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카카오, 리더십·콘트롤타워 변화…이사회 영향은배재현 대표 사내이사 거취 '불투명', 경영쇄신위·준신위와 역할 '중복' 지적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3-12-28 12:54:46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7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 이사회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이사(CEO)가 교체된 데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의 거취도 장담할 수 없다. 카카오 이사회에서 그룹 임원은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뿐인데 이들이 사실상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동시에 카카오 이사회의 위상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며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그러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이끄는 경영쇄신위원회가 그룹의 콘트롤타워를 자처하고 준법과 신뢰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경영 주도권은 물론 경영진 감시기능까지 중복되고 있다.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변화 유력…배재현 거취는
26일 카카오에 따르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CEO가 카카오 CEO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현재 정 CEO는 내정자 신분으로 쇄신TF(태스크포스)장을 맡아 카카오와 그룹 전반의 쇄신 방향과 세부 과제를 챙기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카카오의 이사회 구성 변화에도 이목이 쏠린다. 현재 카카오와 그룹 임원 가운데 카카오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은 3명뿐이다.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이다. 나머지는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해 과반 이상(4명)을 차지하는 구조다.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사회 구성원은 바로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다. 정 CEO가 카카오 CEO로 내정된 만큼 홍은택 CEO의 사내이사 자리에 정 CEO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 대표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배 대표는 CEO가 아닌데도 대표라는 직함을 달 만큼 그룹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정식 선임돼 2025년 임기가 만료된다.
문제는 배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배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고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양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5%룰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본인이나 특별 관계자가 보유한 주식합계가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이 될 경우 5영업일 안에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배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돼 12일 첫 공판을 받았다. 첫 재판에서 배 대표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이 언제, 어떤 결론을 내리며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세조종 등 사건은 검찰수사부터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일반적으로 2~3년이 걸린다. 실제로 2020년 금감원 특사경이 시세조종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던 한일시멘트의 재판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카카오로서도 고민이 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 등 경영의 안정성을 제고하려면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등 이사진의 공백이 없어야 한다. 더욱이 카카오의 준법경영을 위해 홍 CEO를 교체하고 준법과 신뢰위원회(이하 준신위)까지 가동하는 상황에서 배 대표의 사내이사 재임은 자칫 쇄신이라는 방향성에 어긋날 수 있다.
그러나 배 대표를 사내이사에서 해임할 경우 자칫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혹은 배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는 식의 ‘꼬리 자르기’로 보여 사내 여론이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사회 위상 약화할까, 준신위·경영쇄신위와 역할 중복
이사회의 위상이 과거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창업자가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사회는 그룹의 콘트롤타워나 다름없었다. 김 의장이 경영에 깊이 관여하면서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이사회에서 진행했다.
그러나 지금 콘트롤타워는 김 창업자가 이끌고 있는 경영쇄신위원회다. 김 창업자는 해당 위원회의 위원장을 직접 이끌며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더욱이 준신위의 출범을 알릴 때에는 ‘준신위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계열사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강력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현재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도 경영쇄신위원회나 준신위와 겹친다. 카카오는 금융, 재무 전문가인 윤석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이런 역할은 사실상 준신위로 넘어갔다. 준신위는 카카오 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계처리, 주식시장 대량 거래, 내부거래와 기타거래 등 재무적 내용까지 검토하고 감시한다.
이는 과거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과 비슷한 구조다.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경영쇄신위원회에서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데다 경영진 감시 기능은 준신위가 맡고 있다는 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그룹은 미전실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회사의 주요 경영 판단을 내리고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했다”며 “과거에는 미전실이 이사회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이지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카카오엔터, 투자 손실·법인세에 3분기 실적 '압박'
- [2024 이사회 평가]YG엔터, 빛나는 경영성과 뒤 불완전한 거버넌스
- [2024 이사회 평가]'팬덤 플랫폼 선두주자' 디어유, 이사회 기능 취약
- [2024 이사회 평가]경영성과 우수한 JYP엔터, 독립성은 '아쉬움'
- "어도어 실적 또 늘었는데"…민희진, 풋옵션 강행 '왜'
- '하이브 탈출 신호탄?' 뉴진스 제시한 14일 함의
- 뉴진스, 하이브와 '헤어질 결심'…계약상 법적 근거는
- [Earnings & Consensus]JYP엔터, '어닝 서프라이즈' 주인공…핵심IP 컴백효과
- [IP & STOCK]적자 발표에도 YG엔터 주가 견조, 증권가 재평가
- [Earnings & Consensus]YG엔터, 적자 불구 ‘어닝 서프라이즈’ 평가…왜