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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엑시노스]한국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확장 '가늠좌'③ 삼성 AP 관건은 확장성, 부활 여부는 갤럭시S25에서 판가름

김도현 기자공개 2023-10-31 13:10:10

[편집자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는 아픈손가락으로 여겨진다. 시스템반도체 기술의 총 집합체이나 제품 경쟁력 하락으로 점유율 순위에서 5위로 처진 탓이다. 올해 자사가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3, 갤럭시Z5 시리즈 중 한 기종에도 투입되지 못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400' 개발에 매진했고 내년 초 공개할 차세대 스마트폰에 이를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엑시노스2400 관전포인트와 성패에 따른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7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엑시노스2400은 북미 경쟁사(퀄컴) 제품보다 뛰어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착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 수장인 박용인 사장의 말이다.

2년 만에 돌아온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베일을 벗었다.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4’ 투입이 확정된 가운데 삼성전자의 엑시노스2400 알리기가 시작된 셈이다.

이번 신제품은 삼성전자는 물론 주변 협력사의 향후 사업 성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패에 따라 엑시노스 공급망 재확장의 계기가 될 수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엑시노스2400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티핑 포인트’가 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출처 - 삼성전자

◇AP, 반도체 기술의 정수…OSAT 반등 주목

스마트폰 두뇌인 AP는 중앙처리장치(CPU), 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이 결합된 시스템온칩(SoC)로 첨단 기술의 총집합체로 꼽힌다. 따라서 각 구성품의 완성도만큼이나 이들을 최적으로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 혼자만 잘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우선 박 사장이 거론한 GPU는 AMD와 합작했고 CPU는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만든다. 이외에도 다수의 소프트웨어(SW) 회사와 다각도로 협력했다. 여기까지는 전공정 영역으로 대부분 해외 업체가 담당한다.

한국 협력사들이 개입하는 분야는 패키징 및 테스트 등 후공정 영역이다. 후공정의 경우 삼성전자가 자체 처리하기도 하지만 외주반도체조립테스트(OSAT) 업체에 맡기는 비중도 적지 않다. 실제로 두산테스나, 엘비세미콘, 네패스아크 등이 엑시노스 테스트 물량은 수주한 바 있다.

엑시노스2200의 성능 논란으로 지난해 최고급 AP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국내 OSAT 업계는 울상이었다. 엑시노스2300(가칭)이 등장했다면 이 제품 또는 차선책으로 중저가 AP 계약을 따낼 기회가 생겼겠지만 그렇지 않아 주요 매출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엑시노스2400의 복귀를 해당 업체들이 반긴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미국, 대만처럼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면 후미에 있는 디자인하우스, OSAT 회사들이 동반 성장해야 한다. 엑시노스 AP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많아질수록 국내 중소, 중견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낙수효과는 엑시노스2400 이후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작에서 이슈가 있었던 탓에 갤럭시S24 울트라 모델에는 엑시노스2400가 배제되는 것이 유력하다. 이번에 성공을 거둔다면 갤럭시S25 전 기종은 물론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중화권 제조사의 플래그십 모델 등에도 차세대 엑시노스가 탑재될 것이고 이는 한국 시스템반도체 전반에 호재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엑시노스2400' 시제품

◇애플·퀄컴·TSMC 추격 불씨 될까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AP는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등에 중대한 요소다. 표면적으로 갤럭시S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 및 성능 경쟁력과 밀접하다.

아울러 엑시노스2400은 큰 틀에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수 있느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AP에는 최선단 설계 및 제조 노하우가 적용된다.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에 대한 외부 평가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 마련이다.

삼성전자는 설계와 생산을 다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해왔다. 다만 분업화 추세가 짙어진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는 걸림돌에 가까웠다. 특정 부문에서 특출나지 못한 데다 의도치 않게 경쟁 구도를 형성한 여파다. 이같은 허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결국 고부가 제품인 AP를 통해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시스템반도체 실적 개선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배경이다.

올해 초 기자와 만난 박 사장은 기술력만 있다면 AMD 외 어떤 곳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공언했다. 사실상 AP 설계는 애플과 퀄컴, 제조는 TSMC에 밀린 처지에서 엑시노스 부활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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