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격랑의 이사회 '가격도 안정했는데 vs 분리매각 자체가 문제'진광호 전무 사내이사 사임·윤창번 사외이사 적정성도 쟁점
허인혜 기자공개 2023-11-02 09:10:12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1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뜻밖의 격론이자 결론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 분리 매각안을 상정한 임시 이사회가 7시간의 마라톤 회의에도 끝내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가결을 전망했던 대한항공은 오전 일찌감치 이사회를 열고 시정조치안 제출안을 통과시킨 상황이다.대한항공은 예상 밖의 '조건'을 달고 공시를 올리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시정조치안 제출 등을 의결한 대한항공 이사회의 결의는 효력을 상실한다는 것.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격랑에 휩싸인 건 배임과 노사관계 때문이다. 이사회 자체의 적정성을 두고서도 이야기가 오갔다는 전언이다.
◇매각 자체가 문제 vs 승인일 뿐, 가격도 안 정해…'홀로서기 어렵다'
이날 이사회에는 전날 사임한 진광호 전무를 제외한 5인이 참석했다.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와 배진철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 선임연구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다.
이사회의 최대 쟁점은 우선 배임 여부다. 배임에 대한 논란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일단 파는 것 자체다. 매출 기여도가 높은 화물부문을 파는 것은 아시아나항공 기업가치·주주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매각 결정이 곧 배임이라는 것이다. 기업가치 하락이 이뤄진다면 분리매각을 승인한 이사회도 업무상 배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다.
배임을 두고 또 다른 논란은 가격이다. 가격을 두고서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한쪽에서는 아직 가격도 결정하지 않았는데 배임을 논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이사회에서 정하는 것은 매각 승인 여부이지 가격이나 매수자는 아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의 매각 희망가가 5000억~7000억까지 거론되는 상황 속에서 적극적인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합병 최종 승인을 위해서는 매각 적정가보다 일단 매각 체결 자체가 중요하다. 때문에 매수자를 찾기 위해 매각가가 더 낮아질 수 있는데 이 경우 가격을 깎는 것도 배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사관계도 다뤄졌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대한항공은 2021년 6월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후 통합전략(PMI) 계획안에서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의 고용 유지 등의 방안을 포함한 바 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매각이 거론되며 다시 고용승계 문제가 고개를 들었다. 대한항공이 고용승계와 7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노사관계도 논의점이었다고 전해진다. 반대 의견을 표명한 한 사외이사는 노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임이나 노사문제 등 모든 논쟁의 반박이 될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 가능성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만 12조원, 부채비율은 1741% 수준이다.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구조조정이 아니라 스스로 회사를 떠나는 비율도 적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노선의 현황도 공유됐다. 9월 기준의 이 현안표에는 매각 대상인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의 권역은 물론 빈도와 투입 기종, 연계 노선 등이 담겼다. 빈도는 런던 2회, LA와 뉴욕이 각각 7회와 3회 등이다.
◇1인 사임, 1인 이해관계 논란에 적정성도 도마위
5인이 된 이사회 구성도 논쟁거리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불과 하루 전에 반대 입장의 사내이사가 사임한 점, 5인 중 이해관계에 저촉되는 인물이 있다는 점이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진광호 안전보안실장 전무의 전날 사임을 두고는 외압이 거론됐다고 전해진다. 진 전무는 사내이사지만 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반대나 기권표를 내는 대신 전날 사임하자 그 의미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현 집행부가 가결 입장을 정했다"고 전한 바 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의지가 워낙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사회 통과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적격성도 거론됐다. 대상은 윤창번 사외이사다. 윤 사외이사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고문이다. 2015년부터 몸담아 왔다. 김앤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에 대한항공 측에 법률자문을 해 왔다.
이같은 논란은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둘러싼 이해관계와도 맞닿아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사회이지만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진과 임직원, 화물부문 매각 대상 후보군에 오른 저비용항공사(LCC) 등의 이해관계도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추천한 곳의 의견과 상충되는 의견을 내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짚기도 했다. 4명의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각각 2021년 3월, 2023년 3월 선임된 바 있다.
30일 이사회에서 만약 표결이 진행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업계에서는 만장일치가 아니더라도 통과됐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우선 사내이사인 원유석 대표가 찬성으로 기울 것으로 보이고, 사외이사 중 일부의 찬성표도 거론됐다. 업계 안팎의 전언에 따르면 2~3인의 표가 찬성에 가까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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