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관전 포인트]가지 않은 길 가는 포스코, 선택의 시간 임박①최정우 회장 연임 데드라인까지 한달…도전·포기별 회장 선임 절차 주목
조은아 기자공개 2023-11-20 07:39:46
[편집자주]
최정우 회장의 임기 만료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최 회장이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다시 한 번 연임에 도전할지 후임에게 길을 터줄지 추측만 난무한 상황이다. 포스코그룹 안팎에서 다양한 회장 후보들이 거명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가능성에 그친다. 말그대로 '안갯속'이다. 더벨이 조만간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는 포스코그룹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전망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6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면서 업계의 시선은 '포스트 최정우'에 쏠리고 있다. '공'이 많지만 내년 취임 7년차를 맞는 데다 이미 한 차례 연임한 만큼 재차 연임에 도전하는 건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상반기까지만 해도 연임보다는 임기 완주를 목표로 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목표 달성이 다가온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사실 최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하든 포스코로선 가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 순조로운 임기 완주 자체가 거의 처음이기 때문이다. 정준양 회장과 권오준 회장은 모두 임기 만료를 한참 앞두고 중도 하차했다. 그 이전도 마찬가지. 항상 갑작스럽게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딱 두번 꾸려진 승계카운슬…달라진 구성
그간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의 두 축은 CEO 승계카운슬과 CEO 후보추전위원회였다. 다른 기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후보추천위원회와 달리 승계카운슬은 포스코그룹에서만 볼 수 있는 조직이다.
회장의 중도 하차 때 한시적으로 꾸려지는 '비정상적' 조직이자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승계를 논의할 수 있도록 만든 '한시적' 조직이기 때문이다. 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반면 승계카운슬은 그간 두 번 꾸려졌는데 각각 구성 방식이 달랐다.
처음 꾸려진 건 2013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1월 15일 정준양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게 사의를 밝혔고 열흘 뒤인 25일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 1명을 더해 모두 4명으로 이뤄진 승계카운슬이 꾸려졌다.
당시 포스코 이사회는 사외이사 6명을 더해 모두 11명이었다. 사외이사들이 회의를 거쳐 3명을 선정했는데 선정 이유는 전해지지 않는다. 사내이사 중에선 인사와 노무를 담당했던 김응규 부사장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사내이사가 포함된 이유는 낙하산 논란을 피하고 내부의 목소리를 반영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이었던 만큼 말그대로 백지 상태에서 시작했다. 승계카운슬은 한달이 넘는 논의 끝에 사내 추천과 서치펌을 통한 외부 추천의 두 가지 방식으로 후보를 추리기로 합의했다. 후보자 공모도 검토했으나 지나치게 많은 후보가 몰려 선정이 지연되거나 뜻하지 않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 포기했다.
이후 두달에 거쳐 7차례 모임을 갖고 최종 5명을 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했다. 다음부터는 금융지주 등과 다르지 않다. 일반 면접과 심층 면접이 이뤄졌고 권오준 회장이 최종 후보로 선임됐다.
두 번째 승계카운슬은 2018년 권오준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열렸다. 이땐 2013년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권 회장이 사의를 밝힌 지 5일 만에 1차 회의가 열렸다.
처음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은 또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가 추가됐다. 우선 승계카운슬 당연직 멤버인 권오준 회장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물러났다.
2014년 권 회장 선임 당시 3명이었던 승계카운슬 내 사외이사도 5명으로 늘었다. 회장 후보군 모집 범위도 확대했다. 서치펌에 더해 기관투자자와 노동자경영진협의회, 퇴직임원 모임의 추천도 받았다. 당시 외국인 회장이 적극 검토되기도 했다.
◇승계카운슬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나름의 보완을 거쳤음에도 잡음은 나왔다. 결국 사람이 모여 사람을 뽑는 과정이다보니 구설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2013년 당시 대표적인 광양 라인으로 꼽히던 김응규 부사장이 승계카운슬에 참여하면서 광양 라인 후계자로 꼽히는 김준식 사장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최종 후보 5인이 추려지기 전까진 완전 비공개로 진행되는 방식 역시 꾸준히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18년엔 권오준 회장이 스스로 승계카운슬에서 빠졌음에도 막판 최종 후보가 공개된 뒤에는 '권오준 라인'을 위한 깜깜이 선출이라는 비판이 불거지기도 했다. 두달간 회장 선임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숱한 외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며 혼선을 더한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CEO 후보 기본자격 요건'을 신설한 것도 후보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자격 논란 및 공정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포스코홀딩스는 '연임우선심사제도'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권오준 회장 뿐만 아니라 최정우 회장도 이 제도 덕분에 경쟁 없이 연임으로 직행할 수 있었다. 연임 의사를 밝힌 직후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졌고 한달의 심사를 거쳐 연임이 확정됐다.
최 회장은 임기 종료 3개월 전인 12월 중순까지는 최종 의사를 밝혀야 한다. 이번에 최정우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경우 다른 후보자와 함께 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다. 일각에선 연임우선심사제도 폐지가 연임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현직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사라지면서 허들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최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승계카운슬 없이 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려 바로 회장 선임 절차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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