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열 VC 톺아보기]'전국구' DGB금융, 하이투자파트너스 역할 커진다①김태오 회장, 증권 인수후 모험자본 낙점…순익 기여도 낮지만 시너지 '톡톡'
구혜린 기자공개 2023-11-29 08:18:53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8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투자파트너스는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 인수 후 2년여 뒤 자회사로 편입한 벤처캐피탈(VC)이다. 하이투자증권 편입으로 비은행 순이익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확인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다음 인수합병(M&A) 타깃으로 VC를 낙점했다.하이투자파트너스가 기여하는 그룹 내 비은행 순이익은 아직까진 미미한 편이다. 다만 강소기업을 발굴하고 후속 투자 기회를 연결할 수 있는 VC 특성을 살려 계열사와의 사업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효과는 최근 DGB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화가 성사된 이후 극대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태오 회장 '특명'으로 시작된 수림창투 인수
하이투자파트너스는 지난 2021년 4월 DGB금융지주(이하 DGB금융)에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새롭게 출범한 창업투자회사다. 전신은 박현우 수림홀딩스 회장이 2014년 8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한 수림창업투자다. 수림창업투자는 시작은 단출했으나, 2015년 2월 및 11월 1년 새 두 차례 증자에 나서며 자본금을 100억원까지 확대했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이후 VC 인수를 추진했다.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한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사실상 인수에 성공한 뒤로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려 실제 지주 편입은 2018년 10월 완료됐다. 당시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하이투자증권이 그룹의 비은행 부문 수익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며 '제2의 하이투자증권을 발굴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DGB금융은 조직개편까지 단행해 매물을 물색했다. 그룹미래기획총괄을 신설해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당시 매물 대상을 VC로 구체화한 건 김태오 회장이다. 김 회장은 비은행 수익 비중을 높일 수 있으며 인수부담이 크지 않고 당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한국판 뉴딜 정책과 맞아떨어진다는 이유로 인수 타깃을 VC사로 지정했단 후문이다.
그 결과 '작지만 강한' VC인 수림창업투자가 최종 인수대상으로 낙점됐다. 당시 수림창업투자의 운용인력은 6명에 불과했으나, 운용자산(AUM) 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었다. 운용 펀드는 모두 모태펀드 출자사업 재원이 주를 이뤘으며 내부수익률도 15%에 달했단 후문이다. 이에 DGB금융은 대주주인 박현우 수림홀딩스 회장(97%)과 권준희 수림창업투자 대표, 이강근 수림창업투저 전무 등이 보유한 회사 지분 100%를 105억원에 인수했다.
인수가 확정되기 전 김태오 회장의 발언은 DGB금융이 눈여겨 본 수림창업투자의 장점을 잘 드러낸다. 당시 김 회장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비은행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투자 및 운용 사업을 강화할 생각"이라며 "VC 인수를 타진 중인데 규모는 작지만 인력 수준이 뛰어나 매입을 진전시켰다"고 언급했다.
◇수도권 강소기업 발굴, 은행 연계사업 기대감
김태오 회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하이투자증권을 품은 뒤 DGB금융의 비은행 부문 실적은 날개를 달았다. 지주 연결 당기순이익에서 대구은행 실적을 단순 감해 비은행 순이익 기여도를 산출한 결과 2017년 7%에 불과했던 기여도는 매년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염가매수 차익 효과를 제거한 2019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침체로 인한 2022년은 예외다.
하이투자파트너스의 순익 기여도는 아직까진 미미한 편이다. 하이투자파트너스는 인수 첫 해인 2021년에는 순이익 12억원, 지난해는 28억원을 거뒀다. 올해는 3분기까지 13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하이투자파트너스의 순이익 규모는 올해 기준 그룹 내에서 DGB캐피탈과 DGB생명보험, 하이투자증권, 하이자산운용, DGB유페이에 이어 6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투자파트너스는 자체 순이익보다 계열사의 딜(deal)을 지원하는 면에서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DGB금융은 VC 인수를 결정하면서 대구·경북지역 내 유망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의 발굴·투자 계획을 함께 수립했다. 그 결과 하이투자파트너스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단계 투자를 단행한 뒤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면 대구은행과 캐피탈, 자산운용이 중기 대출, 메자닌 투자 등을 진행하는 식의 사업 시너지를 내고 있다.
최근 DGB금융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진출 추진 전략에서도 중요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은 'iM뱅크' 상표권을 등록하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 중이다. 법인영업 대상이 대구지역 기업에 국한됐던 한계에서 벗어나 수도권 및 지역은행이 없는 충청, 강원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경우 수도권 등 강소기업의 발굴과 금융 연계 사업에 하이투자파트너스가 톡톡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DGB금융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지역 중기 지원이라는 지역은행으로서 하던 기존의 역할을 하면서 수도권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존재감이 큰 비은행 계열사와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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