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인수]8년전 팬오션 인수와 비교해보니…같은 듯 다른 듯단독-경쟁 입찰, 급이 다른 조달 금액…인수 과정 협상 실타래도 공통점
박기수 기자공개 2023-12-29 08:23:41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0일 07: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의 HMM 인수로 8년 전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 시나리오가 재조명받고 있다. 당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한국의 카길'을 꿈꾸며 회생기업이었던 팬오션을 품었다. 당시도 조 단위 딜에 업계의 우려가 컸지만 8년이 흐른 현재 하림은 팬오션보다 훨씬 큰 규모의 HMM 인수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단독 입찰 VS 경쟁 입찰, 동반자 'JKL'
법원은 2014년 10월 초 팬오션 매각 공고를 냈다. 당시 팬오션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후보로는 하림그룹을 포함해 현대글로비스와 포스코, 폴라리스쉬핑, CJ대한통운 등이 거론됐다.
다만 원매자들로 거론되는 후보들 모두 의지가 미미했다. 현대글로비스의 태도는 완고했고 포스코는 당시 권오준 전 회장이 비철강 사업을 정리하는 재무개선 시기였다. 폴라리스쉬핑 역시 리스크가 산재해 있었던 팬오션 인수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경험이 없었던 해운업 대신 육상물류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결국 두 달 뒤 하림그룹은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맺고 본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하림그룹의 당시 지주회사였던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와 JKL파트너스는 컨소시엄을 이뤄 2015년 2월 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HMM 인수전에서는 경쟁을 거쳤다.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의 참여가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동원그룹과의 경쟁을 거쳐 HMM의 최종 인수후보자로 낙점됐다. 이번에도 JKL파트너스는 자금을 지원하는 든든한 우군으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하림은 매도자 측에 영구채 전환을 3년 간 유예해달라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다고 전해진다.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제시한 HMM 지분 인수가액은 약 6조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팬오션 인수땐 하림지주 상장으로 인수금융 상환
컨소시엄은 딜로이트안진을 회계 자문사로 선정하고 실사 작업을 거쳐 1조80억원을 최종 인수가로 확정했다. 팬오션 매각 방식은 컨소시엄이 유상증자를 통해 팬오션에 8500억원을 투입, 팬오션에서 발행하는 회사채 1580억원을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유상증자 대금 8500억원 중 80%인 6800억원은 하림이 조달했고 나머지 20%인 1700억원은 JKL파트너스 측이 마련했다. 하림그룹은 6800억원 중 2900억원은 에쿼티로 39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마련할 계획을 세웠으나 차입금은 5680억원까지 늘어났다.
팬오션 인수 이후 하림그룹은 재무부담 해소를 위해 하림지주 IPO를 추진했다. 하림지주는 2017년 6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공모자금 4219억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팬오션 인수 당시 썼던 인수금융 잔액 3300억원을 일시 상환했다.
HMM 인수는 8년 전 하림그룹이 인수했던 팬오션이 주체로 나선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등을 고려하면 팬오션은 6조4000억원 중 약 3조3000억원을 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말 팬오션의 별도 현금성자산은 약 4600억원이다.
조달 여력은 있다. 팬오션의 3분기 말 연결 부채비율은 64.1%다. 팬오션 인수 이전인 2013년 말 하림지주의 연결 부채비율이 148.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권 조달과 직접 조달 측면이 일정 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조달금액이 팬오션 인수 때와는 '급'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카드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증자 카드를 꺼낼 것으로도 예측한다. HMM 지분 인수 후 늘어날 재무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사후협상 관건은…감자 주주 설득, 채권단 영구채 전환 유예
하림은 당시 회생기업이었던 팬오션을 인수하려면 1.5대 1의 감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채권단과 주주들이 반발하면서 법원이 1.25대 1의 중재안을 냈고 팬오션은 이를 반영, 2015년 4월 말 변경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채권단 권리 감축에 상응해 주주의 권리도 줄여야 한다는 법리적 해석을 하림그룹 측도 받아들이면서 두 달 뒤인 6월 변경회생계획안이 인가됐다.
HMM을 인수하면서 하림그룹은 매도자 측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년과 내후년 매도자 측이 보유한 영구채 1조6800억원 규모의 금리 스텝업 기간이 다가온다. 만약 이번에 하림 측이 HMM의 지분을 모두 인수한다고 가정해도 산업은행이 스텝업 시기에 맞춰 영구채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이 약 45%까지 상승한다. 이 경우 하림 측이 수령해가는 배당 등도 적어질 수 있다.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은 영구채 유예와 관련해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매각 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8년 전 감자 이슈로 고민했던 것처럼 이번 HMM 인수 역시 인수 과정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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