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투 말레이시아]24시간 돌아가는 공장, SKC·롯데EM의 이유있는 진출①첫 해외거점 말레이 낙점, 동박 경쟁 '2라운드' 준비
김동현 기자공개 2023-11-28 07:44:46
[편집자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아가는 화학 소재 공장은 사업 특성상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값싼 전기료, 인건비를 찾아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과거 중국이 그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국가 차원의 산업단지 육성에 나선 말레이시아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벨이 화학·소재 사업자들의 말레이시아 진출 스토리와 성과 및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로 롯데케미칼이 동박시장에 손을 뻗으며 국내 동박업체는 크게 SKC의 SK넥실리스와 롯데케미칼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양분하게 됐다. 글로벌에서 국내 동박업체의 위치는 공고한 수준인데 오랜 기간 SK넥실리스가 글로벌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확대와 함께 음극재 소재인 동박의 수요도 따라 올라가는 상황에서 두 회사는 국내를 넘어 안정적인 신규 생산기지를 찾아야 했다. 그 해답으로 나온 곳이 바로 말레이시아.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의 값싼 전기를 활용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각 사업자의 말레이시아 생산기지 구축이 완료되는 내년이면 두 회사의 동박 경쟁 '2라운드'가 열린다.
◇SKC 인수 후 증설 돌입, 세계 최대 단일공장
SKC의 말레이시아 진출은 동박업체 인수로 시작됐다. 2020년 동박 생산업체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든 SKC는 국내 정읍 4공장을 준공하며 연간 생산능력을 3만톤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추가로 5·6공장 증설도 준비 중이었다.
다만 SKC는 지속해서 오르는 국내 물가와 비싼 전기료에 따른 원가 부담 등으로 경쟁력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새롭게 사업을 인수하며 야심 차게 동박 시장에 뛰어든 만큼 SK넥실리스의 독자적인 경쟁력이 필요했다. 이에 SKC는 해외 공장 증설을 결정하고 여러 지역 중 말레이시아를 선정했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국가 산업단지 육성을 위해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고 마침 해외 신공장 건설을 결정한 SK넥실리스에 전기료, 법인세 부담 완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동박 생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료가 기존 공장 대비 50% 이상 저렴해졌고 법인세 면제 혜택까지 더해져 SK넥실리스 입장에서 이보다 좋은 조건이 없었다.
결국 2021년 7월 휴양지로 유명한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에 공장을 착공했고 올해 10월 상업가동을 개시했다. 당초 예정했던 투자비도 75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상향하며 신공장 건설에 속도를 냈고 기존 정읍공장에 적용하지 못했던 신규 설비나 기술도 도입할 수 있는 시설로 지어졌다.
과거 KCFT에서 최고생산책임자(CPO)까지 역임한 신동환 글로벌증설본부장을 맡아 말레이시아 사업장 구축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사바주 정부와의 계약 체결부터 공장 구축, 설비 도입 등 증설 전반의 작업을 담당했고 말레이시아법인 설립 이후에는 법인장으로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내년 증설 작업이 마무리되면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은 정읍공장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연 생산능력 5만7000톤)의 동박 생산시설이 된다.
◇뒤따르는 롯데에너지머티, 2028년 증설계획까지 수립
SK넥실리스의 주요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사실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투자 계획이 발표되기 전부터 사라왁주 쿠칭에 생산시설을 짓고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고 있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신인 일진머티리얼즈는 2017년 말레이시아법인을 세우고 일찌감치 2000억원 이상의 투자액을 모아 구축에 돌입했다.
2019년 1공장을 준공하고 지난해까지 3·4공장을 가동하며 생산능력을 4만톤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익산공장의 생산능력이 2만톤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생산거점의 무게추를 국내가 아닌 해외로 옮긴 셈이다.
실제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말레이시아법인이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실제 말레이시아법인은 생산거점 역할뿐 아니라 다른 생산 담당 계열사의 모회사 역할까지 하며 롯데그룹 동박사업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생산능력을 현재 6만톤(국내 2만톤·말레이시아 4만톤)에서 2028년 24만톤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목표 생산능력 24만톤 중 38%(9만톤)가 말레이시아에 집중됐고 이외 유럽 및 기타 지역에 생산공장이 신설된다.
이중 말레이시아법인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해외사업 지주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글로벌(LEMG) 아래 자회사로 편재된 상태다. 말레이시아법인은 다시 헝가리 생산법인(LEMH)의 지분 100%를 보유해 국내와 유럽 사업을 연결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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