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사 AI 활용 전략]'혼자서는 힘들다' AI 연합체 합종연횡②이통사 연합전선 구축 '안간힘', 네이버 파트너십 중심 B2B 사업화 전략
이지혜 기자공개 2023-10-13 12:50:27
[편집자주]
챗GPT의 등장으로 글로벌 시장은 AI의 파고에 휩싸이고 있다. 빅테크와 통신 등 산업을 가리지 않고 경쟁의 장이 열린 만큼, 국내 기업도 AI 역량을 진단하고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도래한 AI 대전 속 주도권을 얻기 위한 국내 테크 기업의 움직임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챗GPT의 등장으로 글로벌은 물론 국내 시장도 들썩였다. 인공지능(AI)으로 디지털 패러다임이 대전환하며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번졌다. 이에 따라 통신3사와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등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눈에 띄는 점은 이들 간의 합종연횡이다. 일반적으로 신사업은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단독으로 준비하는 사례가 많지만 AI사업에 있어서만큼은 기업 간 협력이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나타났다. 필요에 따라 산학협력 구조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네이버 등 IT기업과 통신사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만큼 AI기술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학계와 협력은 물론 산업계에서도 IT기업, 통신사,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기술기업과 힘을 모으지 않으면 글로벌 빅테크에 대항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사 '산학연 연합은 기본', 글로벌 기업까지 협력 범위 넓혀
각 기업들이 AI사업 전략을 공개하는 흐름은 올 들어 본격화했지만 AI 시대를 맞기 위한 준비는 일찍부터 이뤄졌다. 특히 다른 기업과 협력하면서 AI시대를 준비한 곳이 많다.
가장 먼저 다른 기업과 연합을 시도한 게 KT다. KT는 2020년 2월 산학연 협의체인 AI원팀(One Team)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AI원팀은 대한민국을 AI 1등 국가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협의체다.
AI원팀 참여자는 화려하다. 현대중공업그룹, LG전자, 한국투자증권, 동원그룹, 우리은행, ㈜한진, GC가 참여했고 학계와 연구계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성균관대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AI 기술과 사업 협력, AI Eco, AI 인재 양성 분야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LG그룹이 첫 민간 연합체를 꾸리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른바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Expert AI Alliance)’다. LG그룹이 꾸린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는 이종산업간 협력을 위해 IT·금융·교육·의료·제조·통신 분야 국내외 대표 기업이 모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에는 LG그룹 계열사가 대거 포진됐다. LG AI연구원이 주도한 이 연합에는 LG유플러스는 물론 LG전자, LG CNS가 참여했고 이밖에 구글과 리은행, 셔터스톡, 엘스비어, EBS, 고려대학교의료원, 한양대학교병원, 브이에이코퍼레이션도 이름을 올렸다.
이런 흐름은 올 들어서 더욱 가시화했다. 올 들어 연합체 구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SK텔레콤이다. 올 2월 SK텔레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에서 AI 관련 협력사들이 참여하는 ‘K-AI 얼라이언스’ 출범을 알렸다.
올 7월에는 협력의 범위를 글로벌로 넓혔다. SK텔레콤, 도이치텔레콤, e&, 싱텔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시켰다. 글로벌 대표 통신사와 핵심 AI 역량을 기반으로 ‘텔코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다.
각 통신사는 거대 AI 플랫폼 개발에 각사가 비용을 들이지 않는 대신 공통 플랫폼 위에 AI서비스를 구축해 현지화, 고도화 전략을 취해서 고객의 사용가치를 높이겠다는 데 합의했다.
이동통신사가 AI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건 위기감 때문이다. 통신사업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AI플랫폼 기업으로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KT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담아 디지코(DIGICO)를, LG유플러스는 탈통신과 플랫폼 회사 전환을 기치로 내건 'U+3.0', SK텔레콤은 올해를 AI컴퍼니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초거대 AI추진협의체 출범, 네이버 '앞장'
이렇게 구축된 연합체 가운데 ‘완전판’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기구는 올 6월 말 만들어졌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만든 ‘초거대 AI추진협의회’가 그것이다. 협의회에는 이통3사를 비롯해 네이버클라우드 등 통신, IT서비스, AI 벤처·강소기업 등 국내 105개 대·중소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했다.
초거대 AI추진 협의회의 회장사는 LG AI연구원과 네이버클라우드다. 이들을 중심으로 AI추진 협의회는 초거대 AI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 조성, 초거대 AI를 활용한 응용서비스 창출과 시장 확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규제개선과 공론화 등 분야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회장사로 추대된 데에는 그만큼 AI기술에 있어서 단연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네이버는 일찌감치 자체적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을 한 서비스 라인업을 발표했다. AI사업 수익화에 앞서있다는 평가다.
현재 네이버가 추진하고 있는 연합전략은 파트너십이다. 네이버는 AI 관련 기술을 진작 마련하고 각 고객에 맞춰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파트너십 구축에 힘을 쓰고 있다. 가장 먼저 손을 맞잡은 곳은 쏘카다. 쏘카는 네이버와 MOU를 체결하고 AI, 모빌리티, 클라우드 등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비단 쏘카만이 아니다. 호텔신라도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 네이버의 AI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삼성전자도 반도체부문에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시 말해 네이버가 고객사 맞춤형 AI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파트너십을 구축, B2B 수익모델까지 갖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 기업과 IT기업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이제 통신사와 IT기업이 둘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꿈꾸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또 “AI사업은 워낙 많은 비용이 드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도 뚜렷한 수익화 모델이 없는 만큼 연합체를 구축해 최대한 시너지를 내는 게 가장 효율적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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