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쇼어링, 멕시코 향하는 테크기업]미국발 공급망 재편 최대 수혜국, 한국 기업 '우르르'①최대 경제국 이웃 효과 제대로…삼성·LG·현대·포스코·두산 등 연쇄 투자
김도현 기자공개 2023-11-23 12:56:33
[편집자주]
코로나19 국면 이후 전 세계가 공급망 관리(SCM)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국은 핵심 산업 생태계를 자국 또는 인근에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멕시코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북미 시장 공략에 적합한 데다 인건비 등 비용 절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멕시칸드림'을 꿈꾸며 연이어 투자를 단행하는 모양새다. 삼성·LG 등 주요 기업의 멕시코 투자 흐름 및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자국중심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는 한편 본국으로 생산시설을 회귀하는 '리쇼어링'을 지속 중이다.그 일환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등이 등장했다. 공통점은 북미 유입을 유도한다는 것. 미국발 산업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면서 위아래 자리한 캐나다와 멕시코 경제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글로벌 공룡들의 투자를 유치하면서다.
이같은 현상을 '니어쇼어링'이라 일컫는다. 기업이 생산 및 서비스를 위한 업무를 이전할 때 목표시장(두 나라의 경우 미국)과 가까운 인근 국가로 이전하는 개념이다. 특히 멕시코는 생산거점으로의 다양한 적합 요인을 갖추고 있어 니어쇼어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알다시피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유수의 반도체, 자동차 회사들이 즐비한 곳이다.
◇외국 투자 40% 이상 증가…왜 멕시코인가
멕시코 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 290억408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약 41% 늘었다. 2021년(316억달러)과 2022년(363억9600만달러) 기록을 뛰어넘을 것이 유력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150억2200만달러), 캐나다(37억8000만달러), 아르헨티나(23억1600만달러), 일본(18억3900만달러), 영국(17억5800만달러) 등이 막대한 자금을 멕시코에 쏟은 바 있다.
멕시코는 미국 수입 대상국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이 압도적인 선두였으나 미·중 갈등 여파로 멕시코가 앞서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멕시코 러시'가 이뤄지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앞서 언급한 대로 지리적 이점이 있다. 멕시코는 IRA, USMCA 발효 시 영향권에 속한 국가다. 쉽게 말해 멕시코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관련 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 등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갈수록 북미산 소재 및 부품 비중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멕시코가 캐나다와 함께 유이한 선택지인 셈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물류비 절감에 최적이다. 미국과 국경을 공유하는 만큼 육로 운송이 가능한 데다 중남미 국가의 자원을 활용하기에 용이하다. 태평양 및 대서양과 맞닿아 아시아, 유럽 등으로의 해상운송이 원활하다는 평가다.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 탄탄한 인프라 등도 제조기업을 끌어들이는 데 유리한 지점이다. 멕시코 인구는 현시점에서 1억3000명 내외다. 이는 세계 10위 수준이다. 올해 출산율 1.73명, 인구성장률 0.61%로 노동력은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아울러 작년 기준으로 15세 이상 노동가능인구 비중이 77%를 상회할 만큼 젊은 나라다.
인건비도 매혹적이다. 2023년 멕시코 시간당 최저임금은 약 1.4달러로 전해진다. 미국(7.24달러), 캐나다(12.2달러)와 비교 불가한 수치다. 중국(3.13달러)보다도 우위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76개 국제공항, 2만7000킬로미터(km) 철도, 10개 무역항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자원 의존적인 여타 중남미 국가와 달리 멕시코는 제조업 강국이라는 부분도 공장 설립에 플러스 요소다. 유엔산업개발기구에 따르면 국가제조업경쟁력지수(CIP) 순위에서 멕시코는 154개국 중 20위로 상위권이다.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니어쇼어링 현상이 나타나는 동유럽, 동남아 등은 여러 나라가 경쟁한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다소 떨어진다. 사실상 최대 수혜국으로 멕시코가 꼽히는 이유다.
멕시코 정부는 내년부터 니어쇼어링에 따른 일자리 창출, 세수 확보 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 풍부한 인적 및 천연자원, 자금조달 안정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멕시코는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500개 가까운 현지법인, 지난해 투자 규모 세계 7위 한국
첨단산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 중인 우리나라도 멕시코 투자가 활발하다. 1999년부터 2022년까지 멕시코 투자 이력이 있는 한국 기업은 2000개를 넘어서고 작년까지 국내 회사의 멕시코 법인은 누적으로 500개에 육박한다. 지난해 한국은 멕시코에 6억7300만달러(약 8800억원)를 투자하면서 7번째로 많은 나라가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에서 가전, TV 등을 생산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증설에 나선 결과 자체 가전공장 중 면적 기준 최대 라인을 멕시코에서 운영하게 됐다. LG전자의 경우 마그나와 공동 설립한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지난 9월부터 멕시코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기아는 지난 2016년 자동차 생산라인을 세운 바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멕시코 내 전기차 구동모터코아 공장을 착공했다. 현대위아, 두산밥캣, HL만도 등 대기업들도 멕시코 사업장을 신설하거나 증설을 고민하고 있다.
솔루엠, 유니테크노, 신스틸, DH오토웨어 등 기술력은 갖춘 중견·중소기업도 멕시코 비행기에 올라탄 상태다. 힘을 보태기 위해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최근 멕시코 정부에 신규 투자 인센티브 강화, 행정 절차 개선 등 애로 해소 건의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중장기적으로 테슬라와 폭스바겐, 아우디 등도 멕시코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대거 진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삼성전기가 멕시코 공장 구축을 준비 중이고 LG이노텍은 증설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복수의 업체가 다각도로 고객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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