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1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등생도 성적표를 고친다. 현대자동차의 이야기다. 현대차는 올해 초 제시한 가이던스 초과 가능성을 언급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CFO)을 통해서다.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가이던스 초과를 언급할 만큼 자신감이 찼다.

미국 인플레감축법(IRA)과 지정학적 이슈들도 현대차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과 배당 정책도 약속대로 이행할 계획이다. 순풍에 돛을 단 배경으로 '비싼 차를 잘 파는' 고부가가치 전략이 꼽힌다.

◇서강현 CFO "'당연히' 가이던스 초과 가능성 있다"

서 부사장은 3분기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에 참석해 경영성과를 설명했다. 연간 실적 전망을 제시하며 "연간 가이던스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의 상단에 가까운 연간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질의응답(Q&A)을 거치면서는 더 자신감이 붙은 대답을 내놨다. 서 부사장은 "현대차가 가이던스를 살짝 초과할 수도 있다고 당연히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우리가 가이던스를 수정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0.5% 이상의 변동률이 있을 때 라고 보기 때문에 가이던스 상단 수준으로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상반기에 올해 1월 발표했던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조정한 바 있다. 한 차례 높여 수정한 가이던스를 또 다시 초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매출액 성장률은 종전 10.5∼11.5%에서 14∼15%, 영업이익률은 6.5∼7.5%에서 8∼9%로 높였다.

CFO가 가이던스 초과까지 자신한 배경은 우선 실적이다. 현대차는 3분기 3조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동기 대비 146.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매출은 41조27억원, 당기순이익은 3조3035억원으로 각각 8.7%, 134% 늘었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3.0%, 1.4% 줄었다. 3분기는 완성차 업계 비수기로 분류된다.

실적 배경으로는 고부가가치 전략을 내세웠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잘 나갔다.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은 전년 동기 4.9%에서 5.1%로 늘었고 같은 기간 SUV는 50.6%에서 54.7%로 상승했다. 두 차종의 판매비중을 합하면 약 60%를 차지한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판매량도 늘었다.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대수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와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판매 확대로 전년 대비 33.3% 증가한 16만8953대를 기록했다.

분기배당 기조도 이어간다. 현대차는 3분기에도 주당 1500원의 배당금을 확정했다. 2분기와 같다. 현대차는 4월 FCF의 30~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해 왔는데 앞으로는 연간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25% 이상을 배당에 투입한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지난 분기부터 적용돼 왔다.


◇IRA, 현대차에 위협 안 됐다…북미 판매량 12.8% 성장

급변하는 글로벌 상황도 현대차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 현대차가 불확실성으로 꼽은 요인들은 금리인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전기차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이다. 이중 전기차 시장 환경의 변화는 미국의 IRA도 한 몫을 했다.

IRA에도 북미 판매량은 견조했다. 현대차는 3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04만5510대를 판매했다. 이중 북미 판매량이 27만5000대다. 전년 동기대비 12.8% 늘었는데 다른 지역 대비 성장률이 가장 높다.

미국에서의 현대차 경쟁력도 확실하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특히 SUV의 흥행이 꼽혔다. 미국 디자인센터와 연구소 등을 활용해 현지에 맞춘 차량을 배치했고, 딜러와의 소통 확대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서 부사장은 설명했다.

서 부사장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SUV 중심으로 전환한 전략이 굉장히 잘 먹혔다"며 "신형 싼타페도 국내보다 미국 시장에서 딜러들 반응이 좋을 정도"라고 부연했다. 이어 "현지인 주재로 운영을 하며 확실히 딜러 관리가 (잘 되어가고 있다)"며 "현지 체재로 전환한 부분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메타플랜트(HMGMA)도 예정대로 2024년 완공해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못박았다. 서 부사장은 "IRA 혜택을 위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진행 중인 만큼 2024년 하반기에 양산 일정 자체를 늦추거나 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