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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상장리츠 점검]상품요건 반영 레버리지 제한, 실현 가능성 '글쎄'③하향 조정시 유상증자 불가피, 증자 매력도 '뚝'

이돈섭 기자공개 2023-11-08 08:19:03

[편집자주]

매크로 환경이 바뀌면서 상장리츠 투자 매력도가 뚝 떨어졌다. 수익률과 변동성이 출렁이면서 퇴직연금 시장에선 적립금 운용 비히클로 상장리츠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자산으로 다양한 공모펀드 안에 편입되면서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리츠의 높은 변동성이 퇴직연금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3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외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상장리츠 수익성이 쪼그라들자, 일각에서는 상장리츠에 퇴직연금감독규정상 상품요건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확정기여형(DB)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개별 주식종목에 투자할 수 없는데, 상장리츠가 개별 종목처럼 거래되는 점을 감안, 규정상 최소 요건은 갖춰야 한다는 논리다.

대표적인 것이 레버리지 비율 제한이다. 현행 퇴직연금감독규정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상품의 차입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투자회사법이 적용되는 상장리츠의 경우 자기자본의 2배 이내 수준에서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주총 특별결의 시 10배까지 가능하다.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리츠의 차입비중은 대개 50~70% 수준이다.

차입은 금리인상 시기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작년 한 해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꺼지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자산가치가 하락, 상장리츠 차입금의존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공실률도 상승하고 있는 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도 올라가면서 금융비용이 높아져 주가는 연일 고꾸라지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장리츠가 가진 문제의 핵심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개별 주식종목 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반면, 상장리츠에만 예외를 허락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상장리츠도 일종의 공모펀드로 보고 접근하고 있는 만큼, 차입 규제에 대해서는 다른 상품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운용업계에선 상장리츠 레버리지 조정에 회의적이다. 상장리츠의 경우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잉여금을 쌓기 어렵다. 배당을 확대하려면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산을 매입해야 한다. 레버리지 한도를 낮추게 되면 차입을 상환해야 하고, 이때 배당을 확대하기 위해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증자는 유통 주식수를 늘려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 SK리츠는 지난해 종로타워매입 과정에서 회사채를 발행했고, 이를 상환하기 위해 지난달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약 7538만주를 주당 4160원에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증자 과정에서 대량의 실권주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한 달 SK리츠 주가는 9% 하락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펀드런이 발생해 시장 전체가 궤멸될 수 있다"며 "레버리지 비율이 떨어지면 배당 수익률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리츠 투자의 매력도가 반감되고, 결국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감독당국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장리츠에 투입돼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크지 않아 금융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과거 정책적 판단을 통해 (상장리츠가) 퇴직연금 시장에 진입한 만큼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각지대를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상장리츠는 분명히 노후자산을 운용하기에 좋은 자산임에 틀림없다"면서도 "퇴직연금 시장 전체 규제 형평에 맞게 제도가 운영돼야 장기적으로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 여파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을 경기 사이클상 한 국면으로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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