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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상 강행한 신풍제약, 적자 부담감에 '피라맥스' 개발 고심 글로벌 임상서 위약 대비 효과 입증 실패…영업적자 300억대로 급증

정새임 기자공개 2023-10-23 13:44:31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9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에 막대한 돈을 쓴 신풍제약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피라맥스'에 기대를 걸고 대규모 임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으려면 환자군 등 임상 디자인을 달리 해 새로운 3상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임상이 회사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약 안먹어도 입원·사망 환자 697명 중 1명뿐…피라맥스 효과 입증 실패

신풍제약은 18일 저녁 피라맥스 글로벌 3상 임상시험 톱라인 결과를 공시했다. 결과는 1차 유효성 지표 달성 실패. 피라맥스는 위약 대비 유의미한 중증화율 억제를 입증하지 못했다.

3상 임상은 2021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한국과 아르헨티나, 영국, 칠레, 콜롬비아, 폴란드 6개국에서 총 1420명의 경증·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제 환자는 한국(1387명)과 칠레(32명)에서만 모집이 이뤄졌다. 환자들을 피라맥스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해 3일 연속 피라맥스 또는 위약을 투약한 뒤 29일 동안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1차 유효성 평가변수는 '투약 후 29일 시점까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입원 또는 사망한 환자의 비율'이다. 그 외 △입원 환자의 회복까지 걸린 기간 △29일 시점까지 코로나19로 입원하거나 사망한 고위험군 비율 △신규 폐렴이 발생하거나 기존 폐렴이 악화한 비율 등을 이차적으로 평가했다.

유효성 평가 결과, 피라맥스군 690명 중 입원이나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 하지만 이는 위약군도 마찬가지였다. 위약군 697명 중 단 1명만 입원 또는 사망했다. 치료를 받지 않아도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가 거의 없어 피라맥스의 우월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오미크론 유행과 높은 백신 접종률로 입원이나 사망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아져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지난 2021년 7월 얻은 2상 임상 결과에서도 피라맥스는 1차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당시 회사는 피라맥스 투여 후 28일까지 바이러스 억제 및 임상지표에 대한 효과를 관찰해 위약과 비교했다. 여기서 RT-PCR 진단키트 기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비율(음전율)이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피라맥스 52명, 대조군 58명).

그럼에도 신풍제약이 글로벌 3상을 강행한 배경은 부지표에 있다. 감염력이 있는 생존 바이러스 음전율 지표를 활용했더니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RT-PCR 검사가 위양성이 나오는 사례가 있다고 회사는 분석했다. 특히 고령·비만·기저질환으로 중증 악화율이 높은 고위험군에 피라맥스를 투여했더니 10일 후 감염성 바이러스 음전율 100%를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신풍제약은 2상에서 분석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3상은 실질적 치료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중증이환율 개선을 1차 지표로 설정하고, 죽은 바이러스까지 검출해 양성으로 인지한 RT-PCR 기법도 배제했다. 하지만 결국 3상 역시 효과를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3상 강행으로 20년 만에 적자 행진…대규모 임상 부담 커져

업계에서는 신풍제약이 임상 결과를 유리하게 해석한 데이터를 믿고 무리하게 3상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면서 신풍제약의 적자 부담이 만만치 않게 커졌기 때문이다.


피라맥스 3상으로 신풍제약은 2021년부터 3년째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98년도 부도로 인한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난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한 영업적자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20년 매출액 1978억원, 영업이익 78억원을 낸 신풍제약은 이듬해 매출액 1892억원, 영업손실 143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2022년에는 적자 폭이 더 커졌다. 매출액은 2093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영업손실은 340억원으로 확대했다.

올해도 전망이 밝지 않다. 상반기 기준 매출액 1015억원, 영업손실 213억원을 보고했다. 이대로라면 작년보다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적자가 난 배경은 3상 임상으로 인한 연구개발비용 증가에 있다. 신풍제약의 연구개발 비용은 2020년 179억원에서 2021년 303억원으로 69% 증가했다. 본격적으로 3상을 진행한 2022년에는 555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뛰었다. 올해 역시 상반기까지 들어간 연구개발비용이 251억원에 달했다.


외부지원금과 정부보조금으로 작년 전체 연구비의 4분의 1을 보전받은 덕분에 회사 부담을 덜었다. 그럼에도 304억원이 판매비와 관리비로 인식돼 판관비 규모를 크게 높였다. 작년 회사가 보고한 판관비는 112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대비 59% 확대했다.

물론 신풍제약의 현금유동성은 풍부한 편이다. 2020년 9월 주가가 급등했을 당시 자기 주식 일부를 팔아 2154억원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처분가격은 전일 종가(19만3500원)에서 13.7% 할인된 주당 16만7000원이었다. 유입된 현금 중 약 100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쓰였다. 이후 순손실 등으로 현금성 자산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약 650억원을 쥐고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대규모 임상은 회사에 부담이 된다. 80억원 이익이 순식간에 340억원 적자로 돌아선 상황을 겪었고, 코로나19 치료제의 필요성도 극히 낮아졌기 때문에 신중한 모습이다.

한때 전례없는 주가상승으로 자사주를 매각할 수 있었던 이벤트를 앞으로 기대하기도 힘들다. 신풍제약 주가는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해 현재 1만원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3년 연속 적자인 상황은 회사에도 부담이 된다"면서도 "피라맥스 개발 중단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하위그룹 분석을 진행하고 있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개발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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