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영 창업주 택한 제주도, '넥스트 스텝' 승부수? 블랙스톤 엑시트 검토에 경영권 이슈 도래…제주도 신사업 거점 떠올라
정새임 기자공개 2023-11-16 10:06:48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오영의 두 창업주는 일평생을 제약인으로 살아왔다. 과거 시도했던 신사업도 모두 의약품이나 약국과 관련이 깊었다. 그런 그들이 서울도 아닌 제주도에서 약과 전혀 무관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들의 베팅 배경엔 지오영 그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이 묻어있을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약업계 여성리더들의 만남…제주도 사업 공동체로 이어져
조선혜 회장과 이희구 명예회장은 2019년 '통 큰' 인수를 결정했다. 제주도 일대 19만5609㎡(약 6만평) 규모의 녹차밭과 테마파크 부지를 소유한 농업회사법인경덕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농업회사법인경덕의 전 최대주주와 새 최대주주는 모두 약사이면서 제약업계 동료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 최대주주는 박영순 전 온누리약국체인 회장으로 2005년 처음 이 농업법인을 세웠다. 온누리약국체인을 국내 최대 약국 체인으로 키운 박 전 회장은 2005년 돌연 제주도로 떠나 녹차밭을 일궜다. 여기서 생산한 녹찻잎을 '다희연'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했다. 2012년 쯤에는 카페와 녹차 족욕코너, 짚라인 등 레포츠 시설을 갖춘 종합테마파크를 열기도 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경덕은 박 전 회장이 90%, 그의 딸이 10% 지분을 소유했다. 조 회장과 이 명예회장은 이들 지분을 각 45%씩 사들였다. 지오영 두 창업주가 절반씩 공동소유하는 구조다. 박 전 회장이 제주도에 만들어 놓은 녹차밭과 테마파크를 인수해 사업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지오영과 온누리약국체인은 과거 협업으로 맺어진 인연이 있다. 의약품유통업체와 약국체인은 사실상 뗄 수 없는 관계다. 전국 네트워크로 물류망을 확장하는 지오영과 탄탄한 약국 회원사들을 지닌 온누리약국체인이 손을 잡으며 상생을 꾀했다. 자연스레 양측 회장의 접점이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 회장과 박 전 회장은 기후환경과 자연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도 있다. 조 회장은 수년 전부터 ESG 활동을 펼치며 각계 리더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의약품유통업체 중 활발하게 ESG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지오영이 꼽힌다. 박 전 회장은 과거 잘나가던 사업을 모두 내려놓고 제주도로 향할 만큼 자연에서 얻는 건강에 관심이 높았다. 지오영 창업주에게 경덕을 넘긴 이후에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인간의 면역능력강화를 위해 자연에서 원료를 배양해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렉스팜을 준공했다.
경덕을 조·이 회장에 넘긴 이후에도 박 전 회장의 가족이 여전히 제주도 사업에 몸담고 있는 등 양측은 사업공동체로 묶여있다.
◇지오영 경영권 이슈 존재…'Next 지오영' 기반 떠오른 제주도
제주도 사업은 지오영 회사와 무관한 개인 사업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두 회장이 지오영 이후를 염두에 둔 신사업 진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회장과 이 명예회장은 지오영을 만들고 일군 창업주이지만 지오영의 최대주주는 아니다. 지오영의 지배구조는 조선혜지와이홀딩스→지오영→지오영네트웍스 및 자회사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조선혜지와이홀딩스가 지오영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조선혜지와이홀딩스는 SHC Golden L.P가 71.25%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SHC Golden L.P를 지배하는 곳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다.
지오영은 전국 의약품 유통망을 선점하기 위해 지역 군소 업체들을 인수할 필요성이 높았다. 조 회장과 이 명예회장은 사모펀드의 자금을 끌어와 공격적으로 지오영 덩치를 키웠다. 사모펀드가 지오영 지분을 인수하고 몇 번의 손바뀜 끝에 지금의 지배구조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과 이 명예회장의 조선혜지와이홀딩스 지분은 각각 22%, 7%로 줄었다. SHC Golden L.P에도 창업주 지분이 일부 포함됐다고 알려졌는데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된 바 없다.
결론적으로 지오영의 주인은 사모펀드이며 블랙스톤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검토 중이다. 향후 관건은 두 창업주의 경영권 보장 여부다. 지금까지 세 번의 사모펀드를 거치면서도 조 회장과 이 명예회장은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향후에도 이들이 경영권을 굳건하게 쥐고 있을 지는 물음표다. 지오영을 국내 최대 의약품유통업체로 클 수 있었던 데에는 두 창업주의 공로가 전적으로 컸다. 하지만 지오영 새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직접 경영에 의지를 보이거나 계약 조건에 따라 변수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두 창업주 2세들은 지오영 내에서 직책을 맡고있지 않다. 2세들은 과거 지오영에서 근무한 적 있지만 이는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경영수업이라기 보다 유통업을 익히는 정도에 불과했다. 다른 의약품유통업체들이 창업주에서 2세로 자리를 넘기는 과도기를 거친 반면 지오영은 조 회장과 이 명예회장이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2세들도 의약품 유통 관련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오영과 별개의 사업체를 운영한다.
내·외부적 상황에 따라 지오영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됐다. 조 회장과 이 명예회장은 각각 1955년생, 1950년생으로 흔히 말하는 은퇴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 명예회장은 이미 지오영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두 창업주의 개인 사업이 구체화하면서 지오영 이후 활동이 제주도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제주도 사업은 레저와 식품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의약품과는 거리가 멀다. 평생을 제약업에 종사해온 두 회장의 주력 사업으로 보기 힘들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 2세들을 위한 밑바탕이라는 시각도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2세들은 반려동물 관련 사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두 회장의 제주도 사업도 함께 해 이같은 시각에 무게를 더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정새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빅바이오텍의 꿈' 프레스티지는 지금]글로벌 체급 맞춘 과감한 투자 "도약의 시점, 두려움 없다"
- [오름테라퓨틱 IPO In-depth]상장 앞두고 바뀐 이사회, 그래도 막강한 전임 CSO 영향력
- [한미 오너가 분쟁]침묵 깬 임종윤, 모녀 겨냥한 '5대 개혁안' 제시
- ['빅바이오텍의 꿈' 프레스티지는 지금]항체서 ADC·APC까지, 흔들림 없는 무한 확장 신약 비전
- [클리니컬 리포트]에스티큐브, '넬마스토바트' 개발 당위성 입증 데이터 'ORR'
- [한미 오너가 분쟁]모녀 지원하는 라데팡스 '4자연합' 변모, 달라진 '무게중심'
- 동구바이오, 원료 부담에도 외형확대로 끌어올린 '수익성'
- ['빅바이오텍의 꿈' 프레스티지는 지금]9년 결실 시밀러, '돈 버는 바이오'의 선순환 구조 기반
- [한미 오너가 분쟁]872억 투입한 라데팡스, 자금·우군 확보한 모녀
- 시밀러 경쟁 '승부수 직판' 셀트리온, 유럽 유통사 인수 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