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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기업 피어그룹 전략]'단골' 엘앤에프·천보…챌린지 보단 '검증된 곳'으로⑥'증시입성' 2차전지사 증권신고서 '벤치마킹'…거래소 심사통과 확률 높이기

손현지 기자공개 2023-11-23 08:29:17

[편집자주]

2차전지 관련 회사들이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전방산업에 있는 배터리 회사부터 후방산업인 부품·소재 회사까지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마다 IPO 준비 과정에서 피어그룹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태동하는 산업인 만큼 선구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거나 독점적 지위를 지닌 경우가 많아 비교군을 찾기가 어려워서다. 올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증시입성을 준비했던 2차전지 섹터 기업 8곳을 추려 피어그룹 선정 전략과 특징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2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부품·소재사들이 기업공개(IPO)에서 택한 피어그룹을 살펴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기업들이 있다. 엘앤에프, 천보, 피엔티, 엔시스, 에이프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일명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에서 안전하게 통과되는 5대 회사들로 불린다.

최근 2차전지 IPO에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도 심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추세다. 멀티플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기업들을 피어그룹으로 삼은 기업들은 까다롭게 지적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다수의 하우스들 사이에선 2차전지 IPO를 준비할 땐 검증된 피어그룹을 택하자는 기조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다.

◇IPO 선배들 따라…'심사통과'한 피어그룹 위주로 선별

올해 IPO를 준비한 2차전지 부품·소재사들의 피어그룹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크게 보면 피엔티와 엔시스, 에이프로 등 '장비사'와 엘앤에프, 천보 등 '소재' 기업으로 묶을 수 있다. 피엔티, 엘앤에프 등은 2차전지 대장주인 만큼 다수가 채택하는 기조다.

주목할 건 같은 피어그룹을 택했다고 하더라도 기업들 간에 사업 유사성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필에너지와 메가터치는 비교기업이 3개나 겹친다. 두 기업 모두 기업밸류 산정을 위해 피엔티, 에이프로, 엔시스 등의 멀티플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들의 사업분야는 상이했다. 필에너지는 레이저 노칭 등 '장비'를 생산하고, 메가터치는 반도체와 2차전지 공정용 장비의 '부품'을 개발하는 업체다. 큰 카테고리로 보면 2차전지 생태계에서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지만 장비와 부품업은 엄연히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기조는 한국거래소의 심사 기조와도 연관이 있다. 아무리 사업, 재무적 측면에서 유사한 기업일 지라도 앞서 다른 2차전지 상장기업들이 사용하지 않았던 피어그룹을 사용하는 건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판단에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가끔 금융당국에서 왜 이런 기업은 피어그룹에서 뺐느냐고 지적하기도 한다"며 "PM들끼리 서로 2차전지 IPO때 어떤 피어그룹으로 썼는지 확인하고 벤치마킹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앞서 제출된 증권신고서들을 토대로 스터디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유진테크놀로지도 원래대로라면 노칭기업이란 공통점이 있는 DA테크놀로지나 DENT 등을 비교기업으로 고려하려 했다. 주가순이익비율(PER)을 기준으로 밸류 산정을 하다보니 손실이 난 위의 두 기업은 후보군에서 제외할 수 밖에 없었다. 사업의 유사성 보다는 거래소 심사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는 곳을 비교기업 선정 기준으로 삼아 '피엔티'와 '지아이텍' 등을 택한 케이스다.

◇서로서로 참조하지만, 각기업 특색 반영해야

IPO선배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피어그룹을 택하는 방식이 정답일까. 이미 거래소 상장 허들을 넘었고, 다수가 선택한다는 점만으로 피어그룹을 선정하기엔 2차전지 섹터에 대한 시장의 접근법이 바뀌고 있다.

예를들면 다수의 기업이 택한 천보라는 기업은 2019년 증시에 입성한 케이스다. 당시까지만 해도 천보의 포트폴리오 중에서 2차전지 소재 사업 비중은 15% 이하에 그쳤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비중이 훨씬 컸던 것이다.

그런데 주관업무를 맡았던 하나증권은 IPO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2차전지 소재사업을 중심으로 피어그룹을 대거 택했다. PER 35배가 넘었던 코스모신소재, 엘앤에프, 일진머티리얼즈 등을 피어그룹으로 택했다. 다른 기업들과 괴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당시 PER 15배 미만의 기업들은 모두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제외시켰다.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방식이지만 공모는 성공했다.

다만 2019년은 2차전지 상장이 거의 없던 시기다. 성장산업의 잠재력을 포착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가 필요했던 만큼 2차전지 관련 기업들 특유의 업종 특성을 고려한 밸류에이션 방식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평가방식은 일반적인 IPO와 다르지 않지만, 2차전지라는 성장산업의 잠재력을 포착하기 위해 다양한 밸류에이션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밸류산정 방식 기류가 일부 바뀌고 있다. 추정 순이익이나 EBITDA를 반영해 성장성을 부각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V/EBITDA 방식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출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대표적이다. 공모 기업들과 2차전지 업종 밸류에이션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며 '몸값'을 맞추기 위해 추정 실적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피어그룹은 밸류산정의 기준이 되는 만큼 보편적일수록 좋은 측면이 있다"며 "다만 밸류 방식, 2차전지 섹터에 대한 시장의 관점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각 기업특성에 맞춰 선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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