자신이 직접 보유하지 않고 계열사로 넘긴 배경엔 싸움에 직접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 명예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두 집안의 4세들까지 지분을 사들이는 상황에서도 지분을 매입하지 않았다. 2017년부터 보유 지분이 똑같이 유지되고 있다. 그룹 2세로 집안의 최고어른인 데다 같은 2세인 장형진 고문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며 별 탈 없이 그룹을 이끌어왔던 만큼 두 집안의 싸움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계열사에 지분을 몰아주고 자신을 한발 물러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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