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19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시장에 등장한 1세대 바이오텍. 신기술·신사업 모멘텀으로 주목받으며 시장의 돈을 끌어모았다. 그렇게 20여년이 흘렀지만 영광의 시간보다 실패의 상흔이 깊다. 상업화에 성공한 파이프라인을 꼽기 어렵고 그나마도 설립 당시 목표했던 비전도 찾기 어렵다.지속가능 성장을 그려나가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고는 하지만 바이오텍의 변신은 쉬워도 너무 쉬웠다. 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을 무기를 내놓으면서 펀딩에 나서고 그게 생명연장을 가능케 했다. 그 뻔한 공식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세대 바이오텍 가운데서도 중상위 제약사들이 앞다퉈 투자할 정도로 무게감을 갖던 제넥신. 올 초 성장호르몬 파이프라인 GX-H9 등 상업화가 임박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할만큼 자신감에 차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CEO(최고경영자)가 퇴사했다. 파이프라인 상업화에 전력을 쏟겠다고 약 9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지 불과 10개월만이다.
그리고 제넥신은 또 다른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신임 CEO의 1년 반만의 퇴사라는 악재를 '새로워지겠다'는 약속으로 돌파한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위기 때마다 제넥신은 변신을 얘기했다. 에이즈 치료제를 내세우며 설립한 후 DNA 백신, 슈퍼 바이오시밀러(항체융합단백질 치료제), 자가면역질환, 혈우병 치료제 그리고 현재 주력 파이프라인인 성장호르몬과 신성빈혈치료제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물론 최근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를 기반으로 설립 24년 중 절반인 지난 10년간 유상증자로만 총 5000억원을 모았다.
회사 내부엔 과거 공언했던 목표를 기억하는 이조차 없다. 믿고 투자한 주주들에게 돌아온 건 지지부진한 주가였지만 제넥신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투자자산과 부동산을 얻었다.
그리고 제넥신을 거쳐간 임원들은 많게는 연간 20억원을 웃도는 급여를 챙겼다. 불과 1년 반 정도 근무한 최근 사임한 CEO 역시 근로소득으로만 5억6000만원을 수령했다. 이마저도 단 8개월 근무하고 받은 급여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액수다. 제넥신의 글로벌 사업화에 힘쓰겠다는 선임 당시 포부도 공수표가 됐다.
신약개발 대부분이 실패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바이오텍을 평가하는 잣대로 '상업화'를 내세우는 건 합리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라는 본질을 감안할 때 '실패'를 당연하게 여길 이유도 없다.
실패를 책임지는 이는 없지만 이득을 챙기는 이들은 있는 현실,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이오텍이라는 업의 어려움 뒤에 숨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를 외칠 수 있는 자신감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지 복잡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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