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해저케이블 생산기지, LS전선 동해사업장 가보니 축구장 30개 크기, 올해 4공장·VCV타워 준공…모두 자체기술로 만들어진 결과물
동해(강원)=이상원 기자공개 2023-10-24 11:12:34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3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S전선이 해저케이블 개발에 뛰어든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소수의 플레이어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만큼 기술 이전은 언감생심 진입장벽은 높기만 했다. 성공을 보장할 수 없었지만 뚝심과 기술력으로 밀어붙인 결과 2009년 국내 최초 해저케이블 전문 공장인 동해사업장을 준공했다.이후 빠른 성장을 거듭해 동해사업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생산 규모를 보유한 해저케이블 공장이 됐다. 그리고 이제는 유럽 기업들과도 생산규모와 설비 등을 놓고 경쟁하는 국가핵심기술 사업장이 됐다. 그만큼 입구부터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는 곳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오랜만에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19일 찾은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LS공장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생산직 300명, 엔지니어 150명 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172m로 아파트 63층 높이의 수직연속압출가교설비(VCV) 타워는 높은 기술력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동해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순수 자체 기술로 만든 '수직연합기', 전세계 5곳만 보유
지난 5월 4공장의 준공으로 현재 동해사업장은 1공장부터 4공장, 그리고 VCV 타워로 구성돼 있다. 축구장 약 30개 정도를 합친 규모다. 1~4공장은 모두 길게는 수 백㎞의 해저케이블이 이동하는 갱웨이를 통해 연결돼 있다. 긴 길이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데다 해저케이블이 손상될 경우 모두 폐기처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1공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수직연합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2000년초부터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 LS전선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된 핵심 설비다. 동해사업장에 2기를 보유중이다. 전 세계 다섯 곳만 보유한 설비로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세 가닥의 케이블을 꼬아서 하나의 3심(Core) 해저케이블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여기서 뽑아져 나온 도체는 세 차례에 걸쳐 또 다른 도체로 쌓이면서 비로소 제품용으로 탄생한다. 이 단계를 거치다보면 어느새 케이블은 굵어져 있다. 다음은 도체에 절연체를 입히는 공정으로 전기가 통하지 않게 만든다. 케이블이 완성되면 금속외장을 입힌다. 바닷속 높은 압력에 따른 충격으로부터 지켜주고 바닷물이 들어자기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7단계를 거치면 비로소 완성품이 만들어진다. 이후 턴테이블에 안정적으로 돌려서 보관한다. 수십㎞에서 길게는 수 백㎞ 길이의 해저케이블을 보관할 수 있다. 1만톤(t) 규모 4개를 비롯해 총 수 십개의 턴테이블을 보유하고 있다. 마침 미국 수출을 기다리고 있는 275㎞ 길이의 해저케이블이 보관돼 있었다. 약 20일 정도 작업을 마친 제품이었다.
◇63층 높이 VCV타워, 베일에 쌓인 '비밀의 공간'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다보니 초반에는 실수도 많았다. 따라서 다음 공장을 지을때 기존의 부족함 점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그리고 올해 준공된 4공장과 VCV타워는 LS전선 해저케이블 기술력과 노하우의 집약체인 셈이다. 특히 4공장은 효율성을 극대화한 곳이다.
4공장은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용 공장이다. 그만큼 최고급 설비들도 구성돼 있다. 이들은 느린 속도로 케이블을 감고 있었다. HVDC의 경우 내부에 기포가 있으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한 곳에 모이려는 성질이 있다. 다만 아직 절반 가량은 설비 도입이 마무리되지 않아 비어있었다.
4공장과 연결된 VCV타워는 320㎸ 이상의 HVDC 해저케이블 전용 설비로 장조장 케이블을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도체가 절연으로 압축해도 굵고 모양도 지원에 가깝게 만드러야 한다. 수평이면 중력 때문에 지원을 만들기 힘든데 반해 수직으로 제작하면 중력에 의해 만들기 쉬워지고 안정성도 커진다. 다만 기계를 연결하고 관리하는 작업은 까다롭다.
LS전선은 세계 최대 용량인 500㎸급 HVDC 케이블의 공인인증을 완료했다. 600㎸까지도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최대 525㎸에 맞춰 생산하고 있다. 23층 꼭대기에 올라가니 사업장 주변이 한 눈에 보일 만큼 높았다. VCV는 그 아래 위치해있다. 하지만 외부에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 공간이라 직접 볼 수는 없었다.
◇항구와 연결된 사업장, 해저케이블 데미지 최소화한다
LS전선은 지난 8월 KT서브마린을 인수 작업을 마치고 사명도 LS마린솔루션으로 변경했다. 이유는 한 가지다. LS마린솔루션은 해저케이블 포설 전문 기업이기 때문이다. 시공용 선박 등 설치 설비를 비롯해 케이블 선박 등도 보유하고 있다. 해저케이블 설치 뿐만 아니라 운송 과정에서의 효율성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동해사업장과 동해항은 갱웨이로 연결돼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을 정도로 실제 거리도 가깝다. 동해사업장에서 생산된 해저케이블은 갱웨이를 통해 곧바로 동해항에 정박해있는 케이블 선박에 실린다. 동해항 수심은 최대 17m로 대형 선박이 입항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LS마린솔루션의 케이블 선박은 8000톤급으로 일반 선박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계단을 올라 거주부에 들어가자 레이다 등 운항에 필요한 장비들과 함께 텐셔너라고 불리는 인취기 등이 있었다. 모두 케이블을 선적할 때 조작하는 장치들이다. 그리고 선적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거주부내 CCTV를 통해 모두 확인하고 있었다.
마침 신안 앞바다에 설치될 해상풍력발전기와 연결할 해상케이블이 갱웨이를 통해 갑판 위 4000톤 규모 턴테이블로 실리고 있었다. 크게 접히면 안되는 만큼 모든 해저케이블은 배에 실리자 마자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며 차곡차곡 싣는다. 약 이틀 가량 소요되며 작업을 마치면 목적지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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