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 "난소암 조기진단 정복"'딥캐치' 기술 고도화로 질병 모니터링·예방 혁신, 내년 IPO 재추진
구혜린 기자공개 2023-11-06 08:08:43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2일 09: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딥캐치(DeepCatch)'로 분석하면 난소암이 복막을 타고 전이된 것을 컬러(color)로 확인할 수 있다. 3차원으로 볼 수 있으니 의사가 수술하기도 쉽다. 난소암은 조기 진단이 불가능한 꿈의 영역이지만, 메디컬아이피의 기술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사진)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난소암 환자의 3D(3차원) 영상 이미지를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난소암은 췌장암과 더불어 악성암으로 불린다. 질병이 의심돼 진단받았을 땐 이미 100% 말기 상태인 만큼 조기에 캐치(catch)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탓이다. 메디컬아이피는 최근 주요 제품인 딥캐치에 난소암 분석 컬러를 추가했으며 조기 진단이 가능한 세상을 열었다.
◇컴공 전공 의대 교수가 추구한 '정보력 있는 컬러 데이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일까? 딥캐치는 CT와 MRI 2D(2차원) 흑백 촬영 영상을 3D 컬러 영상으로 바꾸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솔루션이다. 진단자의 인체 전신 내부를 조직(tissue)별로 각기 다른 색을 입혀 명료하게 구분할 수 있다.
단순히 색만 입힌 게 아니라 각 조직의 크기와 무게, 부피 등을 수치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 딥캐치가 탑재된 장비로 촬영한다면 초기 단계이더라도 난소암이 발생한 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 영상의학과 교수 출신의 박 대표는 120년 동안 2D 흑백 영상을 고집해온 의료 역사에 의문을 품고 딥캐치 개발에 나섰다.
그는 "학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의대 석박사를 하다 보니 컴퓨터공학의 관점에서 의학을 바라보게 됐다"며 "120년간 쓰여온 흑백 영상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CT, MRI 장비로 촬영된 영상이란 건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고 이걸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5년 '서울대병원 1호 벤처'로 출범한 뒤 지난 9년간 총 130개의 컬러를 확보했다. 인체 장기와 세포, 조직별 탐지가 가능한 기술을 130개까지 확보했단 의미다. 박상준 대표는 "우리 기술은 컬러 하나 하나가 상품이고 솔루션이자 기업이기 때문에 하나를 추가하는 데 시간을 오래 투입할 수 밖에 없다"라며 "앞으로 3년 뒤인 2026년에는 500개 컬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확보된 컬러는 의료 현장에서 서비스의 품질을 바꾸고 있다. 딥캐치는 현재 서울대병원, 강북삼성병원 등 국내 23개 병원에 보급돼 있다. 박 대표는 "딥캐치는 최고 품질의 정보를 담고 있는 의료 영상"이라며 "2D 흑백 영상으로 볼 때와 같이 '내장지방이 줄어들었다, 늘었다' 이런 수준의 설명이 아니라 의사는 환자에게 근거 있게, 과학적으로 진단 결과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선 '헬스에쿼티' 기업 조명, 내년 상장 재추진
메디컬아이피는 질병 진단과 헬스케어의 영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딥캐치를 출시한 후 메디컬아이피는 28편의 논문을 주요 학회지에 게재했다. 이 논문들이 다루는 질병은 모두 다르다. 조직의 크기와 무게, 부피, 내부 비율 등 수치 데이터로 탐지할 수 있는 질병이 골다공증, 근감소증, 지방간, 치매 등 무궁무진하단 의미다. 특히 난소암과 더불어 딥캐치가 상용화되기 전까지 영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던 근감소증은 진단 정확성 86%를 인정받았다.
딥캐치가 제공하는 촬영 후 자동 리포트 생성, 클라우드 업로드 서비스는 개인이 인체 데이터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박상준 대표는 "아무리 암을 잘 치료받더라도 3개월에 한번씩 찍는 CT 스캔으로 근육, 지방량 등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사망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암이 정상 세포를 공격하면 사람이 왜소해지는데, 딥캐치를 통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면 이같은 위험을 사전에 예측,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메디컬아이피에겐 국내와는 또다른 꼬리표가 붙어있기도 하다. 박 대표는 "한국 대비 미국은 의료평등을 중시하는 기조가 강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헬스에쿼티란 관점에서 조명받고 있다"며 "우리가 '자기 몸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지금 1점에 불과한데 5점, 6점으로 끌어올리자', '당신의 몸은 당신이 알 권리가 있다'는 선한 기술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메디컬아이피의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그는 "3년 전 기술 개발, FDA(미국 식품의약국) 인증을 받는 데 몰두하기 위해 서울대 교수직을 사직했는데, 병원을 뛰쳐나올 정도로 의미 있는 기술"이라며 "내 정보를 대하는 풍경,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풍경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우리가 단순히 기술의 영역을 넘어 문화를 바꾸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2024년에는 코스닥 상장도 재추진할 계획이다. 메디컬아이피는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올해 5월 바이오텍 시장 침체에 영향을 받아 자진철회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기술성평가 'A, A' 등급을 받은 기업"이라며 "분명히 좋은 기술 가지고 있고 최초 기술성평가를 받은 시점 대비 기술은 더 좋아졌으므로 상장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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