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은 지금]투자에 진심인 오너2세…본업과 시너지 '의문부호'④신기술금융사 계기로 투자 포트폴리오 확대…협업보단 수익에 관심
정새임 기자공개 2023-11-14 13:09:12
[편집자주]
광동제약이 오너 2세 체제에 접어든 지 10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매출, 두배 이상 늘어난 계열사 수. 일단 외형 성장엔 성공했다. 그러나 오너 2세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키운 내부거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타깃이 되고 있고 본업에 집중하지 못한 사업전략은 시장의 의구심을 사고 있다. 광동제약의 지난 10년과 현재를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 본업을 뒤로 한 오너 2세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의 관심은 투자에 쏠려있다. 자회사로 신기술금융사를 차릴 정도로 유망한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광동제약이 지니지 못한 신기술을 외부 유망 기업에서 찾는 일은 긍정적인 신호로도 해석 가능하다.하지만 투자 면면을 살펴보면 투자 목적이 협업을 통한 도약인지 단순히 수익창출인지는 분간하기 어렵다. 수년 전 맺은 협업은 진전이 없고 사업과 전혀 무관한 기업에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타법인 투자 31건으로 급증…펀드 출자 적극적
광동제약이 본격적으로 투자업에 뛰어든 건 2019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기술금융사인 KD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면서다. 초기 자본금으로 200억원을 들였다. 미래성장산업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ICT, 바이오 등 4차산업 분야의 신기술사업 및 창업벤처, 중소기업 등을 발굴하는 게 주 목적이다.
광동제약은 KD인베스트먼트에 꽤 공을 들였다. 광동제약에서 20여년간 기획, 재무 분야에 몸담았던 모과균 전 사장을 대표이사에 앉혔다. 최재원 전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펀드매니저도 영입했다.
KD인베스트먼트는 각종 투자조합을 운용하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케이디바이오투자조합, 케이디오차드투자조합, 케이디재산투자조합 등이 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이오 투자기업 중에는 뇌질환 디지털치료제 기업 로완과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기업 쿼드메디슨이 있다. 각각 60억원, 20억원을 투자했다.
KD인베스트먼트 설립을 계기로 광동제약의 투자는 가속화했다. 케이디바이오투자조합 1호·2호·3호·5호·6호에 각각 25억원, 90억원, 6억원, 15억원, 5억원을 출자했다. 케이디재산투자조합2호와 5호에는 8억원과 15억원을 출자했다. 케이디유온신성장1호투자조합에는 10억원을 투자했다. KD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해 올해 상반기까지 출자한 규모는 384억원으로 늘었다.
이 외에도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 데일리파트너스가 운용하는△데일리 임파워링 바이오 헬스케어 펀드 1호(9억원), KS자산운용이 울산 지역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울산지웰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7억원), 스틱벤처스가 국내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신사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스틱청년일자리펀드(8억원), 스파크랩과 신한캐피탈이 국내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스파크랩-신한오퍼튜니티제1호투자조합(8억원)에도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직접 투자도 확대했다. 2019년 영국 옥스퍼드대 종양학 교수들이 설립한 바이오텍 '옥스퍼드 캔서 바이오마커스'에 30억원을 투자했다. 호주 맥쿼리그룹과 신한급융지주가 합작해 설립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에는 12억원을 넣었다. △바이넥스(53억원) △금호에이치티(3억원) △바이오비스타(3억원) △쿼드메이슨(20억원) △디에스피이알파(50억원) △헬스포트(20억원) △씨티바이오(30억원) △비엠스테이지(15억원) 등에도 투자 중이다.
고 최수부 회장 시절에는 4건에 불과했던 타법인 투자가 최성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3년 말 이후 31건으로 급증했다. 이 중 단순투자만 19건에 달한다.
◇협업 시너지 성과 '제로'…목적 불분명한 투자도 엿보여
견실한 기업이 유망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돈을 투자해 협업을 꾀하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금전적 수익을 내는 데만 집중하는 게 광동제약 주주들이 바라는 일일까.
광동제약은 2019년 KD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며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실제 KD인베스트먼트를 통해 20억원을 투자한 쿼드메디슨과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마이크로니들을 적용해 비만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광동제약의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이 사실상 개발 중단 상태여서 의문을 낳는다. KD101은 2상 임상을 마친 2020년 초 이후 3년째 진전사항이 없다. 쿼드메디슨은 새로운 제형을 제공할 수 있을 뿐 효능을 낼 물질 개발은 광동제약의 몫이다. KD101이 예상보다 효능을 보이지 못했다면 새로운 물질 개발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업데이트는 이뤄지지 않았다.
광동제약은 2019년 옥스퍼드 캔서 바이오마커스와 협업도 꾀한 것으로 보인다. 30억원을 출자해 전략적 투자자로 나섰다. 당시 광동제약은 보도자료를 통해 "광동제약이 정밀의학 기반 진단기술 분야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광동제약이 전문의약품 중 거의 유일하게 자체 제조로 힘을 주고 있는 분야가 항암제다. 그 중에서도 점점 중요도가 높아지는 항암 진단 등의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다.
하지만 3년 넘게 이 분야에서도 새로운 개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여전히 올드드럭을 판매 중이다. 연구개발비용은 대부분 도입 신약의 가교임상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나마 올해 진단제품 개발 기업 씨티바이오에 3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보아 진단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광동제약 사업과 연관성을 알 수 없는 투자 행보도 여럿 눈에 띈다. 사모투자 합자회사(PEF)인 디에스피이알파에 50억원을 투자하거나 레저관련기업 아트플레쉬에 15억원을 투자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디에스피이알파는 투자수익이라는 뚜렷한 목적이라도 있다. 아트플레쉬는 투자 목적조차 불분명하다.
아트플레쉬는 제주도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조명설치작품을 즐기거나 풋스파 등을 즐길 수 있다. 광동제약과의 접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는 임지영씨이며 이채주 광동제약 전략기획실 상무가 기타비상무이사를 지낸 바 있다. 이희구 지오영 명예회장이 사내이사를 지냈고 조선혜 지오영 회장 아들도 관여돼있는 것으로 보아 지오영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투자라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다만 아트플레쉬가 광동제약에 어떠한 이득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15억원의 회삿돈을 투입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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