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 찾는 철강 주조사]동일철강, 대선조선 인수로 본업 '흔들'…아쉬운 타이밍①1967년 설립 50년 이상 업력…봉강사업 성장 한계, '승부수' 결과는 워크아웃
서하나 기자공개 2023-11-10 08:19:55
[편집자주]
100년 이상 지속해온 철강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철강 주조사들은 저마다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경량화 추세로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신소재가 각광 받으면서 자동차용 철강 주조사들은 더욱 큰 위기에 직면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 맏형을 비롯한 기업들은 저마다 유보 자금과 신규 투자를 활용해 M&A 대상을 물색하고 신규 사업 투자를 검토하며 새 활로를 찾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더벨에서 새 기회를 찾는 철강 주조 산업의 중견 기업들을 조망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09: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동일철강은 중견 철강 주조사 중에서도 단연 모험적인 선택을 했다. 봉강 제품이던 사업 영역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확대한다는 포부로 대선조선을 인수했다. 하지만 대선조선은 인력난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경영난에 빠지며 몇 년만에 골칫덩이로 전락했다.동일철강은 결국 대선조선에 대한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이미 재무 악화와 막대한 투자금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약 6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상환을 위해 자산 매각과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동일철강은 이런 상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50년 업력 철강 주조 전문사는 왜 '조선업'을 점찍었나
동일철강은 1967년 철강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1980년 부산에 공장을 증축·이전하면서 거점을 마련했다. 2009년 형강 제조사인 화인스틸과 합병하면서 봉강과 형강을 모두 생산했지만, 2020년 형강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지금은 봉강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1994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동일철강은 대한제강, 세아특수강, 한국특강 등이 참여하고 있는 국내 봉강 시장의 4대 플레이어다. 지난해 연간 매출 규모로 보면 대한제강이 2조1416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고 이어 세아특수강 1조744억원, 한국특강이 7959억원, 동일철강 322억원 순이었다.
동일철강의 주력 제품인 봉강은 자동차, 기계, 조선업에 필요한 기초 소재다. 형강이 건설부자재로 주로 사용되는 것과 다르다. 동일철강은 원재료인 빌렛을 압연해 마봉강(자동차, 기계 부품, 건축자재용), 마사각강(자동차, 유압피팅, 조선기자재, 레일용), 봉강(자동차, 기계부품, 조선기자재, 샤프트용) 등을 생산하고 있다.
동일철강은 대선조선을 인수한 2020년 즈음 눈에 띄는 매출 감소를 겪고 있었다. 2017년 개별기준 3791억원에 이르던 매출은 2020년 2820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 기간 235억원 규모였던 영업이익은 1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철강 산업은 경기변동에 민감한데 당시 이어진 경기 침체로 전방산업이 부진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동일철강 최대주주인 정인화 회장은 2020년 봉강 사업만으론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승부수를 던졌다. 과거에 화인스틸을 인수해 성공적인 PMI(post-merger integration) 경험이 있었고, 두 회사 모두 부산에 거점이 있어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에 집중하면 자회사인 화인스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동일철강은 2020년 12월 동원주택, 동원종합물산, 세운철강, 동일스위트 등 부산에 거점을 둔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1600억원에 대선조선을 인수, 대선조선 지분 약 46%를 확보했다. 2020년 말 동일철강의 현금 보유액은 약 1397억원, 차입금은 100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부채비율도 15.8% 정도로 꽤 여유있는 편이었다.
◇워크아웃 선택에도 재무 악화·막대한 투자금 손실 불가피
대선조선 인수 이후 상황은 계획같지 않았다. 대선조선은 동일철강의 품에 안긴 2020년 146억원 규모의 적자를 시작으로 2021년(-246억원), 2022년(-286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누적 손실 규모가 약 86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조선업계 인력난이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인건비가 치솟았고 중견 조선사들이 모두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조선업은 일반적으로 선수금을 받고 선박을 인도하면서 최종 대금을 지급받는다. 선박 인도 시점이 늦어질수록 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손실을 보는 구조다.
대선조선 적자에 따른 손실은 최대주주인 동일철강으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상반기 기준 대선조선의 지급보증 금액만 약 296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선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500원 가까운 자금을 수혈하면서 자금 사정도 급격히 악화했다.
대선조선은 2002년 약 42억원의 영업손실, 8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21년엔 약 44억원 흑자를 내면서 수익성을 개선했지만, 2022년 다시 영업이익 9억원, 순손실 157억원 등을 기록했다. 여기엔 대선조선 인수에 따른 관계기업 투자손상차손 반영 등이 영향을 끼쳤다.
동일철강은 얼마전 주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에 대선조선에 대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이에 따른 채권 상환 연장으로 급한 불은 끄겠지만 투자금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다.
게다가 동일철강엔 대선조선 인수를 위해 발행한 1~2회차 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쏟아지고 있다. 미상환 CB 규모는 61억원인데, 이미 전환가액이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까지 내려가 물량이 모두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동일철강은 9월 중 약 40억원의 단기차입금으로 풋옵션 행사에 따른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대선조선은 1945년 부산 영도에서 설립된 국내 4대 조선사다. 중형 컨테이너선, 화학제품 운반선, 참치 선망선 등을 만든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부터 자율협약 형태로 수출입은행의 관리에 들어갔다. 2017년부터 매각 시도가 이뤄졌고 2020년 동일철강 컨소시엄 품에 안겼다.
동일철강은 인수 당시 상황에 대해서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번 워크아웃 선택으로 일부 손실이 불가피하겠지만 내년엔 대부분 해소될 이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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