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아시아나항공 M&A]충성이냐 우정이냐…갈림길에서 이탈한 사내이사진광호 전무, '가결 입장' 집행부에 부담…조종사 출신, 임직원 반대에 어깨 무거워

허인혜 기자공개 2023-10-31 15:01:00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1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전무)은 올해 3월 이사회에 입성했다. 2021년 3월 정성권 전 대표와 원유석 대표가 선임되며 2인 체제를 꾸려왔는데 정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자리가 한동안 비었다가 진 전무가 선임돼 2인 퍼즐을 맞췄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자리는 다시 원 대표 1인으로 돌아갔다. 공식적으로 '일신상의 이유'지만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분리 매각안이 상정된 이사회 전날 사임해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반대' 사내이사 부담…실무출신 임원, 직원과 소통도 영향"

아시아나항공 안팎에서 점친 사임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집행부가 화물부문 분리 매각 가결 입장을 정했다는 전언이다. 진 전무는 그동안 화물부문 분리 매각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이사로서 회사의 추진 방향과 다른 주장을 내기에는 부담이 컸다는 해석이다.

아시아나항공과 경영진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석해 반대나 기권 입장을 직접 표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진 전무의 반대 입장 사유로 배임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 등을 예상했다.

또 다른 배경은 진 전무의 출신이다. 진 전무는 2005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뒤 오랜 기간 조종사로 근무했다. 실무 출신의 임원이자 대표를 제외한 유일무이한 사내이사다. 진 전무는 6인 체제의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임직원의 소통창구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1966년생인 진 전무는 2005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2006년 에어버스 A300기 부기장, 2007년 보잉 B777 부기장을 거쳤다. 2012년 A330기 기장이 됐고 2014년 모의비행훈련장치(SIM)와 비행교관에 부임했다. 같은 해 A330기 검열운항승무원에 올랐고 이듬해 국토교통부 운항자격 위촉심사관으로 활동했다. 2016년 운항평가팀장에 재직했다. 안전보안을 관할한 것은 2019년부터다. 안전보안담당 상무를 시작으로 2022년 4월 안전보안실 전무로 승진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종사 출신으로 운항평가 팀장과 안전보안실을 거친 인물인 진 전무도 고민이 깊었을 것"이라며 "조종사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나선 화물분리 매각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 그 집단에 오래 몸담았던 진 전무에게는 큰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와 항공조종사협회 등은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분리매각 추진이 전해지자 합병을 반대해 왔다.

선임부터 사임까지

진 전무가 이사회에서 활동한 기간은 7개월로 짧지만 그 사이 아시아나항공의 타임라인은 파란만장했다. 상반기 보고서를 참고하면 사실 아시아나항공의 자체적인 문제가 많지는 않았다. 진 전무가 선임된 후 정기 이사회는 상반기말 기준 모두 다섯 번 열렸는데 에어서울 관련 안건 외에는 평이했다.

외부에서 폭풍이 쳤다. 첫 두달은 무탈했지만 5월이 시작이었다. 이 시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합병 우려 소식이 흘러나왔다. 두 국가 경쟁당국의 반대 사유는 모두 경쟁 저하다. 요지는 단일 항공사가 너무 많은 항로와 슬롯과 사업 점유율을 갖는 것이니 합병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그 요소들을 덜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대한항공이 먼저 꺼낸 카드는 운수권과 슬롯 반납이다. 영국과 중국의 승인은 각각 7개, 9개의 슬롯을 내주며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보다는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던 운수권과 슬롯이 줄었다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미국과 EU도 조율 중이다.

9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 분리 매각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10월 대한항공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의사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확실시 됐다. 대한항공이 10월 중에는 시정조치서를 EU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계획을 세우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도 해당 안건을 이달 내에는 꼭 다뤄야 했다.

결국 이사회를 하루 앞둔 29일 진 전무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진 전무는 갑작스럽게 쏟아진 관심에 전화기를 끄는 등 두문불출 중인 것으로 보인다.

반대 입장의 진 전무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항공업계에서는 가결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해석했다. 우선 가결 요건이 완화됐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정관에 따라 안건이 통과되려면 '과반 이상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라는 조건이 이행돼야 한다. 본래 6인 체제에서는 4명이 찬성해야 했지만 진 전무가 빠지며 3인으로 줄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