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07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계진출 제안이 오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할 겁니다. 가지 말라는 직원이 많다면 당연히 남아야죠."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취임 1주년 기념 행사에서 정계 진출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재치있는 답변이다. 대부분 농담으로 여기는 분위기였지만 왠지 유 대표라면 정말로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책은행이나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인사 공고부터 시작해 노조의 시위를 거쳐 공식 취임에 이르기까지 수순도 뻔한 편이다.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지 않는 이상 출근 일자를 늦출 수는 있을지언정 취임 자체를 뒤집기는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출신인 유 대표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대 시위까지는 아니었지만 벤처캐피탈(VC) 경험이 없어 업계 우려가 상당했다. 전임 이영민 대표가 잔뼈가 굵은 벤처캐피탈리스트였다는 점도 유 대표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소였다.
다만 우려 속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한국벤처투자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퇴사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그동안 서로 잘 몰랐던 직원들이 회사 외부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도 종종 포착된다.
유 대표의 그간 행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유 대표는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리기 위해 주 2~3회 각기 다른 직원들과 만보를 걷고 있다. 또 정기적으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을 한데 모아 '커피 타임'을 갖고 있다. 유 대표의 말을 빌리면 직원 표정만 봐도 어떤 걱정을 하는지 맞출 정도로 친밀도를 쌓은 관계가 됐다.
상사와 불편하고 어색한 자리에 손사래를 칠만도 하지만 의외로 직원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킬링 포인트다. 유 대표가 만들어 낸 변화들이 직원들의 행복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동안 접했던 낙하산 인사들은 안정지향적인 경영을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차피 곧 떠날 입장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직원이나 업계에서도 성과 욕심에 무리하게 일을 벌이느니 차라리 조용하게 임기를 끝마치기를 바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유 대표에게도 전문성을 확보해 얼어붙은 VC업계의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는 마지막 퍼즐이 남아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행적만으로도 낙하산의 반란으로 부르기 충분하다. 그가 정계 진출을 위한 투표에 나섰을때 직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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