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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인사 풍향계]광폭 세대교체…공채 1기도 안심할 수 없다'1~5기' 승진 경쟁…성과주의 매몰돼 조직혼란 야기 비판도

고설봉 기자공개 2023-12-14 08:31:29

[편집자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강도 높은 혁신이 이어진다. 인적쇄신 기조를 바탕으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과감한 조직개편으로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2024년 인사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재확인할 수 있다. 더벨은 금감원 조직개편과 인사를 들여다보고 변화의 양상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3일 08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 부서장 승진 대상이 공채 4기까지 올라가면서 그동안 조직 내에서 주목 받아왔던 공채 1기들의 압박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채 1기 가운데 부서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인력들이 75%가 넘는 상황에서 다음 기수로 빠르게 승진 대상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향후 인사를 두고 새로운 경쟁체제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공채와 이전권역간 승진 경쟁 구도가 무너지고 빠르게 공채간 경쟁으로 판이 바뀌고 있다. 특히 공채 1기에 대항해 공채 2기와 3·4·5기가 도전하는 구도가 더 명확해지고 있다.

올해 금융감독원 정기인사에서 공채 기수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주요 주무부서를 공채 국장들이 차지했다. 지난해 8월 수시인사에서 공채 1기 첫 부서장이 배출된 뒤 지난해 12월 정기인사, 올해 7월과 10월 수시인사 등에서 공채들의 약진이 계속해 이어졌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가 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뒤 시작된 인사제도 혁신이 광범위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공채 1기에서 첫 부서장이 배출된 뒤 약 1년 5개월여 만인 올해 정기인사에서 공채 4기까지 부서장 승진자가 배출됐다.



인사제도가 변화하면서 부서장 승진 경쟁의 양상도 치열하다. 지난해 8월 수시인사 때까지만 해도 승진 경쟁은 주로 기존권역 출신과 공채 1기들간 경쟁이 주를 이뤘다. 공채 2기와 3기 등은 승진 대상에 아예 거론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승진 경쟁은 공채 기수들간에 벌어지고 있다. 공채 1기에 대항해 공채 2기, 공채 3·4·5기가 각각 경쟁하는 구도다. 이미 기존권역 출신 부서장들이 이선으로 후퇴한 가운데 공채들이 주요 부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공채 기수들간 미묘한 신경전의 양상도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1기와 2기가 직접 경쟁을 펼치던 양상에서 3·4·5기가 한데 묶여 1기와 2기와 직접 경쟁하는 다자 구도로 바뀌고 있다.

상황이 빠르게 변하면서 공채 1기들의 부담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공채 1기 중 약 25% 가량만 부서장으로 승진한 가운데 2기와 3기, 4기까지 부서장 승진자가 나오면서 아직 승진하지 못한 공채 1기들의 위기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 공채 1기는 안팎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세대다. 1999년 여러 감독기구들이 하나로 통합해 출범한 금감원은 2000년부터 공채를 뽑았다. 공채 1기들은 이전권역에서 합류한 멤버들과 다르게 금감원 공채라는 상징성을 부여받으며 주목 받았다.

조직에서도 공채 1기에 대한 일종의 특별대우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새로운 제도와 정책 등이 생겨날 때 공채 1기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제도 등이 가장 처음 적용되는 세대가 공채 1기이기 때문이다.

과거 금감원 내에서도 공채 1기의 상징성이 높은만큼 이들을 부서장에 발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이전권역 중심으로 임원진들이 구축된 상황에서 이 틀을 깨고 금감원의 새로운 세대가 출범한다면 그 첫 기수가 공채 1기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채 1기를 중심으로 공채 기수들이 하나로 뭉쳐 상호 협력하는 문화가 그동안 금감원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 인사제도 개혁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공채들간 유불리도 달라졌다. 특히 공채 기수 별로 상호 경쟁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경쟁의 양상도 치열해졌다. 또 공채 1기 승진이 내년 끝물에 다다르고 2기에서 곧바로 3·4·5기로 넘어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각 기수별 위기감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공채 1기는 현재 금감원 내 약 55명 정도가 근무 중이다. 이 가운데 올해 정기인사를 기점으로 총 13명의 부서장이 배출됐다. 비율로는 약 23.6% 정도다. 공채 2기는 약 40명 내외다. 현재까지 6명의 부서장이 배출돼 부서장 승진비율은 약 15%다. 3·4·5기는 각 기수별로 약 50명 안팎이다. 3기 1명, 4기 1명이 각각 부서장으로 승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공채 1기에 대한 조직 내에서의 기대와 존중 문화가 있었다”며 “약 2년에 걸쳐 공채 1기들이 부서장으로 뻗어나가는 걸 지켜보던 다른 기수들이 이제 우리 차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경쟁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진하지 못한 1기들은 ‘승진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2기들의 경우 1기와 경쟁하는 동시에 1기가 느끼는 불안감을 같이 느끼고 있고, 3·4·5기는 한번에 묶여 역량을 다해 승진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인사제도 개혁이란 측면에선 최근 이러한 다양한 경쟁 양상이 부정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원장이 그리는 ‘일하는 조직’으로 나아가는데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 원장은 취임 초기 여러 간담회 등을 통해 인사제도 개선의 방향과 목표를 명확히 했다. 그는 “공채 중심의 인사 문화를 정착하겠다”며 “이를 통해 예측 가능하고 그로 인해 안정성이 높은 인사제도를 시스템화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예를 들어 한 기수에 20명이 입사한다면 10년 뒤엔 1~2명이 이직 등으로 빠지고, 20년 뒤엔 절반 가량이 부서장 승진 대상에 오르고, 다시 10년 뒤엔 한 기수 중 1~2명이 임원 승진 대상에 오르는 것이 예측 가능한 인사제도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반편 한편에서 너무 빠른 변화와 그 안에서 상호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것이 오히려 조직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상호 유대감이 낮아지고 협력보단 경쟁이 부각되면서 조직문화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동일의식을 가지고 사명감을 중시하며 업무에 열중했던 금감원 직원들이 성과에만 매물될 우려가 크다”며 “인사제도 개혁을 통해 조직을 개선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인사를 빌미로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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