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점검]"발란, 2025년 매출 1조·영업익 1000억 달성 목표"⑤최수연 CSO "아시아 1등 플랫폼 될 것"…K-럭셔리 신사업 매출 극대화
이영아 기자공개 2023-12-01 07:42:04
[편집자주]
팬데믹 시절 눈에 띄게 성장한 플랫폼 산업 중 하나가 '명품 이커머스’다. 면세 산업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 규모를 급격하게 키웠다. 명품 이커머스 스타트업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고금리 기조 속에 모험자본이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요구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펀딩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출혈 경쟁이 발목을 잡았다. 더벨은 시장 핵심 플레이어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9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발란의 비전은 '아시아 넘버원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과정에서 2025년까지 매출액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거래액 규모 또한 목표로 하는 1조원을 뛰어넘어 2조원 이상 달성하는 성과를 내겠다."최수연 발란 최고전략책임자(CSO·사진)는 지난 27일 서울 역삼동 발란 본사에서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발란의 매출 구조는 상품, 수수료, 광고 매출로 나뉜다. 앞서 발란은 올해 6월 입점 판매자 대상 광고 상품을 출시하며 매출원 다각화에 나섰다. 해당 상품은 출시 5개월 만에 월 광고 매출 3억원을 넘겼다.
여기에 컴템포러리(K-럭셔리)를 비롯해 럭셔리 여행·리빙 등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발란은 내년 하반기까지 K-럭셔리관에 1000여개 브랜드 입점을 성사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또 익스클루시브·콜라보 라인 발표 등 국내 디자이너들과 적극적인 협업도 전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성장 추이가 이어진다면 거래액 1조 달성도 무난히 이룰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 CSO는 "발란은 고객이 명품을 구매할 때 '없으면 불편한 서비스'가 되고 싶다"며 "거래액 2조 달성 등 목표를 이뤄갈 것"이라고 했다.
◇고속 성장한 발란, 플랫폼 본질에 집중
지난 몇 년간 공격적인 광고·마케팅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발란은 최근 충성고객을 중심으로 재구매율을 높이는 플랫폼 강화 전략으로 선회했다. 명품 카탈로그(SKU) 데이터 인텔리전스 시스템, 고객 보상제, 개인화 추천 등 세 가지 핵심 서비스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고도화했다.
이러한 전략의 중심엔 최 CSO가 있다. 그는 카이스트 학사, 케임브릿지 석사 학위를 지닌 재원으로 베인앤컴퍼니와 맥킨지 컨설턴트를 거쳐 2022년 발란에 합류했다. 플랫폼의 본질과 고객경험 혁신에 집중하자는 최형록 발란 대표와의 미팅이 합류를 이끌었다. 의상 디자인실을 운영하던 어머니를 둔 개인적 경험도 작용했다.
최 CSO는 "합류 전, 최 대표와 목적 중심 쇼핑을 가장 편리하게 돕는 플랫폼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3P 모델(판매자 연결 통한 수수료)을 1P 모델(상품을 직접 구매한 뒤 판매)처럼 구축하는 등 고관여 산업인 명품 분야를 기술로 혁신하는 데에 뚜렷한 비전과 방향이 갖춰진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발란에 합류한 뒤 최 CSO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명품 카탈로그(SKU)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는 개별 상품 데이터베이스(DB)를 SKU(브랜드에서 생성하고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상품 고유 인식 코드)로 통합하는 것이다. 발란은 실시간으로 SKU의 시장 최저가를 추적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 CSO는 "예컨대 플랫폼에선 하나의 상품을 20명의 셀러(판매자)가 유통하는 일이 많다"면서 "명품 제조사에서 만든 시리얼 코드를 중심으로 통합하면 가격, 사이즈, 재고현황 등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발란은 500만개 상품 DB를 SKU로 통합했으며, 전체 거래 91%가 여기서 발생한다"고 했다.
◇국내 시장 '초격차' 벌려 해외로 간다
발란은 이제 글로벌 공략에 집중한다. 지난 2년간 큰 폭으로 성장해 업계 1위로서 초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는 판단이 깔렸다. 최 CSO는 "명품은 온라인 플랫폼 중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장 유망한 섹터로 단순 국내 판매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했을 때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란은 글로벌 애플리케이션(앱) 직접 출시와 현지 플랫폼과의 파트너십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확장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먼저 내달 중순 컨템포러리 전문관 'K-럭셔리'를 정식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디자이너와 협업해 익스클루시브와 콜라보 라인도 선보이며 새로운 패션 한류를 일으키겠다는 목표다.
최 CSO는 "내년 가장 중요한 숙제는 글로벌 진출로, 발란이 K-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소개하는 중요한 다리가 될 것"이라며 "컨템포러리의 거래액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 컨템포러리 브랜드 SKU 통합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사이즈, 재고 등 옵션 레벨까지 반영하며 고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혁신의 중심엔 늘 고객이 있다는 게 최 CSO의 설명이다. 그는 "고객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집착이 발란의 주요 조직문화"라며 "플랫폼 입점 전후로 판매자 검수 절차를 꼼꼼히 거치고, 고객이 환불을 희망할 경우 100% 수용해주는 등 발란의 서비스는 고객의 쇼핑경험을 개선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신사업 'K-럭셔리'를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이다. 최 CSO는 "발란이 잘하는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의 접점을 찾는 것이 신사업의 핵심이었다"면서 "임직원은 물론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 컨템포러리 사업이 중요하게 언급됐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로드맵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아시아 1등, 거래액 2조 넘본다
발란은 내년도 최우선 과제를 글로벌 진출로 삼고, 신사업 'K-럭셔리' 준비에 분주하다. 국내 우수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발굴해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글로벌 재무적(FI)·전략적(SI) 투자자 중심 펀딩에도 돌입했다.
명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 CSO는 "럭셔리 시장은 497조의 명품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커버하는 1914조의 글로벌 시장이지만, 아직 대부분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들은 디지털 혁신이 뒤처져 있다"고 강조했다.
타깃 시장은 아시아태평양 전지역으로 잡았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지역에서 한국이 현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전략이다. 최 CSO는 "소비 심리가 위축된 지금은 플랫폼 자생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발란은 플랫폼의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판매 재고 리스크를 덜고, 현금 회전율을 높였다"고 언급했다.
회사 측은 충성고객 중심 높은 재구매율을 근거로 들었다. 최 CSO는 "발란은 1000억원 이상 거래액을 내는 국내 플랫폼 중 주문당 객단가(50만원)가 가장 높은 플랫폼"이라며 "발란의 재구매율은 70% 수준으로, MZ세대로 시작해 50대 이상 고객층까지 확보하면서 명품 소비 가격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남성 고객과 여성 고객이 각각 50% 수준으로 '황금비율'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더불어 단순 국내 판매자 입점이 아닌 해외 채널까지 다각화한 소싱 역량도 경쟁력으로 언급했다. 발란은 2000여개에 달하는 입점 판매 업체, 유럽 현지 1000여개의 부티크 기업간거래(B2B) 네트워크를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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