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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리걸테크는 닫힌 문을 열고 싶다

이민우 기자공개 2023-11-09 10:24:29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7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는 닫힌 문을 열고 싶다.”

봉준호 감독의 2013년 작 영화 ‘설국열차’에 등장하는 ‘남궁민수’의 캐치프라이즈다. 송강호가 분한 남궁민수는 설국열차 인물 중 가장 눈길을 끈다. 단순히 한국인 배우의 열연으로 표현된 배역이어서가 아니다. 그가 비좁은 열차 내 다툼에 집착하기보다 ‘문을 열고 나가 세상을 넓히는 방법도 있다’란 틀을 깨는 메시지를 전달해서다.

약 10년 전 설국열차 속 남궁민수를 떠올린 이유는 최근 마무리된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갈등 때문이다. 공교롭게 설국열차 개봉과 같은 해 시작된 로톡-변협 공방은 올해 9월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완승으로 끝났다. 법무부가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에 대한 변협 징계를 취소했다. 앞서 공정위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총 20억원 과징금을 내렸다.

로앤컴퍼니, 로톡의 승리는 움츠린 국내 리걸테크 재도약을 알리는 나팔이다. 더불어 기존 법조 기득권의 울타리를 깬 결정으로도 읽힌다. 플랫폼, 리걸테크로 인한 불공정 심화 등을 내세운 이들의 주장은 공감을 사지 못했다.

오히려 법률시장 변화를 시발점으로 약진할 젊은 세대·비주류 변호사에게 ‘자리를 뺏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만 읽혔을 뿐이다. 앞선 포비아와 달리 로톡이나 로앤굿 같은 로(Law) 플랫폼, 리걸테크 플레이어의 성장은 법률시장 영역을 한 단계 넓힐 기폭제다.

물론 처음엔 여타 신규 산업처럼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엔 법의 문을 두드리길 꺼려했던 숨은 의뢰인과 더 많은 효율성·확장된 생태계를 국내 변호사와 법률 산업에 가져다 줄 수 있다. 벽처럼 여겨진 옆 문을 폭파해 열차를 멈추고 다음 세대에 새로운 시작을 선물한 남궁민수처럼 말이다.

지난 긴 싸움의 원인을 무조건 변협 등에 두고 편향적인 비난을 하고픈 마음은 없다. 설국열차 속 남궁민수와 커티스 그리고 윌포드가 그랬듯 생존에 대해 모두 처음부터 같은 관점을 가지길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국내 법률 시장이 모색할 생존과 방향이 무엇인지를 누군가는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바라며 아래 말을 남긴다. 영화 막바지 남궁민수가 설국열차 머리칸의 문을 앞두고 주인공인 커티스에 건네는 대사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문을 여는 거야. 이런 문이 아니라, 이쪽 문을 여는 거야. 이 바깥으로 나가는 문들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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