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점검]조용민 머스트잇 대표 "런웨이 충분 확보, 공격투자"③큐레이션·3PL 비롯 신규 프로덕트 준비..."스마트럭셔리 비전 실현"
이영아 기자공개 2023-11-21 08:01:51
[편집자주]
팬데믹 시절 눈에 띄게 성장한 플랫폼 산업 중 하나가 '명품 이커머스’다. 면세 산업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 규모를 급격하게 키웠다. 명품 이커머스 스타트업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고금리 기조 속에 모험자본이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요구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펀딩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출혈 경쟁이 발목을 잡았다. 더벨은 시장 핵심 플레이어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7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최소 2년 이상 버틸 수 있는 런웨이를 확보했다. 시장 상황까지 좋아져서 실적까지 반등하면 사실 평생 자생할 수 있는 캐시플로우가 만들어진 상황이다."조용민 머스트잇 대표(사진)는 최근 더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머스트잇은 올해 경기 불황을 뚫고 과감한 인력투자에 나서고 있다. 분야별 전문가로 C레벨을 여럿 영입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신사업 본부를 조직하는 등 확장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상품 큐레이션(추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판매자 대상 3PL(위탁물류) 사업도 확대한다는 포부다.
조 대표는 명품 플랫폼 업계에서 '초격차'를 내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상품, 가격, 신뢰, 고객 경험 4가지 중에 어느 하나가 부족하거나 어느 하나만 특출나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성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4가지에 대한 핵심 경쟁력을 잘 고도화하고 고객들에게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을 것"고 강조했다.
◇상품 다양성 높이고, 가격은 합리적으로
조 대표는 머스트잇의 첫 번째 강점으로 상품 다양성을 꼽았다. 그는 "병행수입은 구매대행 대비 상품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병행수입은 셀러(판매자)가 직접 자기 자본을 갖고 상품을 매입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상품을 소싱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품절 상품 등 수요가 몰리는 명품은 정해져있는데, 이를 잘 확보한다는 의미다.
이는 가격 경쟁력으로 연결됐다. 조 대표는 "오랜 업력으로 쌓아온 셀러와의 파트너십은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핫딜, 할인 플레이 등 기획전 운영능력을 살려 빠른 판매를 유인하는 대신 가격 경쟁력을 조금 더 가져오는 것"이라고 했다. 머스트잇은 현재 약 8000여명의 판매자가 입점해 1300여개 명품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명품 시장의 성장을 내다보고 일찌감치 머스트잇을 창업한 조 대표다. 오프라인 명품 시장의 '불친절함'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는 병행수입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묵묵히 쌓아올린 신뢰가 경쟁이 치열해진 현 상황에 빛을 발하게 된 셈이다.
앞으로도 조 대표는 기본에 집중해 상품·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최소 20%에서 최대 60%까지 명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명품 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편하게 구매하는 경험을 고객들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수 책임 강화, 추천·물류 경험 고도화
온라인 명품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가품 이슈 또한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 대표는 "가품 판정이 되면 머스트잇이 최소 두 배를 보상한다"며 "가품이 의심되는 순간 바로 고객센터에 문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뒀다"고 말했다. 이어 "연계 기관인 한국명품감정원에서 가품 판정이 나면 셀러보다 먼저 머스트잇이 보상한다"고 했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머스트잇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조 대표는 "다양한 서류를 기반으로, 플랫폼 입점 단계부터 셀러 검증을 철저하게 진행한다"면서 "이후에도 '미스터리 쇼퍼' 활동을 통해 판매자의 상품 검수를 지속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고객들이 '머스트잇은 책임을 지는 플랫폼'이라는 입소문을 내주셨는데, 진심이 통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객경험 혁신을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먼저 상품 큐레이션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목표다. 조 대표는 "지금까진 매거진, 후기 등 여러 콘텐츠를 통한 상품 '탐색'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론 '발견' 경험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나조차도 몰랐지만 꼭 필요하고 사고 싶은 아이템을 알아서 추천해주는 개인화 추천 영역을 계속 고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풀필먼트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내년부터 3PL 등 외부 판매자 대상 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전략적투자자(SI) CJ와 손잡고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상태다. 공동 직매입 등 상품 소싱 관련해서도 CJ와 협업 기회를 넓혀갈 예정이다. 조 대표는 "고객층이 다른 양사의 판매 채널 특성을 고려, 각자 상품을 분배해서 직매입 실패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인재·기술 투자 예고, 자생력 강화 목표
올해 신사옥 매각을 통해 11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만큼 사업 확장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투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2021년 조 대표가 사옥 매입을 추진할 당시, VC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는 전언이다. 현시점에서는 머스트잇의 경영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1등 공신으로 떠올랐다. 지난 13년간 늘 미래를 염두에 두던 조 대표의 경영적 판단이 통한 셈이다.
조 대표는 "투자 유치에 얽매이거나 투자를 줄여서 계속해서 고만고만한 플랫폼으로 귀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현재 시장 상황이 펀딩을 받는데 굉장히 유리하거나 좋은 환경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옥 매각을 통해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 흑자가 예상되는 상황이고, 공격 투자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최소 2년 이상 버틸 수 있는 런웨이를 확보했다"고 했다.
투자 비용 축소, 손익분기점(BEP) 달성이라는 눈 앞의 과제보다 더욱 중요한 비전이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당장 6개월, 1년 사업하는 게 아니라 5년 뒤를 바라본다고 했을 때 이 시장의 경쟁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시장이 반등하는 시점이 최소 1년 뒤, 아주 길면 2년 뒤에 올 수도 있는데 지금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머스트잇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스마트 럭셔리'다. 조 대표는 "단기적인 목표는 특별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라며 "온라인 명품 구매 경험이 스마트하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이를 선도하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명품 시장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고 고객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회사가 되는 게 우리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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