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티빙-웨이브 합병…상장 나선 SLL중앙 '어부지리'티빙 주요 FI, 새 법인서도 주주 입지…OTT 공급채널 확대, 투자 수혜 관측
양정우 기자공개 2023-12-07 07:11:04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SK스퀘어의 웨이브가 합병에 나서면서 상장에 나선 SLL중앙의 성장 잠재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K-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 재무적투자자(FI) 지위를 가진 핵심 공급 채널이 확대되는 이벤트를 누릴 전망이다.SLL중앙의 수익 창출 루트에서 OTT의 존재감은 확대 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구도 변화 속에서도 국내 OTT 창구는 오랜 기간 주요 주주로 자리잡고 있는 티빙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합병 법인의 주요 FI로 거듭날 경우 웨이브의 고객을 상대로도 콘텐츠를 노출할 수 있는 기회를 거둘 전망이다.
◇국내 시장 공룡 OTT 등장…티빙 10%대 지분 쥔 SLL중앙
CJ ENM과 SK스퀘어는 5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CJ ENM은 티빙 지분 48.85%, SK스퀘어는 웨이브 지분 40.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합병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CJ ENM이 합병 법인의 최대 주주가 되고 SK스퀘어가 2대 주주로 거듭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티빙은 1대 주주인 CJ ENM을 비롯해 KT스튜디오지니(13.54%), SLL중앙(12.75%), 네이버(10.66%)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SLL중앙은 지분율이 낮아지겠으나 새로운 합병 법인의 주요 FI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콘텐츠 제작이 주업인 기업 가운데 국내 OTT 공룡의 주주라는 독보적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SLL중앙 입장에서 넷플릭스 등 OTT 기업의 등장은 기회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미디어 채널의 다변화로 공급처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청 방식이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바뀌었다. 시청자가 기존 TV 드라마 채널만 고수해야 할 필요가 사라지면서 채널 간 콘텐트 확보에 대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청 방식의 변화가 결국 드라마 수요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간 SLL중앙은 OTT 거래처로서 넷플릭스와 티빙에 주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JTBC 등 방송 채널을 제외하면 OTT 업체 중에서 매출채권의 주요 거래 상대방으로 이들 두 기업만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유료 가입자수가 지난해 말 기준 2억1000만명에 달하는 최대 OTT 업체다. 만일 계약 체결 여건이 녹록지 않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채널이다. 국내 OTT 채널로는 티빙에 초점을 맞췄다. 지분 10% 이상 쥔 주요 주주인 데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 2023년 6월 기준) 국내 1위(519만명)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티빙-웨이브' 합병 법인이 출범하면 합산 MAU는 9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준 1142만명의 MAU를 기록하고 있는 넷플릭스와도 한국 시장 내에서는 경합을 벌여볼 만한 규모로 거듭난다. SLL중앙은 향후 이런 거대 OTT를 안정적 매출처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외 OTT, 투자 전면전 예고…FI 제작사, 유리한 고지 무게
SLL중앙은 콘텐츠 공급 채널의 확대뿐 아니라 제작 재원을 마련하는 측면에서도 합병 이벤트의 덕을 볼 것으로 관측된다. OTT 업체는 기존 콘텐츠 유통 사업뿐만 아니라 자체 제작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오히려 이 역량이 OTT 산업에서 점유율을 좌우하는 키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주요 OTT 플랫폼은 콘텐츠 투자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2021년 말까지 1조원 이상을 이미 투자했고 올해부터 향후 4년 간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OTT도 넷플릭스의 대대적 투자 계획에 즉각 반응했다. 웨이브, 티빙 등 국내 사업자도 매우 큰 규모의 콘텐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원, 티빙은 2023년까지 4000억원, 카카오TV는 3000억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런 투자 재원은 각 OTT의 자체 시리즈를 만들 콘텐츠 제작사로 흘러들어갈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물론 제작사를 상대로 협상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SLL중앙의 경우 주요 FI인 터라 협상력 약화라는 리스크에 따른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오히려 비용 절감 재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쏟아부을 때 제작사인 FI로서 거둘 수 있는 이득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CJ ENM과 SK스퀘어는 실사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내년 초 본계약을 맺는 일정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의 심사 통과와 최종 합병에 이르기까지 몇몇 FI의 지분 정리가 수반될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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