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반도체의 시간]공급망 핵심 SK실트론, Si웨이퍼 끌고 SiC 밀고구미 P3공장, 내년 하반기 가동해 매출에 기여…SiC 웨이퍼 성장잠재력도 커
김혜란 기자공개 2023-12-01 10:01:23
[편집자주]
긴 불황의 터널이다. 한국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주변 생태계 모두 올해 혹한기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3분기 다운턴(불황)의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버텨낸 'K반도체' 기업들의 한 해를 돌아본다. 그리고 반도체의 봄을 기다리며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재무와 사업 전략, 기회 등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9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웨이퍼(원판)는 반도체 생산밸류체인에서 핵심 소재지만 웨이퍼 제조사들만큼은 올해 불황의 여파를 덜 받았다.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 탓에 웨이퍼를 사서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조원 규모 적자를 냈으나 웨이퍼 기업 SK실트론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실적을 내놨다.물론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때의 성장세를 이어가진 못했으나 전방산업 부진에도 과거 맺어놓은 장기공급계약 덕에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도체 산업의 단점이 불황과 호황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들이 모두 어려운 시기에 SK실트론만큼은 안정적인 사업 구조가 돋보인 셈이다.
공급계약은 보통 5년에 기반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신사업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쪽 매출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단 점도 기대해 볼 만하다.
◇전방산업 회복기, 웨이퍼 공급량 상승 기대감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리콘(Si)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 인텔,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웨이퍼를 공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실트론의 3분기 누적 연결회계기준 매출액은 약 1조5405억원, 영업이익은 약 2230억원이다. 기업의 실질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에비타(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약 5247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지난해 3분기의 누적 매출액은 약 1조7825억원, 영업이익 약 4342억원이었다. 작년엔 반도체 산업이 워낙 호황이라 SK실트론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올해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너도나도 감산에 돌입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주문량 감소에 가동률이 저하되는 등 심각한 불황을 견뎌야 했다.
이런 가운데 SK실트론은 올해 1~3분기에 2021년 3분기 말(약 1조3380억원), 2020년 3분기말(약 1조2726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웨이퍼 제조사는 고객사와 5년의 장기공급계약을 맺는다. 이 덕에 과거 계약에 기반해 불황에도 웨이퍼를 계속 납품,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또 내년부터는 업황이 반등기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웨이퍼 공급량 상향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는 전방산업 불황으로 웨이퍼 시장이 14.1%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8.5%, 2025년에는 12.9%로 2년 연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짓고 있는 구미 P3, G3(잉곳 제조) 공장은 내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고객사에 물량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SiC 성장은 지금부터
Si 웨이퍼와 함께 앞으로 SK실트론의 성장을 이끌 또 하나의 축은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다. SK실트론은 손자회사인 미국 생산법인 SK실트론CSS을 통해 SiC 웨이퍼를 생산, 자동차용 전력반도체 제조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SK실트론CSS는 SK실트론이 지분 100%를 가진 투자법인 SK실트론USA의 100% 자회사다.
2020년 미국 SiC 웨이퍼 전문기업을 인수하며서 이 시장에 진출했고 그 이듬해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2공장을 지었다. 지금까지는 투자에 집중한 셈이다.
SiC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고열과 고전압에 강하고 반도체 칩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전기자동차 도입 본격화와 맞물려 활용도가 급증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SiC 전력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SiC 웨이퍼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는 미국 울프스피드(Wolfspeed, 옛 크리)와 투식스(II-VI), 일본 롬(ROHM) 자회사 사이크리스탈(SiCrystal) 정도로 제한된다. 울프스피드와 투식스가 각각 시장점유율 40%, 35%가량 차지하고 10%대 점유율의 사이크리스탈과 SK실트론이 추격하고 있다.
아직 연결재무제표상 SK실트론USA의 실적 기여도가 높진 않다. SK실트론USA는 1,2공장 모두 가동 중이며 6인치(150mm) SiC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으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dir 443억원 매출을 냈으나 영업손실이 약 720억원이다. 캐파(CAPA·생산능력) 확장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관전포인트는 SK실트론USA의 연결재무제표상 매출과 이익 기여도가 얼마나 빨리 올라오느냐이다. 업계에 따르면 Si 웨이퍼는 장당 70~100달러 수준인 데 반해 SiC웨이퍼의 장당 단가는 1000달러 수준으로 약 10배 이상 높다. SiC 웨이퍼 양산이 본격화되면 SK실트론USA도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에서도 8인치(200mm) SiC 웨이퍼를 양산하기로 했다. 구미공장에서도 8인치 SiC 웨이퍼를 같이 생산해 글로벌 SiC 웨이퍼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Si 웨이퍼가 이끌고 SiC 웨이퍼까지 성장을 뒷받침해 주는 그림이 앞으로 SK실트론 성장플랜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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