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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지금]'군살빼기'에만 치중된 소극적 사업 재편②단조 및 강관 사업 분할하고 중국법인 정리…신사업 발굴 미흡

조은아 기자공개 2023-10-18 07:42:34

[편집자주]

최근 몇 년 철강업계의 화두는 단연 '변신'이다. 더이상 고속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변신은 성장을 위한 필수가 됐다. 현대제철은 이런 흐름과 다소 동떨어져 있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에 속해있고 그룹의 주력이 자동차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던 건 아니다. 2020년 시작된 사업 재편은 어느덧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더벨이 현대제철의 조용한 변신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6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동국제강은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목적은 명확했다. 사업회사는 전문성을 살려 철강업에 집중하고 지주사는 신사업 발굴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더이상 고속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철강업의 현실을 놓고 두고두고 고민한 결과였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함께 고로를 보유한 양대 철강회사로 꼽힌다. 동시에 조강 생산량 기준 국내 1위의 전기로 회사이기도 하다. 다만 현대차그룹에 묶여있다는 한계 때문에 포스코나 동국제강처럼 지배구조를 전면 뜯어고치는 승부수를 띄우기는 쉽지 않다. 안정적 매출처로 편하게 성장해왔던 탓에 승부수를 띄울 필요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외형 확대에 집중하던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 건 2000년부터다. 그동안 수익이 낮아도 끌어안고 있던 사업을 하나둘 정리하고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을 따로 독립시키는 등 하나둘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다만 규모가 작은 비주력 사업을 덜어내는 데에만 그쳐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은 업황에 달려있는데 지금까지의 사업 재편으로는 업황을 이겨내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현대제철이 사업 구조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건 2020년이다. 2018년부터 이미 조금씩 뒷걸음질하던 실적은 2020년 완전히 고꾸라졌다. 영업이익이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제철 자체의 경영 문제라기보다 비우호적인 업황이 주효했다. 철강업이 워낙 외부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현대차·기아 의존도가 부메랑이 됐다. 자동차 산업이 둔화되면서 판재류 부문의 실적도 같이 악화됐다. 건설 산업도 부진해 봉형강 판매도 감소했다. 여기에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상승해 고정비 부담은 커졌다.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손익이 쪼그라들었다.


현대제철은 저수익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0년 6월 당진공장 전기로 열연 설비 가동을 중단했고, 같은해 10월 순천공장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정리했다. 둘 모두 수익성이 낮아도 고객사의 요청 등에 따라 이어오던 사업이다.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위해 일부 사업부는 독립시켰다. 우선 2020년 4월 단조 사업을 분리해 현대아이에프씨를 세웠다. 현대아이에프씨 실적은 출범 이후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출범 첫해 2379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890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93억원에서 110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현대아이에프씨의 실적 개선은 독립 자체보다는 조선업 업황 개선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는 관측이다. 규모도 워낙 작다. 독립 당시 현대제철 전체 매출의 1.3% 수준에 그쳤다. 구조조정 효과를 논하기엔 애매하다.

비슷한 의미로 강관 사업 독립 역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대제철은 현재 강관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강관 사업은 현대제철이 2015년 현대하이스코를 흡수합병하면서 편입된 사업이다. 2020년부터 꾸준히 구조조정 대상이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적은 데다 수익성 역시 다른 사업보다 저조했기 때문이다.

강관은 내부에 빈 공간이 있고 봉 형태를 띠는 철강제품을 통칭한다. 주로 에너지 수송과 발전 설비 구조물을 제작하는 데 활용된다. 독립을 통해 한층 효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해 보이지만 역시 기존 매출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5% 수준에 그치는 만큼 현대제철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부터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중국법인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중국 장쑤성에 있는 '장수현대스페셜스틸' 지분 90%를 매각하면서 중국법인 통폐합 수순에 들어갔다. 올해엔 베이징법인과 충칭법인을 매각 예정 자산으로 공시했다.

이들 중국법인은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을 재가공해 중국 내 현대차와 기아 생산공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던 곳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판매가 급감하면서 이들 법인 역시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마냥 덜어내기만 한 건 아니다. 2020년엔 현대로템으로부터 그린에어 지분 51%를 812억원에 사들였다. 그린에어는 현대로템과 대성산업가스가 2008년 말 현대제철 당진공장 고로에 필요한 산업용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2010년부터 현대제철에 산업용 가스를 공급하며 견조한 실적을 내왔다.

현대제철은 그린에어 인수를 통해 제철소 운영에 필수적인 산업용 가스를 한층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 당시 현대로템의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현대제철이 그린에어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해줬다는 해석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2020년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TF를 꾸리고 일부 사업부를 독립시키는 등 효율성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꾸준하게 움직여왔다"면서도 "그룹 내 위치나 의사결정 구조 등의 한계 때문에 전문경영인인 안동일 사장이 큰 돈이 오가거나 회사의 전반적 수익 흐름에 영향을 미칠 만한 대규모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실적도 구조조정 효과보다는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모양새다. 2020년 바닥을 찍었다가 2021년에는 반등에 성공했다.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 수요가 회복되면서 철강제품 수요 역시 증가한 덕분이다.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비슷한 흐름을 이어왔으나 하반기 들어선 글로벌 인플레이션, 각국의 긴축 정책 등으로 철강제품 수요가 다시 감소했다.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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