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종필 대표이사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B인베스트먼트 수장을 맡았다. 설립 이후 영업실적, 운용자산(VC+PE AUM) 측면에서 가장 양호한 수치를 만들어 냈다. 금융그룹 내 벤처캐피탈(VC) 계열사로서 확고한 입지도 구축했다. 그동안 외부출신 투자 전문가를 비롯해 국민은행 출신 등 수많은 인사들이 대표 자리에 올랐지만 김 대표 만큼 성과를 낸 인물은 없었다.

그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체제에서 KB인베스트먼트를 톱티어 VC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새롭게 자리 잡는 양종희 차기 회장 체제에서도 그가 KB인베스트먼트를 이끌어 갈지는 미지수다. 특히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KB금융 계열사 대표 대부분이 임기만료를 맞게 되는 만큼 양 내정자가 세대교체를 택할지 안정을 택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보여준 성과에 입각해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심사역 출신 첫 대표, AUM 2조 VC 성장 견인차

김 대표는 2018년 2월말 KB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우리벤처투자파트너스의 전신인 한국종합기술금융 공채 11기로 입사하면서 벤처캐피탈리스트 길을 걸었다. 이후 미래에셋벤처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상위권 VC를 거치면서 업계에서 오랜기간 투자활동을 지속해왔다. 특히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는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한 뒤 KB인베스트먼트에서 대표를 처음으로 맡았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그가 취임하기 직전인 2017년말 KB인베스트먼트는 AUM 6770억원 규모의 창업투자사였다. 업계에서 AUM 순위는 10위에 그쳤다. 연간 펀드레이징은 1280억원, 투자액은 700억원 수준에 그쳤다. KB인베스트먼트가 1990년 설립된 장은창업투자를 모태로 하는 VC이지만 30년 넘는 업력에 비해 부진했던 시기였다.

2017년 영업수익은 134억원으로 영업비용 174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영업손실 40억원을 기록했다. 그해 순손실은 26억원이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200억원 안팎의 영업수익을 내 영업이익 50억원 대를 기록했다. 2017년 유독 영업수익이 큰폭으로 빠지면서 손실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운용 중인 펀드 수는 15개였다. KB-솔리더스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 KB 지식재산 투자조합, KB 우수 기술기업 투자조합 등에 각각 GP커밋(운용사 출자금)으로 140억~15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김 대표 취임 이후 5년여 시간이 지난 2022년말 기준 KB인베스트먼트의 AUM은 2조1162억원으로 2017년말에 비해 3배 넘게 늘어났다. 운용 중인 펀드 수는 35개에 달한다. 케이비스마트스케일업펀드, 케이비글로벌플랫폼펀드, 케이비성장지원펀드 등 다양한 펀드를 운용 중이다.

AUM이 늘어나면서 커버하는 투자 영역도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바이오, 농식품, 전략적투자(SI), 핀테크, ESG, 세컨더리 등 다양한 전략과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2022년 업황 악화에 따라 투자와 펀드레이징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긴 했지만 KB인베스트먼트는 업계 상위권 규모를 유지했다.

김 대표 취임 전과 비교해 실적도 큰폭으로 향상됐다. 2022년 영업수익은 457억원, 영업이익은 82억원이다. 전년 대비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긴 했지만 2017년과 비교해 개선된 수준이다. 특히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2020년과 2021년 영업수익은 각각 744억원, 642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342억원, 340억원에 달했다.

AUM이 커지면서 관리보수는 매년 늘어나 2022년 200억원을 넘어섰다. 이를 기반으로 회수시장이 활성화 된 2020년과 2021년 투자자산을 처분한 데 따른 이익과 펀드를 통한 성과보수가 큰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김 대표 체제 속에서 KB인베스트먼트가 성장한 것은 AUM, 영업실적 뿐만 아니라 펀드의 다양성, 인력과 조직 규모 등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특히 운용하는 펀드 수가 늘어남에 따라 GP커밋도 증가하면서 펀드 성과와 KB인베스트먼트의 실적 연관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펀드를 운용 중인 만큼 섹터별 부침 속에서도 펀드를 통해 성과를 낼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안정이냐 변화냐' 양종희 체제, KB인베 수장 거취 방점은?

김 대표 체제 아래 KB인베스트먼트가 성장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양종희 차기 회장 내정자 체제에서도 중용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KB금융그룹 계열사 11곳 가운데 올해 말에서 내년 초 대표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곳은 총 9곳이다. KB인베스트먼트도 그 중 한 곳이다.

대규모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양 내정자 체제에서의 인사 키워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회장 체제가 오랜기간 지속돼 온 만큼 '세대 교체'를 위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취임 초기인 만큼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정을 택할 경우 KB인베스트먼트에 대해서는 대표 교체 보다는 연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가시적인 성과 뿐만 아니라 KB인베스트먼트는 앞으로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외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미국 지사를 설립한 가운데 향후 지사를 안정화하고 법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KB 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를 2500억원 규모로 결성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 지사 설립은 김 대표가 KB금융지주를 설득한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KB'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VC로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엔데믹 시대로 접어든 이후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국내 벤처투자 시장도 위축됐다. 특히 회수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벤처기업들의 기업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기전 호황기에 주로 투자했던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VC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세대교체를 택할 경우 김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선임돼 KB인베스트먼트의 전성기를 이끈 만큼 그의 연임은 세대교체와는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닌다. 물론 이같은 키워드와 달리 연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김 대표의 연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양 내정자 입장에서는 과제가 있다. 김 대표를 대신할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KB인베스트먼트 내부 출신 인사가 대표를 맡은 적은 없다. KB국민은행 부행장 출신 인사들이 주로 대표를 맡아왔으며 김 대표가 드물게 외부 출신 인사로 경영 지휘봉을 잡았다. 이에 따라 단기간 내에 적임자를 찾는 작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 내정자는 지난 9월 차기 회장 내정자로 추대됐다. 오는 11월 K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를 승인받는다. 통산 KB금융이 12월에 사장단 인사를 실시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 내정자가 추대된 시점부터 인사가 이뤄지는 시기까지 3개월 간 적임자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 내정자는 원칙주의자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첫 인사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 될 수 있는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