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대기업, 프로구단 필요할까 [thebell desk]

김용관 부국장 겸 산업1부장공개 2023-10-06 07:31:53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민낯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야구, 배구, 농구 등 가장 인기많은 스포츠가 월드 클래스 수준은 고사하고 아시아권에서도 통하지 않는다게 확인됐다. 우승은 커녕 메달도 못따는 수준이다.

특히 야구는 충격이다. 한수 아래라고 여겼던 대만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1점도 뽑지 못하고 영봉패를 당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연봉톱인 스포츠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4번 타자가 타율 0.00인데 삼진이 무려 6개. 홈런은 고사하고 안타 하나도 못쳤다.

올초 열린 WBC에서도 도저히 국가를 대표한 선수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세미프로인 호주선수들에게도 패하고 일본에게는 사실상 콜드게임을 당하며 예선에서 탈락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과 실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두번의 국제 대회를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

팬들이 가장 분통을 터트렸던 부분도 바로 한국 선수들의 몸값이었다. 대만전 직후 "메이저리그 더블A는 커녕 싱글 A수준도 안되는 한국프로야구", "한국프로야구는 돈먹는 하마, 배부른 돼지", "우물안 개구리 억대 연봉 자격있나" 등 거품이 가득찬 몸값에 대한 비난 댓글이 폭주했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한국 프로야구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구단 자신이 스스로 창출한 이익이 아닌 철저히 모기업의 지원으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회사마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30% 이상을 모기업의 광고 수익으로 매출을 올린다. 모기업의 지원이 없으면 구단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현재 삼성, 현대기아차, LG, 롯데, 한화, 신세계, 두산, KT 등 재계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폭등하는 선수들의 몸값은 결국 이들 기업의 지갑에서 나오는 셈이다. 우승하지 않으면 실패했다는 팬들의 비난이 무서워 결국 가장 쉬운 '돈'질에 나선 결과다. 모기업들이 그동안 너무 방만하게 구단을 운영해왔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방만하게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면서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혹자들은 기업 홍보와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다. 삼성이 운영하는 프로스포츠단이 일제히 꼴찌를 하면서 오히려 팬들의 비난만 커지고 있다. 한화나 롯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SK그룹의 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2020년 야구단을 신세계그룹에게 매각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들보다 야구단을 더 잘 운영할 수 있고 실제 유통기업인 신세계그룹이 사업적 측면에서 더 필요하다고 봤다.

삼성이나 현대기아차, LG, 롯데 같은 기업들도 야구단보다 집중해야할 현안들이 훨씬 많다. 좁디 좁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할 때다. 실력도 없는 야구단을 운영하면서 성적이 안난다고 팬들의 온갖 비난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40년 동안 자신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왔다.

삼성 라이온즈나 기아 타이거즈,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은 엄밀히 말하면 삼성, 기아, LG, 롯데의 팬이 아니라 '라이온즈, 타이거즈, 트윈스, 자이언츠'의 팬이다. 자신들이 아닌 다른 기업이 주인이 되더라도 영원히 해당 팀의 팬으로 남는다. 정 아쉽다면 프로축구처럼 기업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 야구단으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실력없는 선수 몸값을 올려주는 것보다 차라리 가능성 높은 수영이나 육상 같은 기초 스포츠에 투자하는게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수영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적극적인 투자만 이뤄진다면 육상 분야에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듯하다.

육상이나 수영 강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선진국이다. 매일 패배하는 야구팀을 보는 것보다 국민 건강에도 좋을 듯하다. 요즘 기업의 화두인 ESG 경영에도 이런 투자가 더 부합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