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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 김범수의 준신위, 본격활동 시작…칼끝은 어디로11일 설립, 18일 첫 회의 '안건선정 착수'…서울 아레나·카카오엔터 비리 의혹 등 이슈 '산적'

이지혜 기자공개 2023-12-27 07:50:27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8일 1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준법과 신뢰 위원회(이하 준신위)’는 그룹 전체를 쇄신하지 못하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위기감에서 탄생했다. 상징성도, 의미도 크다. 카카오를 위한, 카카오에 의한, 카카오만의 사법기구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강력한 권한을 지녔다. 전 대법관인 김소영 위원장을 초대 수장으로 선임한 것만 봐도 그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준신위가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준신위의 설립을 알린 지 약 한 달하고도 보름이 지난 시점이다. 김 위원장의 의지는 결연하다. “준법경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카카오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법과 내부통제의 틀을 잡는 데 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준신위가 가장 처음 착수할 안건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의 핵심 프로젝트인 서울 아레나 사업이 수술대에 오를 수 있다. 서울 아레나 사업은 카카오의 요청에 의해 착공식이 지연된 실정이다. 이밖에 준신위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문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 비리 의혹 등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12월 18일 ‘첫발을 떼다’, 출범 선언 약 한 달 만

18일 카카오에 따르면 준신위가 첫 회의를 열며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11일 공식 출범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김소영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준법경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 만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을 비롯해 임직원,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듣고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카카오의 잘못을 지적해 현재의 위기를 넘기는 것이 아닌 카카오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법과 내부통제의 틀을 잡는 데 제 역할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준신위는 이름 그대로 준법경영과 신뢰경영이 계열사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정립 등 준법 통제 틀 마련 △주요 경영 활동에 대한 사전 검토와 의견 제시 △준법 프로그램의 감독 및 권고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에 대한 직접 조사 △핵심 의사 결정 조직에 대한 감독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주요 경영활동에 대한 사전검토와 의견제시에는 △회계처리 △주식시장 대량 거래 △합병, 분할, 인수, 등 조직변경과 IPO(기업공개) △내부거래와 기타거래 등 현재 카카오의 위기를 촉발한 핵심 사안 등이 포함된다.

준신위는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있을 시 보완·재조사뿐 아니라 직접 조사까지 요구할 수 있다. 또 해당 행위에 대한 긴급중단과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할 수도 있다.

준신위는 김 창업자가 카카오의 쇄신을 위해 추진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김 창업자는 10월 30일 첫 공동체 경영회의에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11월 3일 준신위 설립을 알림과 동시에 김 전 대법관을 초대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약 12일 만에 1기 위원까지 선임을 마쳤다.

11월 15일부터 이날까지는 약 한 달의 공백이 있었는데 이 기간 준신위는 출범 준비를 진행했다. 준신위의 독립적 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와 협약을 맺고 정관을 개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현재 준신위와 협약을 마친 계열사는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 5곳이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올해 안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참여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준신위와 협약을 맺은 계열사는 모두 6곳이 된다.

◇준신위의 칼날은 어디로, 카카오엔터·아레나사업 등 ‘주목’

준신위는 이날 공식회의에서 안건의 우선순위를 논의했다. 준신위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준신위가 사전검토와 의견제시에 해당되는 주요 경영활동으로 회계처리, 주식시장 대량거래, IPO 등을 언급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현재 수수료체계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둘다 IPO 유망주로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카카오모빌리티는 계약 구조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으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감리를 받고 있다.

준신위가 서울 아레나사업을 면밀히 뜯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카카오는 서울시와 함께 12월 14일 ‘서울 아레나 복합문화시설’ 착공식을 진행하려 했지만 카카오의 요청에 의해 착공식을 연기했다. 카카오는 건설 관련 비용이 증가한 탓에 재검토와 이사회 결의를 거치기 위해 착공식을 미뤘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의계약 비리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본인의 SNS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전을 벌였다.

더욱이 김정호 총괄은 서울 아레나 사업에 대해 고강도의 내부감사를 주도하는 데다 준신위의 내부위원으로도 소속되어 있다. 카카오는 서울 아레나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SPC(특수목적법인) 서울아레나 지분을 98%가량 보유해 실질적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기에 SPC 서울아레나는 준신위 감독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준신위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의 내부 비리 의혹을 살펴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간 노조의 주장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던 기존 경영진과 달리 김 위원장은 이번 모두발언에서 노조를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말을 듣겠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 노조인 크루유니온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CEO를 지적하며 경영진을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크루유니온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은 2020년 바람픽쳐스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카카오 관계자는 “준신위의 활동내용을 공개하고 외부의견을 듣기 위해 제보 시스템을 갖춘 웹사이트를 빠른 시일 안에 오픈해 소통의 창구를 확보하고 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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